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2 - 서영남
9월 12일(토)
새벽에 비가 내렸습니다.
선선합니다. 아침에 국수집으로 가는 길에 민들레 희망지원센터에 들렀습니다. 참 조용한 동네입니다.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엽니다. 삼치골목은 낮에는 조용합니다. 그러다가 오후 네 시쯤부터 삼치 굽는 냄새가 나다가 밤 한 두 시까지 시끄럽습니다. 그러다가 새벽이면 가게 문을 닫고 온 동네가 조용해집니다.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로 가는 길에 벤치가 있고 정자가 있습니다. 오늘은 정자 밑에 우리 손님들 몇 명이 술판을 벌리고 앉아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은 참 무섭습니다. 조금 남은 희망마저 앗아버립니다.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를 둘러보고 국수집으로 왔습니다. 골롬바 자매님이 오늘 손님 대접할 국을 두 솥이나 끓여오셨습니다. 육개장과 돼지등뼈를 넣고 우거지를 넣고 끓인 국입니다. 토요일마다 끓여 오시는 정성이 대단하십니다.
쌀을 씻어 밥솥마다 안치고, 국은 다시 데웠습니다. 반찬도 다시 담았습니다.
오늘은 고맙게도 고마운 분께서 쌀을 세 가마나 선물해주셨습니다. 40킬로 6포입니다. 국수집에 쌀이 그득합니다. 이름도 알려주시지 않습니다.
미카엘 형제가 큰 수박을 몇 덩이 들고 자원봉사자 세 명과 함께 왔습니다. 마늘 손질을 맡겼습니다.
연안부두 아녜스 자매님이 김치와 고등어 한 상자를 보내주셨습니다.
안젤라자매님께서 손세정제를 보내주셨습니다. 입구에 설치했습니다. 손님들께 손 소독을 하시라고 했더니 처음 해 보는 것이라면서 참 좋아하십니다. 향기도 좋다고 합니다.
점심 후부터는 특별 메뉴입니다. 돈가스입니다 이종원 사장님이 모든 재료를 준비해 오셨습니다. 돈가스 소스가 일품입니다.
몇 년 만에 먹어보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어떤 분은 돈가스를 드시겠는지 물어보면 안 먹는다고 합니다. 이게 돈가스라는 것을 보여주면 그제야 먹겠다고 합니다. 모르면 무조건 안 먹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우리 손님입니다. 밥은 조금만 푸시고 돈가스를 많이 드시라고 해도 밥을 더 담으려고 애를 씁니다.
손님이 몰려오는 바람에 급한 대로 돈가스 튀긴 것을 반을 잘라드리고 다 드시면 또 드리겠다고 해도 반만 줬다고 서운해 합니다.
동네 꼬마들도 돈가스를 먹느라고 행복해 합니다.
연의 씨가 식사하러 왔습니다. 들어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왜 밥을 먹지 못하게 하느냐고 물어봅니다. 몇 번이나 밥을 먹으러 와서는 음식을 담아놓고 먹지도 않고 그냥 가버려서 음식을 버리게 했다고 했습니다. 자기는 술에 취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는 술에 취하지 않아서 기억을 잘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술을 먹으면 남을 못살게 굴어야 속이 편한 모양입니다.
첫댓글 나는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어디서든지 희망과 사랑의 향기를 이웃에게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민들레 국수집 안에서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