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의 특징 중에 두드러진 것은 자의성보다 사상성(iconic)이 많다는 것이다. 즉 기호(sign)에 의미의 내용(기의, signifie)과 일정한 형식(기표, signifiant)간에 필연성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멍멍짖는 동물과 개라는 관계는 필연적이지 않다. 이는 자의적(arbitarary)인 관계이다. 그러나 수화는 그렇지 않다. 멍멍 짖는 동물과 그것의 특징인 귀를 형상화한 것은 바로 사상적인 관계로 이루어진 것이다.
수화에서 국명이나 지명도 그 사상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 나라의 특산물을 수화기호로 한 것(예, 필리핀의 사탕수수, 브라질의 커피 등)이나 특징(그리이스의 올림픽마크, 스위스의 십자가가 국기모양, 네덜란드의 풍차, 스페인의 투우 등)을 기호로 한 것이 그 예다. 우리나라의 지명도 마찬가지다. 광화문의 사거리, 남대문의 다리, 동대문의 궁궐, 명동의 신발은 그곳의 특징을 나타낸 것이며 대전, 목포, 수원, 천안, 전주, 청주, 춘천 등은 한자의 훈(뜻)을 따서 기호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음만을 따서 왜곡된 표현으로 된 지명이 있다. 속초(초+곳)는 초를 불켜는 초로 나타내는데 속초와 초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울산(울다+산)의 울은 우는 것이 아니다. 울산이 어디 우는 산인가. 개봉동(개+곳)의 개는 개(犬)와 관계없고 잠실(자다+곳)의 잠은 잠자는 여관이 아니다. 음만을 따서 너무 쉽게 마구 표현하는 것이 소통은 빠를지 몰라도 분명 고쳐야 할 것들이다. 이런 현상이 비단 지명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음식이나 단체명에서도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는 것이 문제다.
속초는 오른손 한글지화 'ㅅ'을 왼손바닥에 세운 후 + 곳, 울산은 울창하다의 뜻의 초록(오른손바닥으로 오른쪽 뺨옆을 쓸어올린다) + 산, 개봉동은 정확한 지화로, 잠실은 누에고치를 나타내는(오른손을 쥐고 5지만 펴서 구불거리며 작은 원을 그린다) 수화로 표현하는 것이 올바른 사용이다.
의미와 전혀 다른 단순히 음만 따서 나타내는 수화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언어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임에 틀림없다.
'적다'와 '작다' 구별하여 사용하기
먼저 '적다'와 '작다'의 뜻의 차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적다'는 분량이나 수효가 일정한 기준에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그 반대어는 '많다'이다. 그리고 '작다'는 부피, 길이, 넓이, 키 따위가 보통 정도에 못 미치는 것으로 그 반대어는 '크다'이다.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수화책 대부분이 적다와 작다를 구별하여 수록하고 있다.
그 올바른 수화표현을 보면 '적다'는 오른손 1,2지를 붙인 손을 턱에 대었다가 1지를 튕기는 것이며, '작다'는 오른손 1,2지를 붙인 손을 몸 앞에서 1지를 튕기는 것이다.요컨데 같은 수형과 수동을 가졌지만 위치가 다른 거이다.
'적다'는 턱에서, '작다'는 몸 앞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가령 밥이 적다, 돈이 적다할 때에는 턱에서, 소리가 작다, 작은 어머님, 작은 고추 등은 몸 앞에서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적다와 작다의 의미를 모두 쓸 수 있는 부사 '조금'의 사용 역시 그 의미에 따라 쓰임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작다'의 표현에는 예외가 있다. 키(신장), 옷, 물건 따위의 작다는 그 형태에서 작음의 의미가 변형되어 사용된다.
키가 작다할 때에는 키 상태를 낮추는 수화(오른손 구부려 어깨에서 아래로 조금 내림) 표현이며, 옷이 작다할 때에는 품(양가슴의 간격)을 좁혀야 하며 신발이나 기타 물건의 작음을 표현할 때에는 양손으로 그만큼의 크기 간격에서 좁히거나 작은 모양 그대로를 그려주면 적절한 의미표현이 이루어질 것이다.
사소한 것이지만 적절한 의미 표현! 그것은 수화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다.
시간과 때, 시(시각)와 시계 그 혼용에서 벗어나기
수화가 음성언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유사한 의미를 가진 어휘들이 거의 동일한 한 가지 수화로 표현된다는 데 있다. 가령 흙, 토지, 토요일, 땅, 지명, 가루 등의 대표수화는 '흙'이다. 이러한 여러 어휘는 문장의 주술관계나 문맥의 흐름에서 구체적인 뜻으로 드러난다.
언제 만날까? 에 대한 답으로써 흙의 표현은 '토요일'이 되고 박경리님의 대하소설 제목이 뭐지? 하면 그때 흙은 '토지'가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예는 무수하다.
