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울진 남수산(438m), 대령산(652.4m)
솔향 짙은 울진의 숨은 명산
대령산은 경북 울진군 원남면과 서면의 경계에 자리하는 해발 652m의 산이다. 산에 미친 산꾼조차도 찾아 오르기가 쉽지 않은 울진의 영산을 서울방배우정산악회 최진무(72세) 회장의 각별한 배려로 이종훈(77세) 만산회 회장과 동행해 취재길에 올랐다.
남수산-대령산 종주산행의 들머리는 울진군 원남면 매화리에 자리한 울진군 농업기술센터. 남수산에 산행하러 온 차량의 주차를 허용한다는 입구의 안내문에 울진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을 읽을 수 있었다. 입구 맞은편에 세운 '남수산 등산안내도'를 살펴보고 나무계단을 올라가자 뒤이어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선 적송이 오늘의 멋진 산행을 예고한다. 이어지는 능선은 향기로운 솔숲길. 하늘로, 하늘로 군더더기 없이 올곧게 자란 울창한 솔숲능선은 솔향기 흩날리고 폭신폭신한 솔가리가 수북한 행복의 산길이다.
장의자와 이정표가 마련된 제1쉼터, 넉넉한 평상과 이정표가 마련된 제2쉼터에서는 잠시 쉬어가며 소나무를 스치는 맑은 바닷 바람소리를 즐겨야 하리라. 이정표 삼거리부터는 잠시 시멘트길을 따라 제3쉼터에 이른다. 이곳에서 오른쪽 시멘트길은 지도상의 정수리로 이어지고, 왼쪽(서남쪽) 길은 정상석이 자리한 남봉에 이른다.
지도상의 정수리는 민간인의 출입을 금한 군부대. 서남쪽의 계단을 이어 등로상의 정수리(남봉)에 올랐다. 국토지리정보원의 5만 출척 지도상의 정수리와 엇비슷한 높이의 이곳 남봉에는 울창한 솔숲 속에 큰 정상석이 자리한다. 1993년에 세운 정상석은 모양과 글씨도 멋있거니와 뒷면에는 남수산의 유래 등을 자세히 새겨놓았다.
'...(중략)...산의 여러 곳 돌구멍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그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남수산(아지랑이 嵐, 동구멍 峀)이라 이름하였고, 격암 남사고 선생이 어린 시절 공부를 하였던 영산이다. 산의 동쪽 기슭 몽천동에는 조선시대(효종, 숙종, 정조) 비지를 모아 소장하였던 삼조어비각이 있고, ...(중략)...'
빗돌 뒷면에 등장하는 남사고(호는 격암, 1509~1571) 선생은 조선 중기의 학자다. 격암 선생은 효행과 청렴으로 이름이 높았으며, 역학, 풍수, 천문, 복서, 관상의 비결에 도통해 예언이 꼭 들어 맞았다고 전한다. 문집으로 <격암일고>가 있으며, 풍수지리에 많은 일화를 남겨 그의 이름으로된 도참서인 <남사고비결>과 <남격암십승지론>이 <정감록>에 전한다. 특히 <남격암십승지론>에는 정감록사상의 십승지지, 이른바 재난이 일어날 때 피신처인 열 곳의 보길지를 구체적으로 예언, 기술하였다고 한다.
남수산 빗돌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남녘 능선을 이어가니 곧 2004년에 설치한 삼각점과 관리표가 자리한 넓은 쉼터에 닿았다. 평상이 마련된 이곳은 수십 명의 산꾼들이 머물 수 있는 너른 쉼터. 다시 솔숲길을 이어 굴구지 사거리를 지나 허리길 삼거리에 이르렀다. 바로 오르면 410봉이고, 왼쪽 허릿길을 이으면 기양리 삼거리(이정표가 있음)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다시 주능선에서 만난다.
남수산 빗돌과 이별한지 50분쯤 지나 너덧 그루의 아름솔이 지킨 송이움막을 만났다. 송이움막에서 다시 50분쯤 가자 울진군 3개면(근남면, 원남면, 서면)의 경계를 이룬 소령산 삼거리를 만났다. 이곳에서 오른쪽(서쪽)으로 조금 오르면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하고 작은 돌탑이 자리한 신비스런 소령산(해발 약 590m)이다. 되돌아 온 주능선에서 남족으로 조금 내려가니 소령산 삼거리에 있어야 할 이정표가 쓰러져 있다. '소령산(3거리), 대령산 3.4km, 남수산 4km, 기양3리마을 3.6km'라 적힌 이정표에서 지도상의 무명봉인 소령산의 이름이 밝혀졌다.
남쪽 가파른 능선을 조심스레 내려가 소령산과 대령산을 가르고, 서면의 왕피리와 원남면의 기양리를 걸어 넘던 옛 고갯길 마루에 내려섰다. 당나무가 아직도 자리한 이곳에서 좌우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옛길의 흔적은 거의 사라지고, 생태계의 천이로 소나무 대신 참나무가 숲을 이루었다. 더더욱 이곳에서 만나는 이정표(대령산 2.2km, 왕피리 1.7km)를 마지막으로 대령산을 지나 산행이 끝날 때까지 이정표를 전혀 만날 수 없었으니.
