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방황하는 칼날>은 미스터리 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일본에서 논란이 된 소년법과 딸을 잃은 한 아버지의 살인을 소재로 사법제도에 대한 모순점을 드러낸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무거운 주제들을 탄탄한 이야기 구조 속에 배치하며 정의란 무엇인지 질문한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선명한 비판의식으로 일본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물었다면, <베스트셀러>로 감각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이정호 감독은 이야기의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 사회의 보편적인 모순점을 짚어내며 좀 더 폭넓은 소통을 시도한다. 또한 살인자가 된 아버지를 쫓으며 직업윤리와 연민 사이에서 갈등하는 형사를 통해,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법한 내면의 갈등을 스크린에 담아낸다.
이상현(정재영)이 딸 이수진(이수빈)을 죽인 범인을 찾아간 곳에서 우발적으로 범인 중 한 소년을 살해하게 되면서 영화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상현이 딸을 잃은 피해자에서 소년을 죽인 가해자가 되어버린 이 순간이, 살해사건의 담당형사였던 장억관(이성민)에게는 피해자 가족이 갑자기 살인사건 용의자로 바뀌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두 인물의 아이러니한 상황이 교차되면서 영화 <방황하는 칼날> 속 본격적인 추격은 시작된다.
<방황하는 칼날>이 그려내는 추격은 바로 이 부분에서 여타의 스릴러 영화들과는 다른 지점을 만들어 낸다. 다른 스릴러 영화들이 두 주인공에게 초점을 맞춰 단편적인 추격을 풀어내는 반면, 이 작품은 딸을 죽인 공범을 쫓는 상현과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뀐 상현을 쫓는 억관을 담아내며 서로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더욱이 <방황하는 칼날>은 다른 스릴러 영화들처럼 명확한 선악구조로 정의되는 캐릭터가 아닌,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상황과 함께 끊임없는 내적 갈등과 딜레마를 겪는 두 인물을 보여준다.
<방황하는 칼날>의 또 다른 축은 추격 과정에서 펼쳐지는 연기의 사실감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호 감독이 “영화 속 모든 장면들에서 진짜의 상황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것이 예정된 합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힌 것처럼, 배우들은 자신에게 던져진 상황 안에서 자유롭게 연기를 펼치며 최대한 현실감을 살려냈다. 이처럼 철저히 배우들 자신의 해석을 통해 담긴 각각의 장면들은 예측 가능한 감정과 고정된 대사의 틀을 벗어나 리얼리티를 더하면서 관객들이 더욱 인물들에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 사회의 현재를 이야기하며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지켜볼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 시키고 있는 영화 <방황하는 칼날>은 2014년 극장가에 독보적 웰메이드 스릴러의 탄생을 예고하며 최고의 문제작으로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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