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 상서면 감교리에 위치한 개암사는 변산반도 국립 공원의 동쪽 끝자락에 자리잡은 천년고
찰이다. 백제 무왕 35년(634)에 묘련왕사가 애초 변한의 왕궁터였던 자리에 절을 세우고 개암사라 칭
했다고 전해온다. 그 뒤로 여러 차례 중창되어 대찰을 이루었으나 임진왜란 때에 모두 불타버리고 조
선 효종 때에 다시 중수되었다고 전한다. 오늘날의 넓은 절터에는 건물이 몇 채밖에 없어서 단아하고
도 소박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찾아오는 사람들도 드문 편이어서 산사다운 고즈넉한 정취를 풍긴다.
양쪽에 느티나무 고목들이 늘어선 돌길을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처마 끝이 날아갈 듯 경쾌해 보이는
대웅보전(보물 제292호)이 올려다 보인다. 그 뒤편에는 울금 바위를 치밀어 올린 산자락이 듬직하게
둘러쳐져 있다. 이곳 대웅보전의 문살에는 간결하면서도 짜임새가 있는 사방연속무늬가 수 놓아져 있
는데, 절집의 정갈한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듯하다. 또한 기와를 중간 중간에 박아 넣고 쌓은 흙담장,
대나무 울타리와 갈대로 둘러쳐진 요사채도 개암사만의 소박한 멋을 느끼게 한다.
대웅보전 뒤편의 산등성이에 솟은 울금 바위를 중심으로 총 3km에 이르는 석성의 자취가 뚜렷하게 남
아 있다. 이 성이 바로 백제 부흥운동의 근거지였던 주류성이라는 말이 전해오기도 한다. 울금바위에
올라서면 동쪽으로는 녹두장군의 동학군이 기치를 드날리던 고부들판이 끝없이 펼쳐지고, 서쪽으로는
봉긋한 산봉우리들이 겹겹이 포개진 심산유곡이 들어온다. 이 서쪽 방면의 산자락들이 바로 조선팔경
의 하나이자 호남 5대 명산으로 꼽히는 내변산이다.
내변산은 말 그대로 안쪽 변산, 즉 내륙 쪽의 변산을 가리킨다. 반대로 바닷가 쪽의 변산은 외변산이
다. 그리고 내변산과 외변산이 합해서 변산반도국립공원을 이룬다. 호남정맥의 산줄기 하나가 서해바
다 쪽으로 불쑥 뛰쳐나온 형상인 내변산에는 의상봉(509m), 신선봉(486m), 쌍선봉(459m) 등의 산봉우
리가 솟아 있다. 그리고 산봉우리와 산봉우리 사이에는 직소폭포, 봉래구곡, 낙조대등의 절경이 여기
저기 산재해 있다.
내변산의 봉우리들은 대체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아래쪽의 계곡에는 수많은 폭포와 여울,
소와 담이 형성돼 있어서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특히 낙조대에서 바라
보는 서해 바다의 저녁노을과 높이 솟아오른 절벽 위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직소폭포의 경관
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장관이다. 더욱이 지난 1995년에 부안댐이 완공된 뒤로는 기암괴석의 봉우
리와 울창한 숲, 산영(山影)을 담은 호수가 절묘하게 어우러져서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사가 연발하게
만든다.
개암사에서 내변산으로 가려면 부안군 상서면 소재지를 거쳐 고인돌이 여럿 있는 구암마을에서 736번
지방도로를 타야 된다. 구암 마을에서 직소폭포 초입의 사자동까지의 거리는 약 삼십리쯤 된다. 겨울
철의 내변산 등산코스 중 가족과 함께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코스는 사자동의 내변산 매표소에서
약 2.2㎞ 떨어진 직소폭포까지 왕복하는 코스이다. 느긋하게 걸어서 2시간 내외이면 왕복 할 수 있는
데다가 힘든 구간이 거의 없어서 눈이 와도 무난한 트레킹코스이다. 더욱이 숲길, 옛 절터, 저수지,
담과 소, 폭포 등을 두루 볼 수 있어 퍽 다채로운 느낌을 준다. 시간과 체력의 여유가 있다면, 직소
폭포에서 곧장 재백이고개를 통해 내소사 방면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
첫댓글 이번 여름에 우리 가족이 휴가 다녀 온곳이예요...좋은게시물 반갑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