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세상으로 가는 길
지난 주 소풍을 함께했는데 어떠셨는지요.
오랜만에 여유롭게 점심을 함께하니, 밖으로 나가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한 ‘식구’라는 것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저는 백정순 권사님과 김숙현 권사님을 모시고 갔습니다. 팔달로를 거쳐서 관통로를 지나가는데, 그러고 보니 도로 이름이 진짜 멋대가리가 없습니다. 두 분 권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옛날에 여기서 데모 많이 했는데 늘 빠지지 않고 앞장섰다. 데모하다가 최루탄과 경찰에게 쫓기면 성강교회로 피해서 들어갔는데, 어느 때는 경찰이 교회 안에까지 쳐들어와서 큰 난리가 났었다. 성광교회 장로님 중에 제과점하는 분이 계셨는데 어떤 때는 빵을 잔뜩 가지고 와서 나눠주시기도 했다. 그때 일이 지금도 눈에 선하고 엊그제 같다. 듣고 있던 제가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권사님, 그때가 벌써 30년도 훨씬 더 지난 일이네요. 세월이 참 빠르지요?” 연세가 80이 넘고 90이 넘으셨는데도 그때를 잊지 않고 기억하신다는 것에 새삼 존경스럽고 ‘임마누엘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병원 고개를 넘어서 내려가니까 하시는 말씀이 “옛날에는 여기가 죄다 미나리꽝이었어” 하십니다. ‘꽝’이라는 말 정말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그 옛날 제가 살던 평화동도 ‘꽝’들이 많았습니다. 두 분 권사님에게는 관통로도 예수병원 선너머 가는 길도 소풍가는 길이고 추억의 길인가 봅니다. 쉬지 않고 두 분이 대화를 하시는데 귀가 어두워지셔서 저하고 아내가 큰 소리로 통역 아닌 통역을 간간이 해드리기도 했습니다.
김숙현 권사님은 천완신 목사님 안부를 저에게 물으시고, 김포로 이사가신 이대현 목사님에게는 가끔 전화도 하시면서 지내신다고 하십니다. 나중에 여러분들 앞에서 말씀드릴 때가 있겠습니다만, 누가 저에게 “임마누엘교회가 무엇이냐? 어떤 교회냐?”라고 묻는다면, 저는 김숙현 권사님을 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임마누엘 김숙현 권사님이셨으면 좋겠습니다.
(‘풀꽃세상’은 지난 주 함께 점심을 먹은 채식 뷔페이고, 미나리꽝은 미나리를 심은 논을 말한다.)
첫댓글 연세가 80이 넘고 90이 넘은 분들과의 소풍..특별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