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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산들의 산길
 
 
 
카페 게시글
▒☞산행기.여행기 스크랩 청량산. 다시 만나도 수줍은듯 얼굴 가리고...
기산들 추천 0 조회 92 06.08.01 10:03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청량산
다시 만나도 수줍은듯 얼굴 가리고...
2006. 7. 30. 지루한 장마 끝

 

 

지루한 장마가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연일 퍼붓던 폭우는 결국 가지지못한 민초들의 삶을 송두리채 앗아가 전쟁터 보다 더 참혹하게 삶의 터

를 짓밟고 지나갔다.

하늘은 순박한 이들에게 평생 치유할수 없는 상처를 안겨 주고도 오늘 태연하게 푸른 하늘을 연다. 

땅을치며 통곡해도 누구하나 제대로 들어줄이 없는 가난한자들의 절규는 폭포의 굉음보다 더 크게

들리지만 뚜렷한 메아리는 되돌아오지 않으니 답답하다. 

 

 

속세의 억울함과 비통함을 달래려 오는건지 아니면 일상의 지치고 고된삶을 잠시 뉘이려 오는건지

계곡의 물소리 마져 청아한 풍경소리로 들리는 청량사엔 오늘도 사람들이 줄을섰다. 

절해고도(絶海孤島).

청량산은 뭍에서 수만리 떨어진 절해고도다.

경일봉.자소봉.탁필봉.연적봉.의상봉등 12개의 섬을 차례로 띄운 청량산은 산이 아니라 섬이다.

그리고 청량산은 너무 멀리에 있다.

필자가 사는 이곳에서 그를 만나기 위해선 장장 4시간여를 자동차로 달려야 한다.

 

 

오전7시 향리에 사는 사람들과 청량사를 가기위해 모였다.

아직은 산을 만나는 것이 두렵고 제법 긴 산길이면 몇몇 사람들을 제한 나머지 사람들은 겁부터 미리

내지만 매달 모여 서로의 근황을 묻고 정담을 나누니 이 산길 또한 의미가 있다.

아직은 순박한 시골 사람들이라 혹 봉화군 청량산아래 수해로 복구작업이 한창이면 어떻게 우리만 산을

갈수 있겠냐며 내심 필자를 바라보는 모습이 도립공원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한번 해보라는 눈치다.

다행히 그곳은 심각한 지역이 아님을 안 후에야 굳었던 얼굴들이 펴진다.

남해고속도 구마고속도 그리고 다시 중부내륙고속 남안동 나들목을 나와 35번 국도의 태백 가는길로

접어들자 낮이 익은 풍광들이 보인다. 필자가 작년부터 낙동정맥을 타기위해 밤길 무던히 다니던 그 길. 안동호는 장마비로 만수다. 피서온 행락객과 낚시꾼들이 호수가에 자리를 잡고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수상스키를 탄 사람이 흰 물살을 가르며 호수 가운데를 미끄러지듯 달린다.

 

 

11시 16분 지루한 시간을 이동해온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필자를 따라온다.

필자는 청량산에 오늘로 3번째 찾아왔다.

올때마다 거센 풍랑과 운무가 봉우리를 휘감아 절색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더니 역시 오늘도 망사로

가린 얼굴이 되어 필자와 대적하듯 마주한다.  2번째 길에서 비를 만나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고통이

따르던 고난도 비탈길을 미끄러지며 내려가면서 수없이 되뇌이던 말 "허허 이 산하고는 인연이 없다"

7년전 처음 청량산을 만나려 온날 중국 황산을 다녀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우리 산들이 너무

밋밋하게 보여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던 그 순간에 운해를 살짝 비집고 나온 섬들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아 !이곳에 황산의 멋을 느낄만한 산이 숨겨져 있었구나.

당시만 해도 청량산은 원시의 모습이 충분히 있었다.

지금은 입구에 각종 위락시설이 들어섰고 거대한 산문(山門)이 약간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응진전.

옛날 한 스님이 절터를 찾아 전국을 헤메 다니다가 청량산 금탑봉 중턱 아래에 명당의 절터를 발견

하고 기뻐 하였으나 한 가지 걱정은 절터 뒤 바위 위에 건덜건덜 흔들리는 바위가 있어서 걱정이 태산

같았다. 힘이 센 스님이 올라가서 절벽 밑으로 바위를 밀어서 굴려 버리고 다음날 절터에 가보았더니

분명 어제 밀어 버린 그 바위가 제 자리에 와 있는 게 아닌가.

주변을 살펴보니 가마니를 깔고 돌을 끌어올린 자국이 선명히 남아있었다.

스님은 절을 세우지 말라는 부처님의 계시로 생각하고 여기에 절을 짓지 않았으나 의상대사는 이

흔들바위가 안전 하다는것을 알고 절을 지어니 바로 응진전이라는 것이다.

그 후 사람들은 이 바위를 건들바위 혹은 동풍석(動風石) 이라 부르고 있다. 
응진전에서 또 하나 자세히 볼 바위가 있다. 웅진전 좌측에 있는 이 바위는 부처님의 발모양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불족암(佛足岩)이다. 오랜 풍상을 견뎌온 응진전이 이제 불사를 기다리고 있다.

