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지 한달이 되어 오는 15일 ~~
대한불교조계종 제 24교구 본 말사스님 열 분과 선운사 신도님 이십여분이 모여 팽목항으로 향했습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팽목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2시...
주차장에 내려 1km정도 떨어진 천막 법당까지 장삼과 가사를 수하고 일렬로 안행을 하며 묵묵히 걸어 갔습니다.
한달간 많은 실종자 가족들이 시신을 찾아 떠난 탓에 무거운 침묵만 맴돌뿐 혼잡하지 않았습니다.
시신 확인소, 유류품을 보관하는 콘테이너 2동, 천주교 광주대교구에서 설치한 큰 천막을 지나 방파제로 걸어가니
심한 바람에 펄럭이는 두 동의 법당이 있었습니다.
자비로운 관세음보살상이 모셔져 있는 불단엔 기도 할 수 있도록 금강경과 요령 , 목탁등이 올려져 있습니다.
그 다음 눈에 들어 온것은 유가족들의 간절한 바램이 적힌 노란 종이와 리본들...
한달간 애쓰고 계신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에 와서 기도하고 가면
바로 시신을 찾게 된다는 소문이 나서 많은 실종자 가족들이 와서 기도하고는 종이와 리본을 매달아 놓고 간다고 합니다.
천수경과 금강경 독송 , 관음정근을 마친 후, 사망자들의 극락왕생과 실종자들의 귀환을 발원하는 축원을 올렸습니다.
본사 주지스님께선 아직 바닷물 속에서 나오지 못한 이십여명의 이름을 부르시고
아홉분의 스님들은 시신이 수습된 이백팔십여명의 명단이 적힌 종이를 나누어 갖고 한명 한명 엄숙하게 이름을 불렀습니다.
기도를 다 마친후 일행은 등대가 있는 방파제 끝부분을 유턴하여 한 줄로 서서 목탁에 맞추어 관세음보살님을 간절하게 念하며 걸었습니다.
이 모습이 장관(?)이었는지 어디선가 카메라맨과 보도진들이 몰려와 셧터를 누르곤 했습니다.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께서 고마움을 표하며,들려 준 말에 의하면 수습된 시신이 팽목항으로 들어와 헬기로 안산으로 떠나기 까지 24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 두 곳에 법당이 설치 되어 있고 전라남도의 4개 교구본사(백양사, 화엄사, 대흥사, 송광사) 에서
한 사찰스님들이 이틀씩 돌아가며 매일 오전 7부터 오후 8시까지 목탁소리 끊이지 않게 기도하고 있답니다.
실종자 가족에게는 잣죽과 떡을 드리고,
먹는 것이 부실한 잠수사에게 5일에 한번씩 이백만원어치의 음식을 장만하여 바지선까지 배달하는 등 따뜻한 지원을
계속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감사한 마음 그지 없었답니다.
선운사 주지 스님께서도 두툼한 봉투를 전하셨지요.
다시 안행을 하며 주차장을 향해 돌아 오는데...
유류품 창고 앞에서 작은 담요와 빠알간 티셔츠등을 펼쳐 놓은것이 보였습니다.
파아란 슬리퍼 한짝을 목에 거는 끈 달린 명찰과 함께 사진 찍는 모습도 봤습니다.
주인 잃은 물건들을 허투루 취급하지 않고 가족에게 돌려 주기 위함인지 일일이 사진으로 남기는 장면을 보는 순간
처연한 마음이었습니다.
착잡한 하루였으나 마음으로나마 희생자 실종자 유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하고,
이렇게 염불이라도 해 드릴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화사한 봄날~~ 슬픈 마음으로 이 곳을 다녀 갈 수 밖에 없는 사실에 또 한 번 가슴이 아팠습니다.
첫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