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서울대 입학식을 다녀와서 어떤 학부모
2012 학년도 서울대 입학식에 다녀왔다.
비도 부슬거리며 오고, 그닥 잘하지도 못하는 운전을 해야 해서
아침 일찍 서울대를 향했다. 이미 서울대 입학식이 거행될 체육관 앞은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마치 장터를 방불케하는 먹거리판이 거나하게 차려져 있다. 게다가 꽃다발을 파는 상인들의 호객행위까지 덧붙여져서 더 정신이 없는 차에 어디에도 주차를 할 데가 없어서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그래도 겨우 차를 세우고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미리 와서 자리잡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간신히 자리를 잡았다. 아래층은 학부와 대학원 신입생들로 위층은 가족들로 메웠다. 리허설을 하느라고 모두들 제 자리에서 매우 열심이다. 서울대 오케스트라, 중창단, 사회자 등 모두.입학식이 열리기전에,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리허설을 거듭하는 모습을 미리 보았다. 자기 분야에서는 그래도 베테랑이랄 수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임무를 완성하기 위해 진지하게 리허설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본다.
입학식 사회자는 서울대 출신의 아나운서라는 소개가 있었다.
아래층에서 와~~하는 울림이 번진다. 미모에 청량한 목소리의 아나운서인 선배를 향한 환영인사인 듯하다. 듣기에도 매끄럽고 분명한 목소리다. 아까 리허설 때는 여러번 실수를 하더니, 막상 식이 시작되자 프로답게 진행이 매우 매끄럽고 듣기 좋다. 깃발을 앞에 세우고 서울대 총장을 비롯한 학사행렬이 시작되었다.
나중에 아들에게 들은 바로는 안철수 교수도 있었다는데, 너무 멀어서 미처보지 못했다. 식이 끝났을 때는 신입생들이 너도나도 안철수교수와 악수를 하고 싶어서 일어서고 지나가는 길에 앉았던 앞좌석 아이들은 악수를 했다고 아들이 너무 부러워했다. 아들도 안철수교수와 악수를 하려고 앞좌석에 앉았다고 나중에 실토했지만,,,, 학사행렬이 들어올 때까지 학생들은 모두 일어서 있다.
오연천 서울대 총장의 식사중에 마음에 와닿는 몇마디 말.
'타율과 관성으로부터 과감히 벗어나 여러분 자신이 스스로의 주인임을 알고, ,,,,'
인성교육을 강조한 총장의 식사를 입학생들이 마음에 새기길 간절히 바랐다.서울대를 들어오기 위해 공부에만 매진했을 아이들. 앞도 옆도 살필 틈과 시간을 미처 주지 않는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일단은 자신에게는 충실했을 아이들이지만, 이제부터는 그 좋은 두뇌와 자신에게 충실했던 시간을 타인도 돌아보면서 살아가는 힘이 되었으면 했다.
서울대 개교 이래로 최초로 여자교수가 축사를 한다는 뉴스를 전날 보고 갔는데
생명과학부 교수인 백성희교수(41세)의 축사는 의외로 담백하고 마음에 와 닿는다.솔직히 식사니 축사등은 참 구태의연한 말들의 나열인데 백교수의 축사는 자신의 생활속에서 찾은 소박하고 질박한 예들을 들어 사람을 감동시킨다.
백교수의 축사 요점 중,
'행운이라는 것은 준비가 기회를 만난 것입니다' 라는 말이다.
이 말은 백교수의 카톡문구로도 써놓고 있다고 한다.
김제동이 언젠가 네잎클로버는 꽃말이 행운인 것을 모두 아는데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아느냐는 질문을 하는 것을 백교수가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으로 우리 모두가 '행운'을 찾기 위해서 행복을 짓밟는 우를 범하면 안된다는 말을 담백하게 했다.
그러면서 행복안에서 행운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경구같은 말을 하는
백교수의 축사가 아이들에게 마음에 와닿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나도 깊이 감동하면서 듣고 있었다.
그리고 '바쁘다'는 말은 피하고 살자, 시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여유있게 살자는 말을
나도 신입생처럼 조심스레 듣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서울대 음대 선후배로 구성된 남성중창단의 멋진 화음을 끝으로 서울대 입학식은 막을 내렸다. 중창단이 선택한 노래 제목은 우리 말이 아니라서 기억할 수 없지만
노래 내용을 잠시 설명하는 것을 듣자니 승리, 가자, 라는 풀이가 들어간 노래라고 한다.
신입생들이 이제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입시에서 승리를 했으므로 그 단어가 들어갔고,
또 다른 노래는 노동자들이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의지를 꺾지 않고 앞으로 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어려운 일이 더 많은 아이들이 그 노래를 들으면서 성실하고 충실하게 공부했던 시간을 기억하면서 어떤 어려움도 힘차게 넘길 거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누구나 초심이면 안되는 일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금세 잊는다.
타성에 젖어 성실함을 잊는다.
아들이, 나아가 모든 신입생들이 오늘을 잊지 않고 주위도 돌아보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라면서 아직도 한 두 방울 비가 떨어지는 건물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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