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마을, 행복한 사람들
주도홍
백석대학교 부총장, 교수
강의청탁을 회장으로부터 들었을 때, 조금은 막막했다. 어떤 주제로 말을 한다는 말인가? 그런데 회장은 아이디어를 주었다. 용기를 갖고 생각하니, 나름대로 할 말이 있었다. 주제는 기로마을에서 14년 정도 거주하며 살면서 생각한 것들이다. 현장에서 생각해 보는 실질적인 내용이다. 부족하지만, 행복한 우리마을 사람들이 되기를 바라면서 강의를 시작할 것이다. 암튼 이런 기회를 주신 회장님께 감사를 드린다.
기로마을은 한국의 전원마을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은 가호를 가진 마을로 알려져 있다. 녹음이 우거져 나름대로 아름다움도 뒤지지 않는다. 물론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점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선구자적 마을로 만들어 앞장섰으면 한다. 뭔가 차별화를 보여주는 살기 좋은 마을이다. 그렇게 되면 마을의 가치는 자연히 높아지게 될 것이다. 오늘 주제는 “에코 마을, 행복한 사람들”이다. 외부적 관점, 내부적 관점에서 생각해 보려 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마을환경에 대하여 그리고 마을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인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하려고 한다. 두 가지가 함께 가야 제대로 된 전원마을이라 할 것이다. 아무리 풍광이 좋아도 사람이 살 수 없다면 그림의 떡이다. 사람들이 너무나 착하고 좋아도 자연이 망가지면 또는 자연이 인간을 위협하면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러기에 환경과 사람은 함께 가는 길동무이다. 인간은 자연 속에 살도록 창조되었다. 물론 사람들은 그 자연을 망가뜨리고 도시를 건설하였다. 오늘날의 환경문제는 바로 살기 편한 도시가 그리고 물질문명이 낳은 문제들이다.
1. 공기, 땅, 물, 자연환경의 오염을 막아야
“자연은 사람이 없어도 살지만, 사람은 자연이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80년대 나는 독일에서 유학을 했다. 그러니까 벌써 35년 넘어 전에 독일 공영방송은 환경보호 캠페인을 귀가 따갑게 했다. 그때 구호가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
내가 요사이 아침마다 일어나며 확인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기온과 미세먼지 농도이다. 날씨가 어떨지를 보아야 옷차림을 조절할 수 있다. 미세먼지 농도를 본다. 그래야 마스크를 해야 할 지 산책을 할 수 있을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할 수 있을지, 오염된 공기는 사람들의 건강을 앗아간다. 병은 인간의 행복을 망가뜨린다. 공기, 땅, 물 그리고 환경의 오염은 결정적으로 세상의 종말을 이끈다. 그렇다면 우리 마을은 이 네 가지에 정성을 다해야 하겠다.
한 예로 디젤 차량에서 배출되는 검은 배출가스 BC(Black Carbon)에 장기간 노출되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곧 1급 발암물질로 세계보건기구 WHO 발표했다.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며, 심혈관질환, 피부질환, 안구질환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환경오염은 심각하고 인간의 삶을 위협한다. 대충 살아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의 후손에게 소망이 없다. 그런 맥락에서 기로마을을 환경이 살아있는 마을로 가꾸는 것은 사명이고 시급한 우리의 과업이다. 한국의 모델이 됐으면 한다.
