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의동사무소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오는 날입니다.
용중님이 닦아놓은 유리창으로 초록빛 여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손님을 초대하면 무슨 음식으로 대접해야 하나 주부는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여름은 더우니 고기나 생선요리도 마땅치 않습니다.
보양식으로 먹는 삼계탕이나 보신탕은 여름철 흔히 먹는 음식인 것 같아 망설여집니다.
신선한 메뉴를 생각해보지만 평소에 음식을 탐구하지 않으니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가끔 어머니께 해 드리는 도가니탕으로 뜨겁게 땀을 내게 해드릴까 어쩔까 고민을 하다가
어머니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 더운데 무슨 도가니냐 여름엔 콩국수가 제일이다."
시원한 냉 콩국수, 작년에 농사지은 서리태 콩이 많이 있으니 걱정이 없습니다.
바깥 큰솥에 살짝 삶아 찬물에 건진 서리태콩을 들고 방앗간으로 갔습니다.
맷돌에 갈면 고소하지만 시간도 많이 걸리고 기운 없으신 어머니의 손을 빌려야 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 방앗간 주인은 쑥인절미를 자르고 있었습니다.
안주인은 깔때기 모양의 통에 삶은 콩을 넣고 호스로 물을 부어가며 익숙하게
콩을 갈아주었습니다.
저는 큰그릇에 채 다리를 올려놓고 고운채에 콩물을 걸렀습니다.
어머니는 넓적한 나무도마에 동그란 밀가루 반죽을 놓고 방망이로 밀었습니다.
점심시간에 맞추려니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어머니는 국수를 삶아 찬물에 헹구고 마지막엔 소금을 타서 문질러 씻으셨습니다.
소금물에 헹구어야 싱겁지도 않고 오돌오돌 끈기가 있다고 하십니다.
콩국수 여덟그릇 위에 차례로 채친 오이와 통깨를 얹었습니다.
동장님은 메뉴선택을 잘하였다고 맛있게 잡수십니다.
저녁에도 동직원들하고 통장님들의 송별모임이 있다고 합니다.
이제 이의동에서의 주민들과의 만남도 마지막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장을 담당하고 있는 여직원은 나흘 남은 이의동사무소를 들어서면 책상만 남아있어
마음을 걷잡을 수 없다고 합니다.
묵묵하신 사무장님은 호박전을 잘 잡수십니다.
예쁜 총무님은 샘가를 둘러보며 샘이 있는 집을 처음 보았다고 합니다.
광교신도시 개발 발표후 이의동에 발령을 받아 온 총무님은
야무진 성격이라 매사에 틀림이 없습니다. 발령 받아 올 때부터 마무리를 하고 있는 지금까지
신경쓸 일이 많아서 늘 긴장된 모습으로 동그란 눈을 반짝입니다.
그동안 동장님을 비롯하여 사무장님, 직원들은 그야말로 광교신도시개발 발표 후
밀려드는 민원과 보상절차, 이주, 이장등 신도시 개발에 따른 각종 일들에 바빴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고 떠나게 되는 주민들이 더 이상 섭섭하지 않도록 전전긍긍 눈치를 보며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동장님은 큰 문제없이 이삿짐을 싣고 떠나가는 이의동주민들을
보며 동장으로서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고 하였습니다.
살고있는 터전을 떠나는 일에 충격적인 주민들은 주위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광교 신도시 개발에 떠밀려 이의동을 떠나가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강 된장과 질경이 나물, 보리밥을 갖다 주시며 비빔밥도 권하셨습니다.
동장님에게 이의동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하시며 눈물을 지으셨습니다.
모두들 이의동을 떠나가 빈집들만 남아 외롭기가 한이 없으니 빨리 개발이 되어 이의동
사람들하고 다시 모여 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동직원들은 어머니가 손수 밀어 만들어 주신 콩국수가 맛있다고 웰빙음식이라고
입가에 웃음이 가득하였습니다. 딸아이 보다 한 살 많은 김주사는 집이 시원하여 새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다 잠을 자고 글도 쓰면 좋겠다고 합니다.
이의동 서리태 연두색 냉 콩국수가 인기였습니다.
이의동을 떠나가는 동직원들에게 콩국수라도 말아 드리니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이의동 주민의 한사람으로 저는 그 동안 고마운 인사를 하였습니다.
동직원들은 주민들이 고마웠다고 훈훈한 인심을 잊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멀어져 가는 파란색 동사무소 트럭을 바라봅니다. 칠월의 끝으로 이의동 이야기도 따라 갑니다.
도심이면서 농사를 지으며 대대로 살아왔던 이의동이 비워져 갑니다.
첫댓글 날씨도 더운데 고생하셨네요... 이번주가 지나면 이의동사무소도 문을 닫겠군요. 동사무소 직원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손님이 온다고 하면 음식 준비도 어렵지만 청소 하기에 시간이 다 갑니다. 갑자기 얼룩져 있는 유리창도 보이고 지저분해져 있는곳이 눈에 띄입니다. 애를 쓰고 청소를 하여도 표시도 나지 않는 반복된 일상들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