가파른 오름이 시작되었다. 급경사 150m를 내려온 곳에서 다시 급경사 200m를 치고 오르는 고행 끝에 드디어 대령산 정수리에 닿았다. 고진감래라! 그리고 그리던 대령산의 정수리는 신비로웠다. 1978년에 설치한 2등급 삼각점과 작은 돌탑, 대구 신암산악회(김문암)에서 만든 정상목이 소나무에 걸린 정수리에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사방을 에워싼 나뭇가지 사이로 울진바다만 간신히 보일 뿐, 신비로운 영산은 조망조차조 거부했다.
빠듯한 일정이라 하산을 서둘렀다. 대령산에서의 하산길은 면계능선을 벗어난 남동녘 능선을 따라야 한다. 5분 후 만난 능선삼거리 헬기장(해발 약 580m)에서 표지기가 여럿 달린 오른쪽 능선을 택했다. 곧 묵무덤이 나오고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울진바다를 굽어보는 능선길이 길게 이어졌다. 때로 동쪽으로 이어지는 산길에서 작은 송이움막을 만났지만, 대체로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길게 따라 갈면리를 훤히 굽어보는 마지막 능선삼거리(해발 약 230m)에 닿았다.
이곳에서 오른쪽이나 왼쪽 모두 조금 더 내려가면 만나는 임도에서 3m 정도의 벼랑을 만나는데, 발줄이 준비되지 않은 산꾼이면 조금 뒤돌아간 지점의 오른쪽(서쪽)의 표지기가 여럿 달린 지점에서 임도로 내려가야 한다. 우리는 안전한 길을 찾기 위해 이곳에서 상당한 시간을 지체했다. 내려선 임도길을 느긋하게 걸었다. 늦은 봄이면 오동나무가 보랏빛 꽃을 피울 임도길을 따라 기양저수지 위쪽에 자리한 무릉도원관광농원터에서 종주산행을 마감했다.
*산행길잡이
울진군농업기술센터-(1시간)-남수산-(2시간30분)-대령산-(1시간40분)-무릉도원관광농원터
남수산~대령산 종주산행의 들머리는 울진군 원남면 매화리에 자리한 울진군 농업기술센터. 정문 맞은편에 자리한 남수산등산안내도 앞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나무계단을 올라가면 하늘을 찌를 듯한 적송을 만나고, 뒤이어 솔숲능선이 이어진다. 장의자가 놓인 제1쉼터, 평상이 놓인 제2쉼터를 지나면 시멘트길 삼거리에 이른다. 서쪽으로 시멘트길을 올라가면 남수산의 북봉(지도상의 정수리)과 남봉으로 갈라지는 제3쉼터에 이르고, 왼쪽의 나무계단길을 이어가면 정상석이 자리한 등산로상의 남수산(남봉)에 올라선다.
정상석과 이별하고 남서쪽으로 능선길을 이어가면 삼각점과 관리표가 자리한 쉼터를 지나 410봉 직전의 허리길 삼거리에 이른다. 바로 오르면 주능선이 이어지고, 왼쪽의 허리길을 따르면 뒤이어 만나는 이정표 삼거리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야 주능선에서 만난다. 다시 만나는 주능선길을 이어가면 옛 산불지대를 지나 송이움막을 만나고, 이윽고 3개 면의 경계에 이른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올라가는 590봉은 소령산이다. 다시 주능선으로 되돌아와서 조금 내려가면 서면의 왕피리와 원남면의 기양리를 이어주는 옛길 고갯마루(이정표-대령산 2.2km, 왕피리 1.7km)에 내려선다. 당고목이 자리한 이곳에서 다시 가파른 오름길을 30여분 올라가면 대령산 정수리에 이른다. 정수리에는 1978년에 설치한 2등급 삼각점이 자리하고 작은 돌탑과 소나무에 매단 정상팻말이 있다.
하산길은 면계 능선을 벗어난 동남쪽 능선길을 따른다. 뒤이어 헬기장에 이르고, 다시 뚜렷한 능선길을 길게 이어내리면 작은 송이움막을 지나 임도 직전의 삼거리(해발 약 220m)에 이른다. 이곳에서 오른쪽과 왼쪽 양쪽 모두 조금 내려가면 임도와의 경계에 3m 정도의 벼랑을 만나게 되니 주의를 요하며, 밧줄이 준비된 산꾼만이 내려설 수 있다. 이 삼거리에서 지나온 길로 조금 되돌아가면 오른쪽(서쪽)으로 방배우정산악회 표지기가 달린 지점에서는 임도로 내려서기가 쉽다. 임도를 느긋이 따라가면 69번 지방도가 지나는 기양저수지 위쪽의 무릉도원관광농원터에 내려선다.
울진군 농업기술센터~남수산~대령산~무릉도원관광농원을 잇는 종주코스는 6시간쯤 걸린다. 울진지역은 5월15일까지 산불예방강조기간이니 산행계획에 참고 바람.
*교통
동서울터미널에서 울진까지는 1일 22회 시외버스가 다닌다. 울진터미널에서 원남면 매화리를 지나는 군내버스가 1일 18회 다닌다. 매화리 정류소에서 내려 농업기술센터까지는 걸어서 20분쯤 걸린다.
울진택시(054-782-3330)를 이용할 경우 원남면 매화리 울진군 농업기술센터 앞에서 내리면 된다. 요금은 12,000원쯤 나온다. 하산지점에서도 울진택시를 부를 수 있다. 매화리 정류소까지는 8,000원쯤 나온다.
*잘 데와 먹을 데
원남면 매화리 면사무소 주위에 작은 식당이 여럿 있으며, 숙박시설로는 동아장여관(783-1116)이 있다. 울진읍내에는 용꿈장(783-8844)을 비롯한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많다.
글쓴이:김은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