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선 ‘길상’, 세속선 ‘행복ㆍ장수'상징 B.C 5천년 전 토기에 등장, 전 세계서 발견
세종대왕이 썼던 익선관(翼善冠, 임금이 평상복으로 갖추어 정무를 볼 때 쓰던 관)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공개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이 모자에 불교의 상징인 ‘’자가 수놓여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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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대 국어국문과 이상규 교수팀은 2월 27일 오후 경북대 글로벌플라자에서 ‘세종대왕의 익선관 관련 조사 1차 보고회’를 열고 익선관〈사진〉 실물을 공개했다. 이 교수팀은 익선관 내부에 서 발견된 제자해(制字解, 한글 초성ㆍ중성ㆍ종성이 만들어진 원리), 수놓인 용의 발가락이 4개인 점 등을 들어 세종대왕이 썼던 익선관이라고 추정하지만, 진위여부는 추후 연구와 조사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익선관에서 눈길을 끄는 문양 중 하나가 바로 ‘만(卐)’자다. 만자는 부처가 지닌 성덕(聖德)과 길상(吉祥)을 상징, 불교를 대표하는 문양의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화엄경(華嚴經)〉 제48권에 “여래(如來)의 가슴에는 훌륭한 분의 특징인 만자 모양이 있다. 이것을 길상해운(吉祥海雲)이라고 부른다”고 기록돼 있다.
‘卍’자는 북위(北魏) 때 보리류지(菩提流支)가 번역한 〈십지경론〉12권에 ‘만(萬)’으로 기록돼 있다. 구마라집과 현장은 이를 ‘덕(德)’으로 번역, 불교 공덕의 무량함을 나타냈다.
만자는 왼쪽으로 향하는 ‘卍’(슈리밧사)과 오른쪽으로 향하는 ‘卐’(난디아바타라), 행복이 있음을 상징하는 스바스티카(십자가 형태), 물병모양을 한 푸르나가타 등이 있다.
고려불화의 아미타불 가슴에는 ‘’이 새겨져 있기도 하다. 이는 부처의 97가지 훌륭한 모습 중 제53번째의 특징이다. 동양권에서는 왼쪽으로 도는 만자와 오른쪽으로 도는 만자를 병행해 쓰고 있고, 의미도 같다. ‘卍’ 자가 ‘萬(만)’으로 읽히기 시작한 때는 당나라 측천무후 장수(長壽) 2년(서기 693)년 이후다.
그런데 숭유억불 정책을 폈던 조선시대에 왕이 불교를 상징하는 만자 문양을 왜 모자에 새겼을까. 우리나라에서는 만자가 신라시대부터 쓰이기 시작해 고려, 조선시대에 많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술사학을 전공한 유근자 박사는 “만 자는 불교를 상징하는 문자이지만, 세계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보편적인 문양”이라며 “불교에서 ‘길상’을 뜻하는 만자는 세속으로 널리 퍼져 ‘행복ㆍ장수’의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선관의 ‘’자가 종교적 의미보다는 장수 기원을 의미한다는 분석.
만자의 기원과 상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태양ㆍ흐르는 물을 상징한다고 보기도 하고, 둥글게 선회하는 모발의 형상, 신령한 빛의 상징이라고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