쓸기 – 동네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길을 쓰는 일은 어느덧 문화가 되었다. 확실히 길들이 깨끗해져 감사하고 산책할 때면 기분이 좋다. 그래도 아직도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의 주변 거리에는 치우지 않은 채 더럽다. 한 예로 입장 저수지 주변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나도 쓴다고 노력하지만, 조금은 힘이 들어 중단하기도 한다. 살면서도 전혀 관심이 없는 집들도 있는데, 사무실에서 연락하여 동참을 권유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관리비를 차별하여 좀 더 지불하여 사람을 사서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줍기 – 낙엽 등 길에 떨어진 것들은 쓸면 흙에 섞여 거름이 되고, 자연을 살지게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문제는 쓸어서만은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비늘, 병, 철 조각, 담배 갑, 커피 캔, 플라스틱 등이다. 도로는 깨끗한데 그 주위 가로수 뒤편을 보면 지저분하다. 이런 것들은 폐기물 또는 재활용이 되어야 할 것들이다. 잘 썩지도 않아 50년 100년 동안 동네를 오염시킬 무서운 것들이다. 쓸기도 해야지만, 종종 우리는 쓰레기봉투를 들고 줍기에 나서야 하겠다. 특히 환경호르몬의 주범인 플라스틱의 재활용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어떤 사람들은 태우면 되는 줄 아는데 엄청난 오염으로 환경호르몬을 만들어 우리의 폐에 파고들어 생명을 위협한다. 비닐과 플라스틱이 잘게 부서져 나노 플라스틱으로 어폐류에 들어가고 사람의 혈관에 들어가 건강에 치명적인 어려움을 준다.
물을 깨끗이 – 물은 우리의 몸을 이루고 피를 만든다. 물이 오염되면 그 몸이 망가진다. 좋은 물, 좋은 공기는 생명의 근원이다. 나는 산책를 정기적으로 하는데, 어느 집 앞에 이르면 꼭 하수구에서 냄새가 난다. 그곳은 사용한 물을 그냥 하수구로 흘러보내는 곳이다. 이런 곳은 뭔가 정류장치, 곧 정화조가 고장이 난 곳이다. 사무실에서 찾아가 함께 의논하였으면 한다. 물론 시에서 상수도와 하수도를 시설하여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일본에 갔을 때 도시 도랑에서 다슬기가 촘촘히 붙어사는 것을 보며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것도 조그마한 도랑인데 그랬다. 나는 개인적으로 샴푸를 조금 쓴다. 샴푸가 물을 오염시키는 농도가 세다는 소식을 들은 20대부터다. 게다가 화장실에서 대소변을 보고 물을 내릴 때 휴지를 함께 넣지 않는다. 휴지는 별도로 분리하여 물만 내린다. 기로마을은 자연마을이지 않은가! 사무실에서 자연수 물을 정기적으로 수질검사를 했으면 한다. 다 할 수 없기에 몇 집을 선정하여 일 년에 두 번 정도하면 안심하고 마실 수도 음식에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땅의 오염 막아야 – 각 집마다 잔디를 키우고 있다. 문제는 잡초이다. 잡초 편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같은 풀인데, 차별을 받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 잡초를 잡기 위해 제초제를 쓰는데, 함께 생각하여 해결했으면 한다. 일하는 아주머니들에게 부탁하면 돈은 돈대로 들고 별 효과가 없다. 그래서 나도 2년 전부터 약을 쓰고 있는데, 봉투에 주의사항을 읽으면 상당히 독한 제초제임을 확인하며 겁이 난다. 혹시 서로가 정보를 공유하여 환경에 별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잡초를 잡는 약이나 방법이 있다면 좋겠다. 사무실로 연락하여 문자로 알려주시면 고맙겠다. 사과나무, 대추나무도 그렇다. 약이 없으면 안 되는데, 좋은 방법이 있으면 에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
이런 곳에 예산을 책정했으면 한다.
나무 가꾸기 – 우리 동네는 역사가 약 40년이 되면서 녹음은 충분하다. 자연은 넉넉하다. 그러다 보니, 오래된 나무들을 함부로 다루는 경우도 보는데, 이런 문제도 신중히 함께 의논했으면 한다. 큰 나무가 만들어내는 산소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이다. 너무 우거져서도 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울타리도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어떤 사람들은 담을 쌓고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하는데, 내가 살던 미국에서는 나름의 원칙을 갖고 동네를 함께 이루고 있다. 앞마당은 담을 쌓을 수 없지만, 뒷마당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허락된다. 전원마을이 높은 담벼락으로 쌓여 있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암튼 에코 마을은 해야 하고, 생각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다. 사명감을 갖고 기로마을이 앞장섰으면 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등나무, 칡넝쿨 등이다. 이들은 나무를 죽인다. 그러기에 등나무와 칡은 제거해야 한다. 나는 사명감으로 등나무를 쳐준다. 무섭게 덤벼들어 정원수를 휘감아 죽인다. 살인자와 같은 존재가 등나무이다. 나무를 심기도 어렵지만, 살리기도 어려운데, 등나무는 그 나무를 죽인다. 하찮게 보아서는 자연을 지킬 수 없다. 거기다 우리의 관심을 조금 넓혀 함께 잘 사는 공동체, 마을을 이루어 갔으면 한다.