 

 

 

 

어풍대서 바라보는 청량사는 거대한 청량산 암봉들이 병풍처럼 감싸 포근하다.

마치 자비로운 부처님의 마음이 여기에 머무는듯 고요하고 신성스럽다.

대관령의 북쪽 백두대간상의 큰영마루인 선자령에 신선이 산다고 했다.

여기 청량산에도 신선이 노닌다.

금탑봉을 올랐다가 연적봉으로 오르더니 축지법을 이용하여 어느새 탁필봉 자소봉을 돌아 경일봉

에서 한숨을 자고 연화봉 향로봉 선학봉을 학처럼 날개짓하며 마실을 가더니 자란봉에 사뿐히 앉아

시(詩) 한수를 시원한 삼베옷처럼 짜서 푸른 장송에 걸어 놓았다.

숨어 있던산 청량산은 원효.의상의 두 대사를 득도하게 하였고 김생.최치원.영랑등 명사들을 오게해

무위를 닮은 청량산을 아름다운 글로 세상에 알렸다.

  

 

후덥지근한 날씨다.

땀이 흘러내리는게 아니라 얼굴에서 그대로 떨어진다.

한달도 더 넘게 비로 사람들을 괴롭히더니 이제 뜨거운 땡볕으로 또 사람들을 못살게할 요량인지 산

오른지 한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옷은 이미 땀으로 다 젖었다.

경일봉을 돌아 나와 전망대에 서니 멀리 자소봉과 탁필봉이 흐릿하게 보인다.

산수화.

병풍화.

동양화.

퇴계도 이곳 봉우리 6.6봉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글을 적었다.

12봉우리.8개의 굴. 12개의 대(臺)가 사방 100리쯤 되는 이 산에 늘려져 제 각각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므로 청량산은 사시사철 발길 뜸한적이 없다.  

 

 

▲ ▼ 자소봉

 

 

 

 

점입가경.

이 말을 아무곳이나 사용하지 말라. 그러나 여기 청량산엔 거침없이 사용하라.

산속을 능선을 들어가면 갈수록 아름다운 그림과 암봉의 위용이 점차 드러난다.  

산속이 바다다.

아니 산이 섬이다.

산해고도 청량산.

산중 바다에 혼으로 떠다니는 섬들

자소봉(보살봉)에서 내려다보는 사방의 풍광은 녹색의 산 바다에 섬들이 두^우둥 떠다니는걸 볼수있다. 

 

 

 

 

 

 

탁필봉.

낙락장송을 걸었다.

구름과 바람 그리고 솔향이 머문다.

숨죽이며 다가왔다 사라진 안개로 드디어 제 모습을 드러낸다.

거침없는 희망봉으로 우뚝 솟구쳐 녹색바다로 잠수하는 산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해 꼼짝없이 바라보게

하는 요술을 지닌 탁필봉. 언제나 그렇듯 게으른자는 잔인한 비 바람을 한데서 맞으며 세월을 버텨온

억만년된 봉우리에 푸른 생명을 두건처럼 두른 아름다운 저 모습을 볼수가 없다.

달려가 안기고 싶은 장송의 자태에서 올 곧게 살아갈 절개를 배워간다.

 

 

 

 

적막하던 산사가 하산하는 산꾼들과 참배객들에 의해 고요가 깨어지고 말았다.

12봉이 마치 연꽃처럼 펼쳐져 꽃술에 해당하는 자리에 터를 잡은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3년(663)에

원효가 창건 하였으며 송광사 16국사의 끝 스님인 법장 고봉선사가 중창한 천년고찰로 기도도량이다.

창건연대가 오래된 법당 유리보전은 고색이 찬연하다. 유형문화재 제47호로 지정되었다.

 

 

유리보전

 

 

 

 

 

 

풍경소리는 홈통에 떨어지는 맑은 물소리와 함께 시기와 탐욕을 지닌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해 속세를

향해 천천히 떠 내려간다. 천혜의 경관을 지닌 청량산도 고즈녁한 청량사도 사람이 없으면 허할게다.

바람에 푸른 물결이 일어 떠 다니던 12섬들도 제자리에 모두 섰다.

언제 다시 올 기약이 없어 뒤돌아 보고 또 돌아서서 올려다보니 무릉도원 무위산이 여기에 있다.

잘게 흐르던 홈통의 물이 모아져 속인들이 사는 계곡을 향해가고 속세로 가기싫어 뒷걸음질 하는 산객

의 걸망을 떠 밀며 길 재촉을 해 눈물나도록 섭섭하다. 

 

 

참고로 청량산의 정상은 의상이 수도하여 득도한 의상봉(870m. 일명 장인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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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6.08.02 11:58

    첫댓글 회장님!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청량산 갈때 저도 데려 가시지요...ㅋㅋㅋ...가고싶은산이데///

  • 작성자 06.08.02 12:16

    지수화풍님 변변한 안부도 못물어 죄송합니다. 이제 건강 완쾌 되셨는지요. 일간 한번 보고싶군요 연락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요. 청량산은 늘 그곳에 있으니 언제라도 갈수 있습니다. 쾌차하면 같이 가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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