그러나 반면에 유사한 의미는 같지만 이미 세분화되고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수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생각없이 뭉뚱그려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 예가 시간과, 때, 시(시각)와 시계의 혼용이다.
· 시간은 어떤 시각에서 다른 시각까지의 길이이다. 수화표현은 왼손바닥에 1,2지를 편 오른손의 1지 를 대고 2지를 시계바늘 돌 듯 약간 돌리는 것이다.
· 때는 기간의 어떤 시점이나 부분이며 넓게는 시대나 연대를 나타내기도 한다. 수화표현은 왼손바닥 에 오른손 1지를 대고 2,3,4,5지를 시계바늘 돌 듯 약간 돌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무 때나 좋아, 옛적에, 사랑할 때, 죽을 때, 일할 때
· 시(시각)는 어떤 명확한 시점
수화표현은 가볍게 주먹 쥔 왼손의 구멍에 오른손 1지를 넣고 2지를 시계바늘 돌 듯 약간 돌리는 것 이다. 예를 들면 지금 몇시니? 몇시에 만날까? 공연시작 시각은?···
· 시계는 시간개념이 아니고 '물건'을 뜻한다.
수화표현은 1,2지를 편 오른손의 1지를 왼손목 위에 대고 2지를 시계바늘 돌 듯 약간 돌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계 있어요, 시계 샀다, 시계 멋진데, 시계 잃어버렸어···
수화가 당당한 언어로서 자리 매김되어지는 시점에서 정확한 개념에 따른 적절한 수화표현이 우선 일상화 되어야 할 것이다.
한글 지화 'ㅇ'에 관한 잘못된 언어습관에 대하여
수화에 처음 입문하게 되면 대부분 처음 대하고 습득해야 하는 것이 지화 부분이다. 그것도 자음 14자를 먼저 배운다. 자음의 형태가 잘 잡히지 않아 더듬거리고 애쓰고 한 손을 고정시켜 가면서까지 배우던 추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지화는, 고유명사는 물론 복선용어와 수화로 표현하기 어려운 용어를 잘도 넘어가게 해주는 요긴하고 고마운 것이다.
그런데 지화 중에서도 자음, 자음 중에서도 '이응'에 대한 쓰임이 영문자 '오'와 혼용되거나 아예'오'로 쓰는 예를 흔히 접하게 된다. 한글 지화 이응은 분명 1과 2지를 맞붙여 원을 만들어 표현한다. 그러나 영어 알파벳 '오(O)'는 1지에 2, 3, 4, 5지를 동그랗게 맞붙여서 표현한다. '이응'과 '오'는 얼핏 같은 형태같지만 분명히 다르고 국적 또한 다르다.
그런데 초성이든 종성이든 이응을 표현해야 하는 고유명사나 기타 어휘에 '오'를 나타내는 잘못된 습관이 언제부터인가 우리 안에서 묵인되어져 오고 있다.
한글지화 이응은 다른 자음들과 달리 많은 한글수화 어휘를 나타내는 아주 중요한 수형이기도 하다. 가령 돈, 경제, 싸다, 비싸다, 욕심, 사용, 이익, 은행, 가치, 기술 등의 어휘는 이응에 기초한 수형들이다.
그러므로 지화 'ㅇ'에 대한 올바른 쓰임은 우리 한국어 수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작은 실천인 것이다.
'농아'에 관한 잘못된 언어습관에 대하여
우리는 언어를 사용할 때 특히 모국어 사용시에는 그것의 자의성이나 사상성에 대한 개념을 가지지 않고 이미 기존에 형성된 표현(발화)을 한다. 더구나 어떤 어휘 형성의 의학적 또는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논한다는 자체가 이상하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각으로 이해되고 손모양으로 표현되는 수화에 있어서는 재고해 보아야 할 여지가 있다. 특히 장애를 표현하는 여러 어휘들이 통일성 없이 이모양 저모양으로 적당히 사용되는 경우가 있으며 「농아」에 대한 수화를 습관적으로 입에서 귀로 이동하면서 표현하고 있다.
우선 우리의 청각생리를 살펴보면 공기의 파동이 외이(outer ear)를 거친다. 그 다음 고막(eardrum)과 이소골(ossicles)을 진동하게 한 후 내이(inner ear)의 와우각(cochlea)에 이르러 다시 액체의 진동으로 변화한다. 이것이 신경흥분으로 전환되고 중추에 전달되면 비로소 청각을 일으키게 된다.
이처럼 미세한 여러 경로가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손상(impaired)을 받았을 때 청력의 손실을 일으킨다. 청력손실은 언어를 수용하고 표현하는 기능(ability)을 부분적으로든, 전체적으로든 상실시킨다.
