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이상 버티다가 기어코 오늘은 봉창이 해물탕으로 갔다.
지난 주부터 벗씨는 봉창이에서 회식 한 번 하자고 야단이었다.
어쩌다가 점심시간에 대구 흥사단 강 간사가 그곳을 추천하게 되었고, 그래서 점심을 거기서 먹게 되었는데, 엄청 맛있었단다.
그래서 그 날 대번에 거기서 저녁 먹자고 난리를 치는 통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과 거기로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그만 바로 옆집에 있는 조마루 뼈다귀 집에서 저녁을 먹어 버렸다.
우리 아이들이 해물 어떻고, 칼국수 어떻고 하면 딱 질색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일주일이 또 지나고 나서 벗씨는 이번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거기 한 번 안내해야겠다는 다부진 결의를 하는 바람에 우리 모두가 응하고 말았다.
12월 2일 토요일 저녁 6시 경.
만촌동 동부정류장 근처에 있는 봉창이 식당 입구부터 차가 밀렸다.
이곳은 회사에서 500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작년에 직원들과 한 번 점심 먹으러 온 적이 있었다.
그래서 찾기가 쉬웠다.
주차장이 꽉 찼다
친절하게도 주차관리하는 아저씨가 주차를 안내해 주었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그곳도 만원이었다.
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오는지 참 신기하기도 했다.
경기가 안 풀린다는데 어째 여기는 이렇게 사람들이 넘쳐나는지 대단했다.
대충 자리 잡고서 벗씨가 그렇게도 맛있었다는 메뉴를 주문했다.
샤브 칼국수 4인분이었다.
김치만두도 한 접시 주문했다.
처음 밑반찬이 나왔다.
김치 한 접시, 단무지 한 접시, 고추 세 개씩 담긴 접시 두 접시, 된장 두 종지, 그리고 소스를 담은 개인 종지 한 개씩, 그리고 빈 그릇 하나씩이 나왔다.
옆 좌석에서 손님 네 분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다.
빈 자리를 보니 고추 접시에 고추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주인이 거둬 가기 전에 우리 테이블로 잽싸게 옮겼다.
그 고추가 먹음직스러웠기 때문이다.
음식에 대해 탐을 내는 것을 보니 오늘도 배가 많이 불러서 집에 갈 낌새다.
아직 음식도 나오기 전이지만 그 고추 한 개를 된장에 찍어 아삭하고 입으로 깨물었다.
역시 맛있었다.
하나도 맵지 않았다.
사각사각 소리 내며 씹고 있는 내 모습을 보더니, 다래도 한 개 집어서는 된장을 발라 입에 넣었다.
'웬 일일까?
평소에 우리 다래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반찬인데.
이제 대입수능을 끝냈으니 지도 다 컸다는 얘긴가?'
조금 있으니 육수 한 냄비를 내왔다.
젊은 아주머니 종업원은 테이블 중앙에 설치되어 있는 가스렌지에다 그것을 올려 놓고 스위치를 휙 돌렸다.
"깔깔깔깔 파르르르!"
불이 붙었다.
그리고는 채소가 담긴 커다란 접시를 하나 가지고 왔다.
접시 바닥에는 팽이버섯, 양송이버섯, 양파, 배추 등을 썰어서 깔고, 그 위에는 쇠고기를 얇게 썰어서 얹었다.
부피가 제법 큰 것을 보니 4인분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옆에는 또 칼국수 비슷한 것을 한 접시 놓았다.
이 칼국수는 금방 만들었는지 서로 달라붙지 못 하게 밀가루가 허옇게 발라져 있었다.
이러는 사이 주문한 김치만두가 먼저 나왔다.
어린아이 주먹만한 것에서 김이 무럭무럭 났다.
한 접시에 여덟 개다.
한 사람 앞에 두 개씩 분배하고 각자 책임량을 정했다.
아무래도 벗씨가 다 못 먹지 싶은지 바다한테 나누어 준다.
바다는 잘도 받아 먹는다.
배가 고프던 찰라라 뜨거운데도 불구하고 후떡 먹어치워 버렸다.
잠시 후 이미 조금 데워서 내왔는지 육수는 빨리도 끓었다.
벗씨가 설명했다.
"이렇게 육수가 끓으면 채소를 요렇게 넣고 살짝 데쳐지면, 고기를 젓가락으로 살짝 담그었다가, 채소와 함께 소스를 발라 먹으면 된다. 이렇게 말이다. 이렇게."
한 번 먹어 봤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우리는 그렇게 따라했다.
끓는 물에 고기를 담그고 3~4초만 있다가 바로 먹었다.
참 맛있다.
정말로.
배가 고파서 그런가?
우리 아이들은 채소를 잘 안 먹는데 오늘따라 잘도 먹는다.
