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13,02,10
김형수 비오 신부님
찬미예수님, 새해 첫날을 맞이하여 사랑하는 교우님들께 세배를 올립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어 영육이 건강하시길 빕니다.」
설날은 설, 원일(元日), 원단(元旦), 세수(歲首), 연수(年首), 단월(端月)이라 하며, 조심하고 근신하는 날이라 하여 신일(愼日)이라고도 일컫습니다. 설은 삼간다는 뜻도 있답니다. 새해의 첫날에 일 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지내게 해 달라는 소망도 간직했답니다. 또한 설은 「설다. 낯설다. 익숙하지 못하다.」라는 뜻으로, 새로운 시간 주기에 익숙하지 않고 완전하지 않다는 뜻도 있답니다. 또한 설은 한 해를 새로 세운다는 뜻의 「서다」에서 유래 되었다고도 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1896년부터 태양력을 사용했습니다. 양력 1월 1일이 공식적인 새해의 첫날입니다. 음력을 썼던 전통에 따라 음력 1월 1일을 설날로 쇱니다. 설날에는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친척이나 이웃 어른들께 세배를 올리는 고유의 풍습이 있습니다. 띠나 십이지(十二支)도 양력설이 아닌 음력 설날을 기준으로 합니다.
중국의 설을 봅니다. 중국에서는 설을 춘절(중국어 간체: 春节(춘절 Chūnjié, 农历新年(농력신년 Nónglì xīnnián이라고 합니다. 대규모 귀성객이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는 등 한국과 비슷한 모습으로 보냅니다. 국토가 방대하기 때문에 보통 1주일 이상을 휴일로 합니다.
일본의 설을 봅니다. 일본의 설(お正月 おしょうがつ)은 양력 1월 1일입니다. 일본도 메이지 유신 이전에는 음력 1월 1일이 설날이었습니다. 설날 일본인들은 조-니(雑煮 ぞうに)라고 불리는 떡국을 먹습니다. 한국의 떡국과는 달리 찰떡을 사용하며, 국물도 간장국이나 된장국을 사용합니다. 새 옷을 입고 신사참배를 합니다.
서양의 신년 축제를 봅니다. 유럽 국가들에서는 한 해의 마지막 날 저녁부터 새해의 첫날까지를 기념하여 축제를 열기도 합니다. 유럽의 영향을 받은 미국 등 아메리카 국가들과 오스트레일리아도 비슷합니다.
어제와 오늘의 설날의 의의를 새겨봅니다.
설날은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입니다. 설날은 조상공경(祖上恭敬)과 효(孝)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 있습니다. 설날은 떠나 간 조상과 남아 있는 자손이 자리를 함께 하는 아주 신성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옛적엔 제상을 차렸고, 지금은 합동위령미사를 봉헌합니다. 도시생활과 산업사회라는 굴레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현대에 와서 설날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도시생활과 산업사회에서 오는 긴장감과 강박감에서 일시적으로나마 해방되는 즐거운 시간입니다. 설날은 세속의 시간에서 성스러운 시간으로 옮겨가는 소박한 공간입니다. 평소의 이기적인 세속 생활을 떠나서 조상과 함께하며, 정신적인 유대감을 굳힐 수 있는 성스러운 시간입니다.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 보더라도 설날은 아주 의미 있는 날입니다. 국민 대부분이 고향을 찾아 떠나고, 같은 날 아침 차례를 올리고, 새 옷을 즐겨 입는 날입니다. 같은 한국 사람이라는, 같은 한민족이라는 일체감을 가지는 날입니다.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볼 때도 설날은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날입니다.
설날의 덕담(德談)을 봅니다.
덕담(德談)이란, 설날에 일가친척들과 친구 등을 만났을 때 주고받는 인사말입니다. 「과세 안녕 하셨습니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해에는 아들 낳기를 빕니다.」 상대방의 신분이나 나이 차이에 따라 좋은 말로 소원을 빌어주고 축하하는 말입니다. 열양세시기 원일조에 기록입니다. 설날부터 사흘 동안 시내의 모든 남자들이 왕래하느라고 떠들썩합니다. 울긋불긋한 옷차림으로 길거리가 빛납니다.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웃으면서 좋은 일을 들추어 하례합니다. .「새해에 안녕하시오? 과거에 합격하시오. 아들을 낳으시오. 승진하시오. 병환이 꼭 나으시오. 돈을 많이 버시오.」 동국세시기 원일조에도 비수한 기록이 있습니다.
각 나라 설날 인사말들을 봅니다.
대한민국의 인사말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복은 하느님이 주는 것이란 우리의 민족의 소박한 염원입니다.
