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지방계곡은 횡성군에서 가장 깊은 오지로 꼽는 청정한 골짜기다. 어답산(御踏山·789m), 태의산(675m), 발교산(998m) 등 높은 산봉우리에 둘러싸여 있어 물이 맑고 풍부하며 경치가 빼어나다. 이곳의 다른 이름은 병지방리계곡 또는 산디계곡이다. 이 일대는 박혁거세와 진한(辰韓)의 태기왕(泰岐王)에 관한 전설이 많은 곳이다. 병지방(兵之方)이라는 지명은 박혁거세에 쫓기던 태기왕의 수하 병졸들이 머물렀다는 설화에서 유래한다.
병지방계곡은 수목이 울창하고 물이 많아 피서철 물놀이를 즐기는 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지금도 포장공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예전보다 노면이 훨씬 양호해 차량 통행도 비교적 수월하다. 길이 좋지 않을 때는 외부에서 접근하기가 어려운 탓에 깊은 골짜기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 병지방오토캠핑장 바로 옆의 계곡 물놀이장.
병지방계곡 중단부에 횡성군에서 조성한 오토캠핑장이 있다. 일명 병지방오토캠핑장으로 불리는 이곳은 7~8월 성수기에는 마을관리휴양지로 유료로 개방해 운영한다. 동파의 위험이 높은 겨울철에는 시설을 폐쇄하지만, 그 밖의 계절에는 언제든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봄가을에도 금요일 저녁이면 이미 명당자리는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6,600㎡ 규모의 오토캠핑장 외에 넓은 주차장과 운동시설, 화장실, 취사장 등이 갖춰져 있다. 최근에 지은 시설이고 횡성군에서 관리를 하고 있어 언제나 깔끔하고 편리하다. 캠핑장 중심부와 외곽 조경에 신경을 써서 정자와 산책로까지 만들어 뒀다.
병지방오토캠핑장의 단점은 아직 나무가 자라지 않아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이다. 한여름에는 타프가 없으면 한 시간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도로 바로 옆이라 차량 통행에 따른 소음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깨끗한 화장실 시설과 바로 옆 병지방계곡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이가 찾는다. 캠프장에서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는 접근로까지 잘 마련해 두었다.
구획된 캠프장은 15팀 정도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공간이 충분치 못한 것은 흠이다. 조경에 신경을 썼지만 소나무는 그늘을 만들어 낼 정도로 자라지 않아 빈약해 보인다. 잔디밭도 흙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캠프장이 협소해 많은 팀이 캠프장 옆의 주차장에 사이트를 구축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차장은 나무가 전혀 없어 완전히 뙤약볕이다.
병지방 오토캠핑장에서 계곡을 따라 1.6km 가량 더 들어가면 계곡 건너편에 병지방 야영장이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현재 도로공사와 관광지 개발로 인해 폐쇄된 상태다. 사실 이곳이 물놀이를 즐기기에는 더욱 좋은 입지다. 재개장 여부는 향후 공사의 진행상황에 달려 있다.
캠핑장 정보 ⊙이용료: 주차비 승용차 2,000원, 텐트 2,000원, 청소비용 2,000원. ⊙위치: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병지방리 485번지 주변. ⊙전화: 033-340-2544 횡성군청 기업관광도시과. ⊙찾아가기: 횡성읍에서 횡성댐 방향으로 군도를 따라 추동리로 직진하여 전촌리와 병지방의 경계인 솔고개를 넘으면 병지방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횡성읍에서 약 16km 거리. ⊙편의시설: 개수대, 화장실, 간이화장실, 취사장. ⊙부대시설: 정자, 야외공연용 목조데크, 벤치, 그늘막, 계곡 물놀이장.
어답산
기암절벽에 올라 거울 같은 횡성호 조망
횡성 어답산(786.4m)은 병지방계곡의 동쪽을 둘러싸고 있는 굵은 산줄기다. 병지방오토캠핑장에서 접근이 쉽고 산행시간도 5시간 남짓으로 적당한 곳이다. 산길이 좀 가파른 편이지만 산행 중 시원스런 호수가 조망되고, 산행을 마치고 산길 입구의 횡성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며 피로를 풀 수도 있어 인기가 있다. 병지방에서 오토캠핑을 즐기는 산꾼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산행지다.
▲ 어답산 선바위 정상에서 횡성호 일대를 조망하고 있는 등산객들.
어답산(御踏山)의 이름은 진한(辰韓)의 태기왕(泰岐王)의 전설에서 유래했다. 그가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군사에 쫓길 때 이 산을 지나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태기왕이 이곳에서 어탑(御榻·왕이 깔고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는 도구)을 놓고 쉬었다’고 하여 ‘어탑산’이라고도 부른다.
