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성지순례 제48화
[호수의 중심 파웅도우 파야]
[2012년 11월 23일 금요일. 제4일째]
**고유명사의 발음이 제각각이라 어느 것이 정확한지 알기 어렵습니다. 다른 책 등에서는 다르게 표기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13시 12분, 아름다운 사람들 때문에 자꾸 돌아보게 되는 ‘르몽드’를 떠난다. 다시 뒤뚱거리며 그렇게 좁은 수로를 내닫는데, 바로 옆으로 진주 구슬을 흩뿌리며 아이들을 태운 배가 추월해 간다. 아마도 학교를 다녀오는 길이거나 아니면 일을 보러 나가는 가 보다. 내닫는 배위에서 아이들은 그저 일상사라는 듯 태평스런 표정들이다.
[아름다운 사람들 때문에 자꾸 돌아보게 되는 르몽드 식당]
[갑자기 진주구슬을 흩뿌리며 쏜살같이 내닫는 아이들을 태운 보트]
[보트 위의 삶이 너무나 익숙해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
10여분을 ‘쭌묘’라고 일컫는 물위 논밭을 스치며 내닫던 배가 광화문통 같은 넓은 물길로 나가더니 이윽고 거칠 것 없는 망망대해 같은 곳에 이르렀다. 고기 잡는 배 등이 한 척도 보이지 않는 것은 바로 이곳이 부처님이 계시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앞쪽으로 아득하게 육지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장엄한 사원이 나타났다. 그 사원의 오른쪽으로 역사(驛舍)와도 같은 건물이 있고, 그 안에 금시조(金翅鳥)가 탑을 싣고 있는 ‘까라윅’이라는 금빛 배가 보였다. 그 배 앞을 지나 왼쪽으로 꺾어 황금 탑이 있는 왕궁 같은 사원 앞에 보트가 닿았다. 바로 인레 호수의 상징과도 같은 파웅도우 파야(Phaung Daw U Paya)이다.
[물위의 논밭인 '쭌묘'에서 경작물을 채취하여 돌아가는 모녀]
[고기잡이 배도 사라져 버린 망망대해 같은 곳에 이르자 앞에 사원이 나타났다]
[사원 오른쪽으로 전철역사 같은 건물 안에 금시조 배가 있다]
파웅도우는 인레 호수에 인공의 섬을 만들고 건립한 사원이다. 역사는 약 40여년 밖에 되지 않지만, 인레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미얀마 국민들이 꼭 참배하길 원하는 성소가 된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바간 왕조의 제4대 왕인 알라웅시투(Alaungsithu, 1113~1160)는 전쟁 중 말레이 반도에서 5cm 정도 크기의 아주 작은 불상 다섯 구를 모시게 되었는데, 이 불상을 1120년 인레 호수의 한 사찰에 봉안했다. 세 구의 불상과 두 구의 아라한 상으로 구성된 성상(聖像)을 모시게 된 인레 호수 사람들은 그때부터 매년 10월 축제를 열었다. 금시조에 금탑을 안치한 황금의 배를 만들어 그 안에 다섯 구의 성상을 모시고 마을마다 돌며 축복을 내리는 의식을 행한 것이다. 이 의식에는 왕과 대신들까지 참석했기에 곧 국가적인 축제가 되었으며, 그로부터 수백 년 동안 계속되었다.
1965년 사람들을 비탄에 빠뜨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축제기간 중에 가장 깊은 곳을 지나던 배가 전복되면서 성상들이 사라진 것이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쉼 없이 참회하면서 성상이 나타나길 기도했다. 수년이 지난 어느 날 호수의 중심부 땅이 솟은 곳에 성상 네 구가 모습을 드러내었고, 한 구는 미역에 감긴 채로 본래 모셔져 있던 곳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 소식은 삽시간에 미얀마 전역에 퍼졌으며, 신심이 충만해진 불자들은 불상을 모실 새로운 사찰 건립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였다. 그 보시로 네 구의 불상이 모습을 드러낸 곳에 인공의 섬을 만들고, 그곳에 사원을 건립하니 바로 파웅도우 파야이다.
이윽고 다시 이어진 축제는 외발로 배젓기 등의 다양한 문화행사까지 함께 하는 대규모의 축제가 되었다. 현재는 그것을 일컬어 파웅도우 축제라고 한다.
