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여행
(목포역에서)
석탄 실은 검은 열차가 수없이 오간 목포역.
사선을 넘는 석양의 눈빛은 황홀한데 삶을 위해 낙지를 팔아야하는 아주머니의 눈 속에는 불쌍한 검은빛이 숨넘어가게 담겨 있었다.
제발, 세발낙지를 어서팔고 빨판에 힘 떨어진 낙지마냥 업혀있는 아가를 편히 내려놓고 젖을 물려야하는 어머니의 초조한 눈빛이 서성 거렸다.
엄마를 닮은 아이의 두 눈, 살았다고 가끔 꼼지락거리는 연체동물, 온종일 업혀 지내느라고 두 손 두발이 낙지만큼도 자유롭지 못했을 아이....... 나는 낙지를 사야 내 맘이 편하고 한꺼번에 세 사람의 편안한 휴식을 찾아 갈 것 같아 세발 낙지를 떨이로 샀다.
주섬주섬 큰 대야를 챙기고 엄마가 바삐 떠난 여운 끝에 아가의 작은 발이 내 마음속에 달린 슬픈 장신구처럼 달랑 거렸다.
석탄 묻어 검어진 포대기 끝자락과, 질끈 동여매어 움푹 들어가 보이지도 않는 끈 속에 묶인 하루를 팔고 목포역을 떠나는 아기의 엄마를 검정 봉 다리를 들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저녁은 석탄처럼 검어지고 아기의 초롱 한 검은 눈이 나와함께 기차를 탔다.
여행 끝이라 피곤에 지쳐 그대로 잠들었을 터인데 행여 비닐봉지가 터져 낙지가 흘러나와 흐느적거리고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놀랄까 손잡이를 놓지 못했다.
여러 차례나 깨는 설핏 잠을 자다깨나 할 때마다 아이의 초롱 한 눈빛 꿈만 수차례나 꾸었다.
나는 부잣집 아이와, 예쁜 아이와, 귀티 나는 아이가 슬피 울어도 나는 슬프지 않았다.
울지도 않았고, 그 사연도 묻고 싶지 않았고, 웃는 모습을 보아도 그다지 기쁨도 크지 않았다. 예쁘고 부유하다는 프리미엄을 가지고 태어났으니 더 이상의 축복은 측은한 아이의 몫이어야 한다는 나만의 형평성 때문에 때론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 되곤 했다.
목포역은 아기의 볼과 이마에 흘린 땀을 닦다가 석탄으로 얼룩진 석양이 타던 추억자국이다.
작은 조개탄 하나씩 양쪽에 박아 놓은 듯 까만 눈, 흰자위 테두리 두른 아가의 얼굴........
내 눈은 신문에 난 측은한 사연은 아내에게 소리 내어 두 줄도 읽어주지 못하는 눈물장이다.
그날 내 심장은 석탄 실은 열차였다.
레일 위를 달려오는 내내 열차에 가속도가 붙어 기관실이 온통 뜨거워졌다.
‘흑 흑 흑 흑.....’ 실린더로 바삐 바퀴를 돌려대는 진~한 눈빛 여행이었다.
_2007년5월10일 목요일에 썼던 쪽지를 발견하고_
눈빛여행.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