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25 < 정동진 –도째비골스카이벨리 –감추사-추암촛대바윗길-이사부길 –초곡용굴촛대바윗길 –수로부인헌화공원>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헤도니아와 에우다이모니아라는 두 종류로 구분했다. 헤도니아는 경험으로 얻는 것이며 에우다이모니아는 결과로 얻는다는 것인데 면밀히 들여다보면 행복은 경험을 통하여 결과로 남겨지는 것이라 여겨진다. 또한 행복으로 다가와 준 경험은 어떠한 사건이나 형편이 아니라 스스로의 성향이 아닌가 싶다. 살아오는 과정에 주어진 크고 작은 일은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으나 받아들이고 해결하는 성향으로 하여금 감사가 되기도 하고 불편함이 되기도 하는 것이니 인생, 맘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나이 들수록 새록새록 깨달아진다. 남편 나이 스물아홉에 결혼하여 올해 칠순이 되었으니 함께 둥지 틀어 살아 온지 40년이다. 물론 40여 년 동안 티격태격 소소한 의견대립이야 어찌 없었겠는가만 잘했거나 못했거나 그것은 피차 마찬가지였겠으니 그동안 아이들의 양육이나 서로의 교육철학은 분명 달랐겠지만 그로 하여금 단 한 번의 의견대립은 없었다. 물론 그만큼 아이들이 무탈하게 잘 자라 준 덕분이다. 뿐만 아니라 나이 일흔에도 향기에 홀리고 꽃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초록빛 꿈을 꾸는 남편의 일상은 늘 화려하다. 주일에 가까운 곳으로의 여행을 떠나더라도 항상 남편의 스케줄에 맞추어 계획을 세워야 할 만큼 바쁘게 살아가는 것을 보면 참 잘 살고 있다는 생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런 남편의 스케줄을 파고들어 5월의 이번 연휴에는 인생의 희비 곡선을 돌이켜보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애틋한 칠순에 의미를 두어 동해로 떠나기로 하였다. 딸아이의 가족과 강릉쯤에서 만나 저녁식사 정도 약속을 하고 아들아이와 우리 부부는 그들과 각자의 여행코스를 잡아 다녀오기로 하였다. 여행은 목적지가 있거나 없거나 여유로움이 가장 먼저이다. 휴게소마다 들러보는 것과 뜬금없이 작은 도시에 훅 들어가 편의점 커피 한 잔도 여행의 묘미가 된다. 사실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니 전라도와 충청도는 물론 경기도와 강원도까지 그리고 귀가하는 길에는 경상남북도를 거치게 되니 마치 이번 여행은 전국 투어라 해도 모자람이 없을 듯하였다. 또한 셋이서 단출한 여행이지만 먼 길 달리는 무료함을 덜어보기 위하여 마이크도 준비해보고 생뚱맞게 노래도 불러보면서 나름 관광스러운 여행을 즐겨보려 애썼다. 그렇게 8시간의 고속도로여행으로 도착한 강릉에서 오롯이 가족들과 남편의 칠순을 기념하고 우리는 따로 마련된 숙소로 향했다. 워낙 멀리 와서 2박3일 일정으로는 짧을 수 있겠으나 강원도 여행에서 꼭 지나가고 싶었던 새천년도로를 중심으로 강릉에서부터 삼척을 거처 대구까지 알뜰하게 둘러볼 계획이었다. 첫날 숙소는 정동진에 썬크루즈호텔이다. 물론 의논 없이 아들아이가 예약해둔 곳인데 퇴직 후 혼자서 전국을 여행할 때 이 호텔을 멀리서 바라보며 어떤 사람들은 저만한 호텔에서 여행을 쉼 할까? 궁굼했었는데 이번에 내가 그 주인공이 되어있었다. 다음날 일기예보로는 비가 내린다는데 동해까지 왔으니 날씨가 맑아 일출을 환하게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첫날밤을 보냈다. 그동안 우리가족여행은 어디를 가든 아침시간을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시작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동해에서의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서이다. 5시 30분의 일출시간에 맞추어 마침 깨끗한 하늘에서의 일출을 보는 것으로 시작하여 호텔 내에 있는 조각공원을 거쳐 계획했던 경유지대로 차질 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 약간 흐린 날씨지만 비만 내리지 않기를 바라며 도째비골 스카이벨리를 경유하고 감추사에 들어가는 시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동해를 찾기까지 얼마나 벼르고 설렜던지 계획대로 추암촛대바위를 거쳐 이사부길과 초곡용굴촛대바위길까지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나마 동해바다를 즐길 수 있었다. 비가 내리는 탓에 맑고 빛나는 동해는 볼 수 없었으나 새천년도로를 따라가며 중간 중간 쉬어가는 곳이 여행지이며 아름다운 바다와 웅장한 자연, 그리고 동해의 문화를 만나볼 수 있었다. 마지막 경유지인 수로부인헌화공원에 도착하자 비와 안개로 더 이상 의미가 없을 듯하여 동해의 어디를 가도 맑고 깊은 스케줄을 여기까지 마무리하고 대구투어를 위해 경상북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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