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 접근법 381 - 긍정과 부정에서 자유로울 때.... 사유재산이 아닐 수 있다.
미술에 있어서 ‘좋음’이란 편리한 것과 불편한 것, 맘에 드는 것과 맘에 들지 않는 것, 보기 좋은 것과 보기 싫은 것 등을 동시에 보아야 한다. 그림을 그릴 때 익숙한 구도란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배워온 보통의 편안함이 기준이 되기 쉽다. 사람이 주거하는 건축물이나 이동을 위한 탈것, 입을 것 등은 안정성과 편리함을 기준으로 다양한 변화가 시도된다. 그러나 시각예술은 안정성과 편리함을 무시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이다.
그러므로 시각예술에서 ‘좋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보편적 원리나 명분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시대상황을 나타내는 특수성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명분이나 편리를 위하다보면 이념이 강화되거나 스스로 최면에 빠져드는 행위에 집착하게 된다. 풍경화를 그리거나 추상화를 그리거나 무엇인가를 만들 때, 행위에 대한 최면에 들 경우에는 ‘창(創)과 의(義)’가 사라지고 <상념>이나 <회상>,<기억>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시대상황에 나타나는 특수성’에만 관심을 두다보면 <실험>이나 <집단>적 경향이 강화되어 자기를 따르는 경우만 예술이 된다는 식의 독단이나 사리(私利)에 대한 합리화에 들기도 한다. 여기에서 사리(私利)는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사회를 바라보는 독특한 개념이다. 긍정이나 부정에 집착하다보면 예술가가 행해야 할 ‘좋음’을 가벼이 여길 수 있다.
공자는 “군자는 세상이치를 논할 때 주장하거나 그렇지 않다는 것 없이 의(義)를 따를 뿐이다”고 하였다. 論語, 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
<<여기서 잠깐; 의(義)라는 글자는 양(羊)+아(我)의 회의문자이다. 미(美)라는 글자 또한 양(羊)+대(大)의 회의문자이다. 동양에서 의미하는 양(羊)은 상서로움과 생존을 위한 근본의 의미로 사용된다. 미(美)자가 羊과 大로 구성된 것은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양을 기른다. 목축한다, 옷을 깁는다는 입장에서 보면 실생활과 관련된 미래적 가치를 의미한다. 또한 의(義)라는 글자가 羊+我로 구성된 것은 사회적 법도와 명분을 나타낸다.>>
예술작품은 부정과 긍정에 대한 접근보다는 집착과 고집에서 해방된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공자가 말했듯이 의(義)란 상황에 맞게 실천하는 일이다. 그것은 어떤 선택의 경우에 있어서 양자를 공정한 입장에서 바라본 후 전체를 그대로 수용하거나 옳음으로 기울어 수행하여야 한다. 예술작품에서는 수용이 되며 예술가에 있어서는 수행이라는 실천이 된다.
예술가 자신은 옳음에 대한 입장을 취한다 할지라도 예술작품은 거기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비록, 개인의 입장에서 예술작품이 생산된다 할지라도 그것이 사유재산이 아닐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정수화랑(현대미술경영연구소)서울시 종로구 사간동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