어느 난민의 각오
유기섭
지구의 반대편에서 온 그의 얼굴엔 비장함과 새로운 결의에 찬 희망의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아프리카 내륙국가의 어느 부족의 왕족신분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어서 빨리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심정을 이야기한다. 하루하루 불안한 처지에 놓여있지만 희망의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다부진 마음에 어느새 그에 대하여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되었다.
누구든 자기의 조국 땅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하지만 그 나라를 떠나 외국에 나오면 모든 것이 낯설고 적응하기에 힘든 마음과 몸으로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비로소 내 나라의 편안함과 고마움을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프리카에서는 국가 간의 전쟁뿐만 아니고 부족 간에도 분쟁이 쉬지 않고 일어나고 그것이 내전으로까지 비화되는 경우가 많다. 안정된 나라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고국에 대한 애절한 감정이 그의 얼굴에는 흐르고 있다. 특히 외국에 나가 있을 때나 오랜 기간 외국에 머물다 고국 땅을 밟는 순간 찾아오는 느낌은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라고들 한다. 태어나고 자라난 고국에서 살지 못하고 이나라저나라 떠돌아다녀야하는 난민의 처지라면 그가 느끼는 아쉬움과 절박한 감정은 보통의 사람들은 그 아픔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몇 해 전에 코카서스지방을 여행하며 느꼈던 안타까운 감정이 떠오른다. 황량한 벌판에 줄지어서있는 난민촌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국가 간의 전쟁으로 생겨난 난민들이 고국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임시천막시설에서 기약 없는 난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민족 간의 반목과 다툼도 있지만 국가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민족이 분열하고 부족 간에 내전상태에 돌입하는 현장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가의 국민들의 의사에 따른 선택이 아닌 불행한 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 모습은 쉽게 잊어버릴 수 없을 것 같다.
몇 년 전 어렵게 한국에 와서 난민으로 생활하며 머지않아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노력하는 중이라는 그는 고국에 돌아가서는 대통령이 되어서 부족 간의 화합과 전 국민의 안정을 위하여 헌신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내보인다. 그의 결연한 의지에서 그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그 꿈이 언제 이루어질지는 장담하기어렵지만.
지금도 미얀마에서는 로힝야족이 당국의 차별과 강압에 못 이겨 국외로 탈출하고 이웃나라 방글라데시로의 피난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고하니 일시에 보금자리를 잃은 난민들의 처지는 인간의 생존과 존엄마저 지키지 못하는 처지가 되고 있다. 많은 신도들이 대형불상을 돌며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하는그때 미얀마를 방문한 교황이 정부지도자의 안내를 받으며 많은 불교신자들의 환영을 받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방문으로 어려운 현안들이 잘 풀려 로힝야족이 처한 어려움도 빨리 해결되기를 기대하며 지켜보았던 적이 있다.
한국전쟁시기에도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여 전쟁이 끝난 지 수십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가족과 형제자매간에 서로 만나지 못하고 떨어져 살고 있는 이산가족이 우리주변에 많다. 난민의 처지가 반백년이 흐르도록 이어지고 있으니 민족적인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생전에 오랜 꿈을 이루기를 두 손 모아 빌며 정치지도자들의 결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함을 느낀다.
수백 년 동안 서구열강세력의 식민 지배를 받아온 아프리카는 독립국가 수립 후에도 내분과 부족 간의 세력다툼으로 온전히 하나 되지못하고 정쟁이 그칠 줄 모르는 가운데 그와 같은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고 정적의 제거표적이 되고 있다 고한다. 그의 고국은 오랫동안 외세의 식민지로 자원을 수탈당하고 지배를 받은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나라를 선진화시키고 어려운 난민의 처지를 해소하기위하여 미래를 위한 힘을 길러야겠다고 각오를 새롭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믿음직스럽다.
한나라의 운명은 지도자뿐만 아니고 일반국민 개개인도 한마음이 되어서 국가의 장래를 염려하고 헌신하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한다고 생각된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양질의 부존자원을 가지고 있어도 잘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의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후가 맞지 않고 토양의 빈곤과 부적절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좋은 국가적으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오더라도 허송세월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그의 꿈이 이루어질 날이 빨리올 것 같은 희망의 빛을 그에게서 보았다. 의지할 곳을 잃은 난민의 처지에 언제 그들의 불안한 미래가 희망의 장으로 바뀔지 막연하나 미약한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은 심정이다. 하루속히 그들이 그리던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빌 뿐이다.
그가 돌아갈 때까지 어떤 어려움도 헤쳐 가며 미래를 대비하여 힘을 기르고 고국을 위하여 해야 할 일들을 미리 차근차근 실천해나가겠다는 단단한 다짐을 하며 국가에 대한 사랑을 새삼 느낀다는 고백을 되풀이한다. 외세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던 나라의 운명을 헤쳐 나가 어엿한 주인이 되는 조국의 땅으로 만들겠다는 다부진 결의와 각오를 보인다. 그 모습이 믿음직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