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관식의 <산계류강>은 동양의 자연관에 입각하여 한국의 산천을 담아낸 그림이다. 지필묵에 의한 부드럽고 유려한 특성 및 준법과 필법, 여백의 운용에서 전통화의 특성이 그대로 보존되어 전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시원한 여백을 통하여 바람과 공기의 흐름이 자연의 유동하는 기운과 함께 감지된다. 이와 같이 동양화에서는 그리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존재를 드러내는 반(反)의 법칙이 중요한 포인트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겠다. 이수억의 <아름다운 한강>은 전통 산수와 비교할 때 재료적 매재의 상이점뿐 아니라 그리는 방법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접착성이 강한 유화의 특성상 유려한 선적 특질보다 면으로 사물을 구획하고 색으로 작가의 감흥을 전달하는 것이다. 동양화에서 여백으로 암시되었던 하늘과 물의 유동적인 기운 또한 구체적인 형상으로 시각화되었다.
구상화는 대체로 정물, 풍경, 인물 등 모티프의 형상을 재현하는 데 표현의 주안점을 둔다. 그러나 사물을 재현하는 데에는 작가의 주관적 감정이 개입되기 마련이어서 일견 외형을 그대로 묘사한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작가의 감정이나 사물에 대한 정감이 내재되기 마련이다. 또한 상징주의, 야수파, 표현주의 등 주관성을 강화하는 근대미술의 흐름은 구상화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유경채의 <소녀>는 여인을 묘사하는 차원을 넘어서 형상을 왜곡/변형시킴으로써 작가의 주관적 감성의 전달에 주력할 뿐 아니라 면과 색의 구성을 통한 조형성의 성취에로 관심을 이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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