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k~35k
서울하늘에서 만난 비와 당신의 이야기
종아리의 불평은 주변의 응원과 경기에 집중하다보니 그 통증의 아우성은 작아졌다. 매 7k마다 higefive 카페인 에너지젤을 섭취해 주었다. 예전에는 8.5k에서 섭취를 했었는데, 모든 사람의 신체구조와 상황이 다르고 매번 퍼짐을 경험하다보니 사전 30km훈련시 섭취시간을 당겨보았더니 효과가 있어서 요즘에는 7k마다 섭취를 해주었다. 이번에 준비한 에너지젤은 총 4개 부족한 2개는 하프지점에서 나눠주는 아미노샷으로 대체 하기로 했다.
흥인지문을 지나, 신답역으로 지나가는 길목에서 하늘은 점점흐려지고 있었다. 곧 비가 올것이 직감하였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검푸른 아스팔트 바닥에 크고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 내었다. 조금이나마 물이 적게 들어오게 하기위해 목포의 마라톤전설 황서브님께서 알려주신 신발테이핑 꿀팁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신발로 둘러쌓인 내 발은 심해 깊은 곳으로 추락하는 타이타닉호 처럼 서서히 젖어갔다. 하늘에서 내린 비는, 긴 모자창을 피해 얼굴을 때렸다. 오랜만에 비오늘 날 뛰다보니 어릴 적 교복입고 폭우속을 질주를 하던 고등학교시절이 생각이 나서 즐거웠다. 비가 내리는 동안은 왠지모르게 큰 기억이 없고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마라톤을 대하는 시민의 자세
주변에 응원하는 이들도 많았다. 생전에 처음본 이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그들을 이자리에 오게 만들었을까? 마라톤이라는 운동이 참으로 오묘한 운동임을 느낀다. 반대로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혀를 끌끌찼다. 횡단보도를 지날 때면 건너지 못하게 막는 경찰들과 잽싸게 지나가려고 하는 사람들의 신경전이 재밌는 모습이기도 하였다.
우리가 뛰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감사하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25k를 지나 아차산 언덕을 지나가고 있었다. 도로의 한켠 라바콘으로 쭉 이어져 있었고 아차산 언덕에서 바라보니, 길게 늘어선 마라토너들이 또 다시 장관을 연출하였다. 때로는 출렁이는 바다의 물결 같았고, 먼길 전쟁을 떠나는 군인의 무리들 같아보였다.
내리막길을 속도를 내어 달리는 마라토너들과는 반대로 교통체증 때문에 옆 차선의 차들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였다. 앞에서 벤츠S클래서 아저씨가 창문을 내리더니 지나가는 러너들에게 소리를 친다. “ 야이 쌍X들아! 운동을 하려면 경기도 외곽에서 하지 서울 한복판에서 뭐하는 짓거리야?”라며 욕을하였다. 코로나19와 기안84 및 유명인들의 마라톤 참여로 예전에 비해 인식과 위상은 높아졌지만 아직도 부족한 시민성이 아쉬울 뿐이다.
그분이 오셨다. 주님말고 쥐님
우중주에도 불구하고 큰 페이스저하 없이 목표를 향해 뛰었다. 내심, 이대로가면 330은 어렵더라도. 335는 충분했다. 그것도 잠시 약 한시간 가량 비를 맞으며 뛰었더니 어깨는 서서히 굳어갔고 젖은 신발과 무릎은 무거워졌다. 설상가상 오른쪽 장요근에서도 통증이 시작되었다. 왼 무릎 뒤 근육들이 서서히 이격이 넓어지며 따로 노는 것 같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그분이 오셨구나 했다. 나는 홀로 주문을 외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몸도 나에게 말을 했다. “주인님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4부에서 계속
첫댓글 그래도 이번 제마는 지금껏 참가한 메이저중에 제일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젊은 러너들, 그리고 마라톤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만큼 내년 동마는 더욱 많아질 것 같습니다.
대회로 인한 서울 시민들의 불편한 목소리... 하나의 축제로, 전통으로 자리잡기까진 시간이 걸리겠죠~^^;;
교통지옥으로 유명한 뉴욕 맨허튼에 5만명이 함께 달리는데.... 42km 구간 내내 선수만큼이나 많은 응원인파의 끊임없는 응원. 우리도 그럴 날이 올거라 믿습니다 ^^
풀 달리면서 차량 모델까지 확인할 정도면.... 진정한 고수가 되셨군요 ^^
후속편 연인 기다림과 느낌이 거의 같음 ㅎㅎㅎ기대 되네요 ㅎㅎㅎ
목마에는 글을 잘쓰는 계보가 쭈~욱 이어져 가나봅니다.^^
역시 생생정보통신같은 현장감이~ㅋ
담내용이 궁금해서 카페에 들어오게 되네용^^
우와 또있어~ 42.195k가 참 길기는 기네
인생 역전드라마를 이렇게 쓸수 있다니 또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