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여는 문 ‘이콘’] 이콘의 기원
- 만딜리온, Yvonne Anne Hajdu, 미국.
이콘의 시작은 언제일까? 오늘날 그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전해지는 몇 가지 문헌과 전승을 통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서방 가톨릭에서는 십자가의 길 제6처에 피땀에 젖은 예수님의 얼굴을 베로니카가 천으로 닦아드린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는 역사적 진위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 천에 기적적으로 새겨진 초상은 인간으로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이 친히 남겨주신 첫 성화라고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중세 때 보라기네의 야코부스(1228?~1298)가 기록한 황금전설이라는 책의 ‘주님의 수난’ 편은 이 베로니카의 베일 이야기가 예수님의 수난 때가 아닌 공생활 중 친히 천에 새겨 주셨다고 전한다. 또 후일 베로니카가 이 예수님이 새겨진 천을 로마로 직접 가져가 병중에 있던 황제 티베리우스에게 보여주고 그를 완치시켰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동방 교회에서는, 에우세비오의 교회사 1권 13장에 나오는 아브가르왕의 이야기를 성화 즉 이콘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오늘날 시리아 북부에 있던 에데사라는 작은 왕국의 아브가르 왕이 중병에 걸려 고통 속에 지내다 예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예수님께 사절을 보내어 자신을 치유해주시기를 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 예수님은 “지금은 네게 갈 때가 아니나 훗날 내 제자 중 하나를 네게 보내 너와 네 가문을 구원해주리라”라고 약속하시고 그 증표로 천에 당신 얼굴을 찍어서 보내 주셨다고 한다. 이렇게 예수님에 의해 직접 만들어진 천위의 형상을 진실되며 참된 주님의 첫 성화라고 믿고 있다. 이 성화는 944년에 콘스탄티노플로 보내져 1204년까지 성 소피아 성당에 보관되다 4차 십자군 원정 때(1202~1204)에 사라졌다고 한다. 4차 십자군 전쟁은 예루살렘 등의 성지 탈환이 아닌 콘스탄티노플의 엄청난 재화를 약탈하기 위한 것으로 변질돼, 당시 주님의 거룩한 형상이 새겨진 천을 비롯해 성 니콜라오 성인 등의 유해들과 귀한 성물들이 많이 도난당하고 파괴되었다.
동방 정교회에서는 이 첫 예수님의 이콘을 그리스어로 만딜리온(Μανδηλιου - 천위에 새겨진 것) 또는 아케이로포이에토스(αχειροποιητοc - 손으로 만들지 않은 것)라고 부르며 모든 성화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또 이를 성화들의 기준으로 삼아 다양한 성화들을 제작하게 된다.
이 성화에는 위에 언급한 기적의 내용대로 예수님의 얼굴만 그린다. 몸은 묘사하지 않고 얼굴 주위에는 늘어진 천의 모습을 그린다. 예수님의 머리 주위에는 후광이 그려져 있는데 그 안에는 십자가 모양이 함께 그려지고 그 십자가의 각 측면에는 희랍어로 ‘존재자’(οων)라는 글이 쓰여진다. 모세가 불타는 떨기나무에서 하느님을 뵈었을 때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고 질문을 던지자 하느님께서 하셨던 답변 ‘존재자’ 즉 시작도 마침도 없이 존재하는 바로 그분이 여기의 예수님이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후광 좌, 우에는 희랍어로 예수 그리스도의(IHCOYC XPICTOC, 약자 IC XC)를 함께 적어 놓았다.
*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 국내 이콘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정교회 모스크바총대주교청 직할 신학교에서 ‘비잔틴 전례와 이콘’ 과정 등을 수학한 후 디플로마를 취득, 이콘 화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가톨릭신문, 2016년 5월 1일,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