우리는 위의 대략적인 청각생리의 기술을 통하여 농아란 수화표현에 있어서 처음 시작되어야 할 손의 발화점은 입이 아니라 귀라는데 수긍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종결점은 귀가 아니라 입이 되어야 함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굳이 외국의 예를 든다면 미국의 'DEAF 수화'는 귀(청력)가 닫혔다는 표현이다.
또한 일본의 '聾啞 수화'는 손바닥으로 귀를 가린후 입을 가리는 표현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농아」 수화표현이 종래의 입→귀에서 이제는 귀→입으로 움직임의 위치가 바뀌어져야 할 것이다. 농아인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중요한 수화어휘인 「농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올바른 표현의 정착이 시급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아르바이트'와 '예술'의 올바른 수화
수화에는 원래의 의미와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글자의 음만을 가지고 빈번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중 가장 널리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거의 고착되다시피 한 어휘가 바로 아르바이트라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는 독일어 Arbeit이다. 영어로는 a side job이나 a part time job으로, 우리말로는 시간제 일이나 임시(비상근)일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의 첫글자 '아+ㄹ'를 따서 알(계란, 달걀) + 일로 표현하고 있다. 수화를 처
음 배우는 사람이 이 수화를 보면 모든 아르바이트하는 사람은 양계장에서 일하는구나로 오해하기 쉬울 것이다. 앞으로 아르바이트를 표현할 때는 임시 + 일이나 시간 + 제한 + 일로 확실한 의미로 사용함이 옳을 것이다.
다음은 '예술'이란 수화표현이다. 이 어휘는 공연이나 발표회 등에서만 표현되는 사용빈도가 낮은 어휘이다. 얼마전 전국농아인수화경연대회에서 어떤 청년이 지
화 '예'를 턱과 이마에 대면서 (이는 '술'의 수동과 수위가 동일함) 예술이란 어휘를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예술'은 예쁘다 + 기술이란 두 개의 어휘로 그 의미를 나타내면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빈번하게 사용하는 수화든 드물게 사용하는 수화든 그 어떤 것이든지 마구잡이로 억지춘향격으로 만들어서 표현한다면 수화의 언어로서의 위상을 스스로 깍아내리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젖'과 '우유' 수화 바로하기
수화에는 아름답고 예쁜 표현들이 많다. 어떤 것은 참으로 절묘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몇 가지 어휘는 표현하기에 낯뜨겁고 거북스러운 것들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우유'라는 수화이다. 한쪽 가슴 앞에서 위로한 손바닥을 약간 오무렸다 폈다 하는 동작은 남자가 하든, 여자가 하든 보기에 민망하고 하기에 쑥스럽다.
'우유' 수화를 처음 대하는 일반인에게는 아주 인상적(?)이라 영원히 기억하게 만드는 확실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는 성적 희롱을 하는 듯한 불쾌감을 줄 수도 있고 성희롱에 관한 처벌이 강화된 요즈음에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우리가 현재 나타내고 있는 수화는 젖과 우유를 혼동하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젖'은 모체의 가슴(breast)에서 나오는 신성한 음식물이다. 즉 모유(mother's milk)는 우유(cow's milk)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가령 산모에게 '젖이 잘 나옵니까?', '아기가 젖을 잘 먹나요, 젖은 아기에게 꼭 필요합니다.'라고 할 때는 가슴 앞에서 약간 짜는 듯한 수화를 사용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어린이나 어른들이 집에서, 숍에서, 식당에서 마시는 우유는 소에서 짜낸 음료이다. 그러므로 젖과 우유 수화를 구분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시 말하면 젖은 기존의 수화를 사용하고, 우유는 '소' + '짜다'라는 표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이글을 읽으니 예전에 어느분이 "복지"란 단어를 "행복" + "땅"으로 표현하기에 아찔했던 기억이 나네요..^^;;
좋은 내용입니다.. 그런데 수화에서 손가락 순서가 엄지가 5지고 검지부터 1 2 3 4지 아닌가요..제가 잘못알고 있나요 때를 나타내는 수화를 할 때 5지를 손바닥에 붙이는데 여기서는 1지를 붙인다고 해서요...정확한 답변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품격있는 언어 배우겠습니다
잘 읽었어요 다음 블로그로 스크랩 해가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 열공하고 갑니다. 올려주신 분 감사^^
감사~~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많은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군요
읽을 땐 관계성이 이해가는데. 막상 사용할땐 ...생각이
잘못알고 있는게 많았네요.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되었 습니다
와. 그렇구나. 잘읽었습니다. 초급인저는 많은 ㄷ도움이되었습니다. 앞으로 수화를배우고 쓸때 다시 한번씩 생각해볼듯 하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우와 감사합니다 !!!
점점 어려워지네여...ㅎㅎ...잘 읽었어여...~~~
감사합니다~~
음..나중에 다시 좀 읽어보고 따라해봐야겠어요..
저는 수화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몰랐네요ㅎㅎ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ㅎㅎ
잘 읽었습니다. 올바르지 않은 표현도 많이 사용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