병지방오토캠핑장에서 횡성읍 쪽으로 나가다 만나는 갑천면 추동리의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3km쯤 진행하면 도로 왼쪽으로 횡성온천장 시설이 보인다. 이 시설 뒤편에 있는 봉우리가 어답산이다. 산행은 정상에서 남쪽으로 뻗은 두 갈래 능선 가운데 오른쪽을 타고 정상에 올랐다가 왼쪽 능선을 밟아 내려오는 원점회귀형 산행이 주로 이루어진다.
횡성온천 왼쪽의 산길 입구에 ‘←등산로’라고 쓰인 작은 팻말이 보인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산사면을 100m 가량 횡단하면 온천장 아래쪽 시설에서 올라오는 산길과 만난다. 이곳에서 우회전해 계단이 놓인 급사면을 치고 오른다. 위로 오르며 점차 나무들이 굵어지며 깊은 산속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 1. 사이트가 팀 별로 구분되어 있는 병지방오토캠핑장. 2. 캠프장 남쪽 구역에 세워 둔 정자.(병지방오토캠핑장)
온천장에서 시작해 1시간이면 등산로 안내판과 벤치가 놓여 있는 선바위 밑에 다다른다. 길 왼쪽에 보이는 높이 20m 가량의 선바위는 약간의 등반 실력이 있어야 오를 수 있다. 안전시설이 없으므로 초심자들은 선바위 정상은 포기하도록 한다. 평평한 선바위 정상은 횡성호반의 푸른 물과 주변 농토가 한눈에 드는 좋은 조망처다.
정상이 목표라면 선바위는 등산로의 딱 중간쯤인 곳이다. 여기서 5분쯤 걸어 오르면 오른쪽으로 동막골로 이어지는 뚜렷한 갈림길이 나온다. 삼거리에 리본이 어지럽게 달려 있다. 이 갈림목에서 곧바로 주능선을 타고 직진해 암릉으로 접어든다.
잠시 숨을 죽였던 산길은 다시 급경사로 변한다. 5분 뒤 ‘비둑재 5.2km, 동막골 3.4km, 선바위 0.5km’라고 쓰인 팻말이 나타난다. 이곳을 지나면 한동안 횡성호와 대관대리 평야가 바라보이는 시원스런 능선길이 계속된다. 이 능선 중간에는 어답산의 대표적 소나무인 거대한 낙락장송이 서 있다. 직후 갈림길에서 왼쪽의 우회로를 택한다. 오른쪽으로 가면 길이 끊어진다. 계속해 1km 정도 진행하면 어답산 정상이다. 어답산 정상에는 벤치가 놓여 있다. 횡성호가 보이고 나무 그늘도 있어 쉬어 가기에 좋다. 이곳에 정상 팻말이 있지만, 북쪽 300m 지점의 삼각점이 박힌 봉우리의 높이가 786.4m로 21m 더 높아 진정한 최고봉이다. 이 봉우리를 향해 진행하면 중간에 어답산 제일 조망처인 ‘낙수대’가 나온다. 하지만 벼랑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헬기장이 있는 786.4m봉 정상은 사실 조망은 별로다.
삼거리 마을 쪽 하산길은 765m봉 정상 직전(북쪽 바로 너머)에서 서쪽으로 갈라진다. 가파르고 잔돌이 많아 걷기가 쉽지 않다. 5분 뒤 나타나는 절벽은 왼쪽으로 우회한다. 굵은 로프가 매어져 있지만 미끄러지기 쉬우니 조심하도록 한다. 이후 계속해 능선을 따른다. 이 능선은 등행길인 동릉처럼 좋은 조망처는 없지만 숲 분위기는 아늑하다. 작은 봉우리 위의 숲 그늘이 진 곳에는 벤치를 설치해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능선 가운데 나타나는 무덤을 지나 3분쯤 내려가면 길이 왼쪽으로 90도 꺾인다. 완경사 계곡길은 잠시 뒤 낙엽송 숲을 지나 작은 계곡을 건넌다. 바로 아래 보이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곧장 아래로 내려가면 삼거리 마을 한가운데다. 왼쪽의 콘크리트 길을 따라 둔덕을 넘어 찻길로 나서서 위로 조금만 오르면 출발점인 횡성온천이다.
횡성온천에서 출발해 선바위~어답산 장송~정상~낙수대~786.4m봉~정상~삼거리 코스는 총 7km 거리로 산행에 5시간 정도 소요된다.
교통 서울→횡성 상봉터미널에서 하루 8회(06:30~17:20) 운행. 요금 8,500원. 1시간50분 소요.
횡성에서 1일 4회 운행하는 외갑천행 버스를 이용해 횡성온천에서 하차한다. 병지방리 들어가는 버스는 하루 1회 저녁 7시24분에 횡성을 출발해 병지방리에서 자고 다음 날 아침 7시49분에 나간다.
승용차는 횡성읍에서 횡성댐 방향으로 군도를 따라 진행해 추동리 당평초등학교 앞을 지나면 삼거리 저수지에 닿는다. 횡성온천은 저수지 바로 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