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美 81년작, 한국서 되살려 역수출해 로열티 '대박'
'지킬…' 로는 日 사로잡아 "토니상 리바이벌 부문 목표"공연·미술·출판 등 한국 문화계가 세계 무대를 공략하고 있다. 양과 질의 비약적 성장을 토대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 문화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세계 속에 한국 문화계의 힘을 알리고 있는 주역들의 노력과 전략을 소개한다.
지난달 25일까지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공연하고 오는 24일부터 한 달간 샌프란시스코로 무대를 옮기는 뮤지컬 '드림걸즈(Dreamgirls)' 투어는 주당 130만달러(약 15억4000만원)씩 표가 팔리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 매출액의 1%는 한국으로 송금된다. 제작자에게 배당되는 로열티다.
수입 뮤지컬이 지배하는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적지 않은 로열티의 수혜자가 된 주인공은 신춘수(43)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다. 신 대표는 "로열티 수입보다 뮤지컬 제작자로서 미국에 이름을 알리고 입지를 넓혔다는 게 더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의 제작자인 그는 "한국 뮤지컬 시장은 곧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면서 "국내·해외 사업의 비율을 현재 8대 2에서 6대 4, 5대 5까지 바꿔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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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먼저 공연하고 한국으로 들여온 뮤지컬‘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무대에 앉아 있는 신춘수 대표. 그는“뮤지컬은 숙명적으로 큰 시장을 향해 가야 한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드림걸즈'는 1981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토니상 6개 부문을 차지한 대작이다. 세 흑인 소녀가 어두운 쇼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가수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로, 2006년엔 비욘세가 주연한 영화로 국제적 인지도를 높였다. 그런데 2008년 음악·연출·안무·무대 등을 수정해 '드림걸즈' 리바이벌 뮤지컬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영미권 프로듀서가 아니라 한국인 '미스터 신(Mr. Shin)'이었다.
그는 브로드웨이 프로듀서 존 브릴리오와 함께 '드림걸즈' 초연 작곡가 헨리 크리거, '프로듀서스' 무대디자이너 로빈 와그너, '헤어스프레이' 의상디자이너 윌리엄 어비 롱 등 토니상 트로피 15개를 가져간 스태프들을 모았다. 첨단 LED 패널로 장면을 전환하는 이 리바이벌 버전은 지난해 2월 서울에서 한국 배우들로 먼저 공개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드림걸즈'는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베스트 외국뮤지컬상 등 5개의 트로피를 받았다.
이 뮤지컬은 지난해 11월 뉴욕 아폴로극장에서 미국 투어의 막을 열었다. 배우와 언어만 달라졌을 뿐 의상·가발·세트 등은 한국에서 본 그대로였다. 하지만 멜로디와 가사 사이에 틈이 없어 자연스러웠고, 노래와 춤도 더 끈끈한 점성으로 뭉쳐 있었다.
"리바이벌 '드림걸즈'는 내년 3월 브로드웨이에서 장기공연을 시작해요. 토니상 리바이벌 부문 수상이 목표입니다. 내년 12월엔 영국 웨스트엔드에도 진출합니다."
오디뮤지컬컴퍼니는 요즘 외국과의 합작 형태로 대형 프로젝트 두 개를 추진 중이다. 고전이 된 영화 '닥터 지바고'와 차태현·박보영 주연의 영화 '과속 스캔들'을 뮤지컬로 옮기는 작업이다. '닥터 지바고'는 호주, '과속 스캔들'은 미국 공연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빅3 뮤지컬 제작사 중 하나인 오디뮤지컬컴퍼니는 해외시장 개척의 첨병이다. 9월 19일까지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도 신춘수 대표가 제작자로 참여한 가운데 지난해 3월 브로드웨이에서 먼저 올라갔다. 신 대표는 "영국에서는 작가·작곡가를 육성하는 '퍼펙트 피치' 프로그램을 후원한 덕에 오는 11월 런던에서 뮤지컬 '걸프렌즈'의 쇼케이스를 연다"고 말했다.
그는 '드림걸즈' 이전에도 2006년 조승우 등 한국 배우들의 '지킬 앤 하이드'를 일본에서 공연해 수익을 남겼다. 이듬해엔 뮤지컬 '올슉업'의 무대디자인·연출·의상 등을 일본 후지TV에 판매했다. 신 대표는 "미국 버전보다는 한국 버전이 일본 관객에게 어필한 것이라 자긍심을 느꼈다"면서 "아시아 시장에서는 한국 뮤지컬이 완성도를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01년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로 출발한 이 제작자의 별명은 '돈키호테'다. 일을 벌이기 좋아해서다. 신춘수 대표는 "수익을 낸 건 10편 중 3편 정도지만 노하우와 신용을 쌓고 있다. 꿈이 있으니 실패는 두렵지 않다"면서 "뮤지컬은 숙명적으로 큰 시장을 향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작품을 리바이벌해 브로드웨이를 두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지킬 앤 하이드'도 그런 가능성이 큰 작품입니다. 최종적인 목표요? 생명력 있는 수작을 만들고 좋은 프로듀서로 남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