[나쁜 용을 잡아 먹는다는 호법의 금시조가 불당을 싣고 있는 '까라윅'이라는 배]
[불상을 모시고 인레의 모든 마을에 축복을 내리려 나선 크고 작은 까라윅]
[파웅다우 축제에서 인레 호수에서만 볼 수 있는 외발로 노젓는 모습을 단체로 보여준다]
파웅도우 파야는 동서남북 네 곳에 출입문이 있다. 문은 금으로 멋을 낸 다층탑형으로 회랑을 통해 중앙의 법당으로 이르게 된다. 불당은 금으로 장식한 삼단의 붉은 지붕으로 건축되어 미얀마의 옛 왕궁모습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 중앙에 팔각의 황금 탑을 세워 부처님의 정토인 사원임을 밝혔다.
우리가 탄 배는 북쪽 문 앞에 섰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신을 벗고 회랑으로 들어섰다. 그 회랑이 끝나는 곳에서 계단을 오르니 본당이다. 본당의 중심은 밖에서 본 팔각 금탑의 바로 아래인데, 다시 황금의 다층 지붕을 닫집처럼 설치하고 그 아래에 유명한 다섯 불상을 안치했다. 그 불상을 친견하는 순간 뽀빠산에서 만난 눈사람 비슷한 조형물에 대한 의심이 풀렸다. 불상의 특징은 아예 찾을 길이 없고, 그저 금으로 만든 눈사람 같았다. 호수에 빠졌다가 다시 나타난 이후 사람들은 영험 있는 부처님이라고 하여 개금을 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수십 년 이어지다보니 30cm 정도 크기의 현재 모습이 된 것이라고 한다. 하긴 개금을 한 사람의 소원 한 가지는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하니, 누군들 개금을 하지 않겠는가.
[옛 왕궁의 모습에 사원임을 나타내는 팔각 금탑이 솟아 있는 파웅도우 파야]
[북문을 지나 회랑을 통과한 대중들이 계단을 통해 본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본당 중앙에는 금탑 아래에 닫집 같은 지붕을 마련하고 그 아래 불상을 모셨다]
[가장 영험한 불상으로 알려져 있는 다섯 구의 성상에 개금하는 불자들]
[5cm였던 불상이 30cm 정도로 커지면서 본래 모습이 사라진 파웅다우의 주존들]
향과 차를 공양 올리고 예불과 기도를 한 후 축원까지 마치니, 대중들의 얼굴이 금보다 더 빛났다. 대중을 대표하여 내가 다섯 성상에 금을 공양 올렸다. 대중들은 고 팀장으로부터 파웅도우 연기(緣起-건립 내력)를 듣느라고 삼매에 들었다. 설명이 다 끝나자 기념촬영을 하잔다. 결국 대중들의 소원대로 다섯 성상을 뒤에 모시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향과 차를 공양 올리고 예불 및 기도를 뒤 축원을 했다]
[대중들을 대신하여 다섯 구의 성상에 금을 공양 올렸다-비구스님과 남자들만 할 수 있다]
[고 팀장이 파웅도우 파야의 연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대중들의 탐구열이 뜨거워 어느 듯 삼매의 경지에 이른다]
[모두가 감동에 젖어 기념촬영을 하자고 하니 그 뜻을 따를 수 밖에 없다]
눈을 들어보니 본당의 천정은 금빛 문양으로 뒤덮여 장엄하기 그지없었다. 원형에 가깝게 조성된 벽에는 이곳에 주석했던 고승들의 진영(眞影-사진)이 모셔졌고, 파웅도우와 연관된 벽화도 보였다. 그런데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벽화들이 보였다. 가만 살펴보니 부처님의 생애에 관한 벽화였다. 모두 스물여덟 장면으로 구성된 부처님의 생애 벽화는 내게 참으로 소중한 자료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팔상도(八相圖-부처님의 생애를 여덟 장면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그림) 외에는 다른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주 천천히 벽화를 사진기에 담고는 대중들을 찾으니 이미 빠져 나가고 없었다. 본당에서 계단 아래의 회랑을 살피는데, 암자에서 하산 하던 그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밖에서 보면 붉은 색 삼충 지붕이 안에서 보면 금빛 천정이다]
[벽의 아래에는 파웅도우와 인연 있는 고승들의 진영을, 위에는 부처님의 생애를 모셨다]
[수자타가 시녀를 대동하고 죽공양을 올리고 있는 장면]
[강을 건너 부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에 이르시자 길상에게 풀을 얻어 앉으셨다]
[보리수 아래에서 정각을 이루신 후 상인들의 공양을 받고 최초 설법을 하셨다]
[카필라에 이르시자 야소다라비가 라후라를 데리고 와서 인사 올리다]
[탁발을 나가셨다가 미친 코끼리를 만나(왼쪽) 얌전하게 만드시다(오른쪽)]