채소를 빈 그룻에다 살짝 올려 놓고, 고기를 집어 익혀서는 소스를 조금 바르고, 이미 그릇 위에 가져다 놓은 채소와 같이 입으로 쏙 넣는다.
우리 아이들 입이 오물오물 거리는 것을 보니 내가 괜히 행복해진다.
이렇게 조금씩 먹다가 보니 어느새 고기는 다 떨어졌다.
내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아주머니, 여기 샤브 고기 한 접시 추가요."
손님들이 너무나 많아 엄청 시끄러운데도 이 소리를 언제 들었는지 재빨리 가져온다.
우리는 또 고기 집은 젓가락을 육수에 퐁당퐁당 담그는 데 정신이 없다.
너무 맛있으니까 먹을 때는 양보도 없다.
아무래도 계속 고기로 배를 채우기는 좀 그럴 것 같아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물만두를 주문했다.
아직도 고기를 계속 먹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 물만두는 말랑말랑한 데다가 한 입에 쏙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분식집이나 이런 곳에 오면 제일 먼저 주문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벗씨가 추천하는 것으로 먹어야겠기에 기다렸던 것인데, 난 끝까지 참질 못 하고 그냥 주문해 버렸다.
물론 벗씨는 일단 나오는 것 다 먹고 그래도 모자라면 시키자고 했지만, 내가 먹고 싶어 죽겠는데 그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손님이 많아서 그런지, 준비성이 좋아서 그런지, 기다릴 것도 없이 물만두가 나왔다.
나오자마자 입안으로 쏙쏙 잘도 들어갔다.
이 물만두 맛은 연애시절부터 먹기 시작해 25년 가까이나 흘렀는데도 맛은 그대로다.
모양만 다양하게 나올 뿐이지 맛은 그대로다.
간장에 살짝 적시고는 입으로 후 하고 불어서 뜨거운 기운을 가시게 하고는 한 입에 쏙.
아이고, 미칠 것 같은 감칠맛이 난다.
이 맛은 단순히 돼지고기를 비롯한 꾸미맛이라든가, 익힌 만두피의 밀가루 맛이라든가, 간장 맛이라든가, 이런 것들 때문만이 아니다.
물기가 차르르 흐르는 것이 눈에 보기에도 고소하게 생겼고, 접시에서 떼 내어 입으로 들어가기까지의 말랑말랑한 느낌이 끝내준다.
단숨에 몇 개를 집어 먹고는 애들한테 권했다.
"역시 만두는 물만두가 최고야. 언제나 변함이 없어. 얘들아, 많이 먹어라."
물만두를 먹는 사이 육수는 어느덧 많이 졸여졌고, 고기와 야채도 다 먹어 버렸다.
이번에는 펄펄 끓는 육수에다 국수를 넣었다.
아주머니가 오더니 육수를 더 보충해 준다.
벗씨는 국수가 밑바닥에 눌지 않게 기다란 젓가락으로 휘휘 저었다.
그 때 옆에서 손님 접대하느라 바쁘게 왔다갔다 하던 아르바이트 남자 직원이, 들고 오던 반찬 세트를 그만 바닥에다 뒤집어엎어 버렸다.
"철퍼덕!"
"아이고, 깜짝이야. 옷 다 버리겠네."
옆 좌석에서 식사하던 손님들이 긴급히 대피한다.
이미 바닥에는 간장종지가 여기저기 내 팽개쳐져 있고, 반찬물들이 흥건히 흩어져 있다.
각자 옷 안 버리게 옷을 챙기고는 옆으로 비켜 앉는다.
우리는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광경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열심히 국수를 끓였다.
육수 끓는 온도와 식사하는 손놀림으로 인해, 그렇게도 춥던 바깥 날씨는 벌써 잊어 버리고 있었다.
윗옷 단추와 지퍼를 열고 열기를 식혔다.
국수를 한 젓갈 집어서 맛을 봤다.
다 익었다.
길게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계속 딸려 나온다.
뜨겁게 익어 있는 국수 가락을 계속 입으로 빨아들였다.
뜨겁다.
쫄깃쫄깃하다.
그냥 밀가루가 아니고 뭔가 쫄깃해지도록 찹쌀가루라도 넣은 것 같다.
"얘들아, 다 익었다. 먹어라."
"아부지도 참, 성격도 급하시네요. 조금만 기다리면 제대로 익을 텐데."
"아니다. 다 익었다. 참 맛있다."
개인 그릇마다 가득하도록 국자로 퍼 담아 주었다.
길게 달려 나오는 국수 가락은 국자로 살살 문대서 잘라 가면서 퍼 주었다.
이걸 다 먹으면 배가 엄첨 부를 것 같다.
그래도 후후 식혀 가면서 다 먹었다.
이젠 국물이 조금밖에 안 남았다.
