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는 거의 모든 과일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앵두나무도 4년 전 20주 심어 두었는데 올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어릴 적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앵두는 시골에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심어 보고 싶어서 그냥 심어둔 것인데 4년이 지나니까 제법 실하게 자라나 추억을 되살려 주고 있다.
새하얗고 볼그스름한 꽃은 사춘기 때 짝사랑했던 여자아이 얼굴만큼 청초하고 예쁘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 물동이 호밋자루 나도 몰래 내던지고 말만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입분이도 금순이도 담보짐을 쌌다네."
앵두나무 처녀의 옛 가요 가사처럼 고향의 낭만이 흠뻑 묻어나는 앵두, 동그랗고 귀여운 새빨간 열매가 기다려진다.
어릴 적 옆집 돌담을 타고 올라가 앵두를 따 먹다 돌담이 무너져 크게 다칠 뻔 했던 기억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주인 영감에게 혼났던 일, 그 일이 우리 집에 알려져 호되게 매 맞았던 일, 앵두 집 여자아이에게 챙피했던 기억, 어릴 적 앵두에 얽힌 사연들이 새삼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어릴 적 그 예쁘던 여자아이도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 어디에선가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앵두나무를 보면 그녀도 어릴적 고향이 그리워질까?
나의 얼굴도 한 번쯤 떠올릴까?
혜림원의 앵두는 바람나서 서울로 도망가는 처녀가 아니고 고향에 남아 때묻지 않고 순정을 간직한 채 수줍은 여인으로 나와 함께 아름답게 황혼을 맞이할 것이다...
혜림원의 우물가에 자연농을 노래하면서 오래오래 누구나 사랑하고 싶은 열아홉 처녀로 남아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