[사라쌍수 아래서 열반에 드시자 꽃비가 내려 천지를 뒤덮었다]
[본당에서 계단아래 회랑을 볼 때 문득 암자에서 하산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서둘러 뒤쫓아 가니 첫 번째 배는 스님들 전용이라고 대중들이 대기 상태였다. 배에 올라 대중들을 보니, 머리 위로 햇빛이 쏟아지고 있다. 그것은 마치 부처님께서 몸은 감춘 채 두광(頭光-부처님의 머리 뒤에 환하게 빛을 발하는 것) 만을 발하시어 대중들을 비춰 주는 듯했다. 하긴 먼 장도에 지칠 줄 모르고 예불을 올리며 기도하는 그 신심을 부처님께서 왜 모르시랴! 문득 금강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 여래가 부처의 지혜로서 이 사람을 다 알고 이 사람을 다 보나니 …”
[배에 올라 돌아보니 대중들의 머리 위로 했빛이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다]
[햇빛은 마치 부처님께서 머리의 광명을 놓아 중생의 무명을 밝혀주시는 듯 했다]
[ … 여래가 부처의 지혜로서 이 사람을 다 알고 이 사람을 다 보나니 …]
첫댓글 호수위에 자리잡은 파웅도우 파야의 인연과~
반야용선을 닮은 까라윅의 장엄한 행렬~
다섯 구의 성상을 모시고 마을마다 다니며 축복을 빌어주는 보살행~
미얀마의 인레 호수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 감사합니다
아주 특별한 환경을 아주 특별하게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지혜를 만나게 됩니다. ^^
호수위에 장엄하게 자리잡은 파웅도우 파야의 모습에 가슴이 찡하게 울려왔습니다.
어디에서나 계시는 부처님, 어디에서나 부처님과 함께 하는 미얀마 사람들...
언제나 부처님과 함께 한다는 것은 가장 경이로운 일이지만, 또한 자신이 깨어있다면
어디에서나 계시고 어디에서나 뵐 수 있기에 가장 평범한 일상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부처님과 함께하는 인레 호수의 미얀마 사람들에게도, 순례객들에게도 반짝 반짝 빛이 납니다.
일상의 삶이 부처님과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일이겠지요. ^^
믿음의 간절한 소원은 영험을 낳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의 간절한 기도가 빛으로 충만한
파웅도우 파야, 어느곳이든. 자신이 머무는 곳이 영험있는 도량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행복해지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자신의 신심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가 영험도량인 것입니다. ^^
모든 사람들의 삶 속에 , 그 중심에 자리하고 계신 부처님을 감동으로 뵙습니다.
지극하고 순수한 신심은, 그곳이 어디든지 극락세계로 변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미얀마의 인레호수는 미얀마인들의 성지이고, 지구상 모든 사람들이
꿈꾸며 그리는 행복의 낙원이겠습니다. 미얀마 사람들과 그들의 맑은 신심과
아름다운 미소에 감사합니다. 스님의 안목으로 펼쳐보여주신 세계가 참으로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
낙원은 오직 사람들이 만든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 있지요. ^^
부처님의 향기로 가득한 미얀마는 불교의 보물 창고 같습니다. 나라 마다 다 그 여건이 다르고 그에 따라 생활 문화가 다를 수 밖에 없겠지만, 미얀마에는 참으로 복받은 사람들이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여건에 맞는 또 다른 낙원을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발 아래 정토가 있으나 멀리 구름 밖을 바라보나니---- ^^
호법의 금시조에 불당을 싣고 마을마다 돌며 부처님의 자비의 광명으로 집집마다 축복을 기원하는 시월의 축제,
5센치의 부처님이 30센치의 크기를 이룬 낱낱의 손길... 부처님을 향한 지극한 신심이 실천하며
이루어가는 아름다운 모습인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_()()()_
일반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불가사의하다고 하는 일들이 보통의 일처럼 실현되는 불심의 세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