난 배가 불러서 도저히 더 못 먹을 것 같다.
그 때 아주머니가 오더니
"죽 끓여 드릴까요?"
라고 하신다.
'아이구, 여기에다가 죽까지 먹게 되다니.'
"예, 끓여 주세요."
이왕 공짜니, 아니 돈을 자 지불하는 것이니 주문하고 볼 일이다.
중간 크기의 공기에다가 밥하고 나물 잘게 썬 것을 담고, 생계란 터트린 것 한 접시를 가지고 온다.
"이걸 여기에다가 넣어서 끓이다가 다 끓으면 계란을 넣어 주세요."
아주머니 말대로 밥을 넣고는 국자로 저어 가면서 죽을 끓였다.
이미 끓고 있는 육수에다 밥을 넣은 뒤라서 바로 끓기 시작한다.
또 저었다.
물과 밥이 어느 정도 혼합이 되고, 죽이 되고, 거품이 콩닥콩닥 올라오면서 구멍을 만들어 낸다.
계란을 부었다.
더 열심히 저었다.
거품 구멍이 만들어지는 모습에 침이 꼴깍 넘어간다.
난 이미 배가 너무 불러 먹을 수 없는 지경인데도 한 숟갈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참았다.
죽이 노릿노릿하게 되고, 물기가 어느 정도 줄어들자 국자를 우리 아이들한테로 넘겼다.
"자 먹어라. 다 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배가 크기도 크다.
내보다 휠씬 많이 먹었는데도 끄덕도 안 한다.
한 그릇씩 덜어서 먹는다.
특히 다래가 더 잘 먹는다.
"와, 맛있다. 아까 국수는 별로였는데 이건 정말 맛있다."
다래가 한 마디 했다.
한참 클 나이인데 다래 입에 뭔들 안 맛있겠나 싶다.
수능을 치고 나서 살이 5킬로그램이나 쪘다고 난리를 칠 때는 언제고 맛있는 죽을 보고는 계속 먹는다.
난 맛을 못 봐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고소해 보이는 것이 정말 맛있는 모양이다.
"꼭 전복죽 같아요. 우리가 변산반도 갔을 때 먹은 죽 같기도 하고요."
다래가 지금부터 5년 전쯤 변산반도에 가서 전복 같은 조개류를 넣은 죽을 먹은 적이 있는데, 그 맛을 아직도 못 잊어 기억하고 있다가 비교하며 말했다.
맛있기는 한 모양이다.
"오늘 여기서 먹은 것 중에서 제일 맛있네요, 이 죽이."
마무리 멘트를 한 번 더 날리는 것을 보니 정말 맛있기는 맛있는 모양이다.
벗씨는 오늘 여기서 회식하게 된 것에 대해, 다래의 이 한 마디를 듣고는 흐뭇해한다.
벗씨는 몇 번에 걸쳐서 벼르고 벼르던 회식이었으므로 성공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기분이 좋아진 탓에 벗씨가 한 마디 더 보탰다.
"우리, 이왕 회식하러 나온 것, 오늘 토요일이고 하니 영화나 보러 가자. 침산동 외가에 들렀다가."
그래서 메가박스로 바로 달려가서는 밤 아홉 시 십 분에 시작하는 '그 해 여름'이라는 영화를 봤다.
회식 치고는 부티 나게 했다.
봉창이 해물탕은 과연 대단했다.
2006년 12월 2일
멋진욱 김지욱 서.
첫댓글 봉창이 해물탕! 그래 맛있던가요. 영화도보고. 우린 추워 꼼작않고 집에있었는데........그럼계획되로 갈걸
언제 한 번 같이 갑시다아~
나도 봉창이를 묵어 봤지만 이렇게 중계방송 하는 봉창이는 못무봤다.글을 읽어면서도 침이다 넘어간다.자다가 묵고 싶어 봉창 두들기까바 걱정이네.잘 읽었소.
앗~봉창이 칼국수에 김치는 넣고 끓이셨나요?^^ㅎ그래야 맛있는데~ㅎ장윤자 단우님~다래하고 데리고 오고 싶다 하셨는데~^^정말 가셨내요~^^ㅎㅎ
히~내가 짭을까봐 김치를 살짝만 넣었지.. 그래도 맛있었어. 땡큐..
우리집 수민이도 엄청 좋아하는 봉창이 칼국수 ~~ , 아~ 나도 가야지 식구들 대불고....
네 단우님, 꼭 식구들 모시고 한 번 다녀오세요.. 4명이면 샤브 칼국수 3인분만 시켜드셔도 됩니다. 김치만두는 꼭 추가하시구요~^*^
물만두도 시켜야 되는데...... 히히.
총 예산이 얼마 듭니까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갈라꼬하는디... 하루에 ?씩 저축 해놔야 하남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