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바와 자유
최준석 기자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어보셨나요.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의 작품입니다. 주간조선 마감날인 금요일(3월 30일) 아침 집에서 조선일보를 넘기다가 ‘그리스인 조르바’가 언급된 걸 봤습니다. 그 책 때문에 한 유명인사가 교수직을 그만두겠다고 나왔습니다.
그는 김정운 명지대 교수입니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 저자로 유명합니다. ‘남자의 물건’이라는 책도 냈지요. 조선일보는 요즘 고전 읽기 권장 차원에서 ‘101 파워 클래식’이란 기사 연재를 하고 있는데, ‘그리스인 조르바’는 이 중 한 권입니다. 김 교수는 조선일보 문화부로부터 이 책에 대해 써달라고 부탁을 받고 책을 읽다가, ‘조르바’가 얘기하는 ‘자유’에 강한 충동을 받아 교수직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했답니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겠다는 것이지요. 조르바는 태생이 자유로운 영혼이고, 그가 소설 속에서 뿜어내는 아우라는 정말 강력합니다.
김 교수가 ‘그리스인 조르바’를 좋아하는 줄은 알고 있었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지식인의 서재’라는 코너가 있는데, 거기에서 김 교수는 ‘내 인생의 책’ 다섯 권 중 첫 번째로 이 책을 꼽아 놓았습니다. 김 교수가 그곳에 써놓은 글을 잠깐 봅니다.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유일하게 좋아하는 책이 ‘그리스인 조르바’예요. 내가 대학교 들어갔을 때 읽었으니까 읽은 지는 굉장히 오래됐지요. 지금도 언뜻언뜻 들춰 보면 조르바가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너무나 자유롭게 해요. 그리고 ‘니가 지금 추구하는 내용이 도대체 뭐냐? 너는 자유롭냐?’ 이런 질문들을 이 책을 통해서 끊임없이 받아요….”
카잔차키스의 팬은 국내에 적지 않습니다. 열린책들에서 낸 ‘그리스인 조르바’를 번역한 사람은 이윤기씨(2010년 사망)입니다. 이씨는 1999년 2월 크레타섬에 있는 카잔차키스의 무덤 순례에 나섭니다. 세종문화회관 이사장인 김석만 교수와, 문학평론가 이남호 교수와 동행했답니다. 무덤 앞에는 수수하기 짝이 없는 나무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답니다. 이남호 교수는 “하하, 이것이 바로 그 고집쟁이 영감의 무덤이구나”라고 했답니다. 김석만 교수는 서울에서 가져간 진로 소주, 바나나, 그리고 국산 담배 한 대로 제상을 진설하고 절을 했다고 합니다. 공간과 시간을 넘어선, 이들의 카잔차키스에 대한 강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저도 아침 조선일보를 보고 제 책장에 꽂혀 있던 이 책을 들고 사무실에 나왔습니다. 전에 밑줄 쳐 놓았던 구절을 일하면서 짬짬이 볼 수 있을까 해서입니다. 펼쳐 보니 ‘조르바를 읽기 전과 후는 달라져야 한다’는 저의 독서 메모도 보입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시 손에 잡아보시면 어떨까요. 김정운 교수처럼 인생에 전기를 만들 새 감동을 받을지 모릅니다. 독자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