중국의 인사말입니다. 「꽁시파차이(恭喜發財) 부자 되세요. 신정(양력1월1일) 新年快乐(신년쾌악 신니엔콰이러 xinniankuaile 행복한 새해 되세요). 구정(음력1월1일) 春节快乐(춘절쾌악 춘지에콰이러 chunjiekuaile 행복한 춘절 되세요.)」
일본의 인사말「あ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今年も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
미국 인사말 「Happy New Year! Blessed New Year!」 하고 인사합니다.
천주교 신자의 입장에서 설날을 봅니다.
첫째로 일 년을 하느님의 축복 속에 지내기 위한 공간입니다.
근신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감사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날입니다.
둘째로는 돌아가신 부모 형제를 위해서, 제물 중의 최고 제물인
그리스도와 자녀들을 미사성제로 성부께 봉헌하는 날입니다.
셋째로 세상을 떠난 영혼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술이나 밥이 아니라,
가장 필요한 기도를 바침으로써 연령을 위로하고 기뻐하는 날입니다.
넷째로 동방의 예의도덕을 지키며 돌아가신 부모님에게는 물론,
살아 계신 보모에게도 효도할 것을 결심하는 날입니다.
부모가 돌아가신 뒤 음식을 아무리 산더미처럼 쌓아놓는다 하더라도, 살아생전의 밥 한 술만 하겠습니까? 우리가 우리 보모에게 얼마나 효도하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늙을 때 아들딸들이 같은 효성을 드릴 것입니다. 옛날 얘기가 떠오릅니다. 고려장 이야기입니다. 어머니를 산속에 버리고 돌아서는데 어린 아들이 아버지께 물었습니다. 「아버지 지게는 왜 안 가지고 와요?」 아버지가 되물었습니다.「지게는 뭣하게?」 아들이 대답했습니다. 「아버지가 늙으면 또 써야지요.」
다섯째로 설날엔 가정에서 좋은 말을 하며 격려하는 날입니다.
격려하는 말과 마음은 다음엔 반모임에서, 교우들이 모이는 성당에서, 그리고 미사성제 봉헌에서 이어집니다. 교우들이 성당에 모여 서로 좋은 말을 하고, 격려하면서 미사를 봉헌한다면 얼마나 은혜로운 미사이겠습니까? 이렇게 서로 좋게 말하는 것을 두고 교회는 축복(祝福)이라 했습니다. 축복이나 강복은 교회가 주는 덕담(德談)인 셈입니다.
오늘 민수기에서 사제의 축복을 이야기합니다(6,22-27 참조)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일러라. 너희는 이렇게 말하면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축복하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그들이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
축복이란 원래 좋게 말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잘되기를 빌어주는 마음입니다. 사제는 하느님의 복을 사람들에게 빌어주는 삶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세례성사 때 사제직분을 받은 일반 신자들도 서로 축복해주는 삶을 살아야 행복합니다. 그래서 연중 주일미사(감사송1)에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저희는 죄와 죽음에서 벗어나 선택된 민족, 왕다운 사제, 거룩한 겨레, 하느님의 백성이 되었고, 저희를 어둠에서 놀라운 빛으로 부르신 주님의 권능을 온 세상에 전하게 되었나이다.』
모든 신자들은 누구에게가 복을 빌어줄 수 있는 왕다운 사제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에게 복을 빌어주도록 세상에 파견한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서로 복을 빌어주기만 하면 하느님께서 약속하셨습니다.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려주겠다.」 누구도 막거나 방해할 수 없는 복을 예수님이 직접 내려주시겠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누구에게나 복을 빌어주기만 하면, 그 복은 또한 나에게 돌아옵니다. 가끔 사람들은 세상이 각박하다고 합니다. 정치 경재 문화 사회 모든 면에서 여유가 없고, 자기 것만 챙긴다고 합니다. 남을 헐뜯고 짓밟고 올라간다고 합니다. 중상모략이 난무하는 세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사도 바오로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형제여, 나는 그대의 사랑으로 큰 기쁨과 격려를 받았습니다. 그대 덕분에 성도들이 마음에 생기를 얻었기 때문입니다(필레몬1,7).」 「형제여! 나는 주님 안에서 그대의 덕을 보려고 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내 마음이 생기를 얻게 해 주십시오(필레몬1,20).」
금년 설날은 내가 먼저 축복하는 날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되어서 서로 기쁨과 사랑을 나누고 축복을 전해주는 설날입니다. 한 번을 보아도, 열 번을 보아도, 천 번을 보아도, 그대는 내 사랑입니다. 주님의 영원한 축복을 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