2. 공동체를 이루어야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 사람은 홀로 살지 못한다. 본래 인간은 함께 살도록 지음을 받았다. 성경에는 아담이 있고 하와가 있다. 그러면서 독처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말한다. 상부상조하며 함께 만나며 대화하고 오순도순 정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존재가 인간이다. 사회적 동물이 고립될 때 나타나는 증세, 질병 중 하나가 치매이다. 치매를 예방하는 삶은 알고 보면, 잘 사는 삶이다. 다르게는 치매는 바로 살지 못할 때 온다. 우리 마을에는 연세가 든 분들이 적지 않은데, 치매 예방에는 함께 오순도순 사는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특효약이라 한다. 사람을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 주제를 가지고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 한국에서는 정치를 주제로 하는 대화는 결과가 안 좋다고 생각한다. 분단으로 이념으로 나눈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늘 싸운다. 흥분한다. 그래서 다른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 공부를 하고, 그 무언가를 배우는 것, 책을 읽고 일기를 쓰는 것 등은 효과적이다. 성경공부를 한다거나, 독서클럽을 운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TV를 너무 오래 장시간 보는 습관은 뇌를 죽여 치매를 이끈다고 한다. TV를 볼 때 뇌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프로로 잘 선택하고, 한 예로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함께 생각하고 큰 웃음을 웃는 것은 좋다고 한다.
최근 선물 받은 책 제목이 <여자가 치매에 안 걸리고 100세까지 사는 습관>(시라시와 다쿠지 저)이었다. 그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주 3회 이상 걸으라, 산책하라 – 뇌 훈련에도 좋고 혈당도 낮춰준다. 건강에 좋고 기억력 회복에도 좋다.
아침 일찍 일어나라 – 뇌와 몸, 피부 건강에 좋다. 물론 숙면을 취한 후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면 좋을 것이다.
혀 내밀기 체조를 하라 – 주름을 피하고 삼키는 힘을 유지한다.
말을 하라 - 수다는 여자의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노래하라 – 120세까지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우리 집에 오시면 실컷 노래하도록 하겠다. 우리 집사람이 피아니스트이다. 피아노 등 악기를 배우면 역시 같은 효과가 있다.
여행하라 – 여행은 뇌를 충전한다. 새로운 세계를 보고 흥분하고 좋아할 때 가슴이 뛰고 건강을 유지한다. 사람들은 여행에서 자유를 만끽한다. 그래서 행복하고 싶으면 여행하라고 한다.
개를 키우라- 반려견과 함께 사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개는 산책을 요구한다. 묶어만 놓는 것은 사람도 개도 안 좋다.
울어라 – 슬플 때, 답답할 때 울 수 있는 곳을 찾으라. 교회에서 웃고 우는 사람들을 많이 보는데, 그래서 좋은 것이다.
말을 걸라 – 나이가 들면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데, 이를 예방하는 것이다.
걷게 하라 – 건강의 기본이다. 걷지 못하면 건강에 치명적이다.
웃게 하라 – 소리 내어 옷을 때 뇌도 깨어난다. 소화도 잘 되고, 엔돌핀도 생성된다.
단백질을 먹게 하라 – 하루 단백질 150 그램 정도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근육에도 필요하다.
딱 맞는 틀니를 하라 – 제대로 먹는 것은 건강의 근본이다. 이가 나쁘면 건강이 망가지고 뇌도 활동을 중단한다.
보청기를 끼우라 – 들리지 않으면 고독에 빠지고 장애에 시달린다.
사회활동에 참여하라 – 함께 살고 함께 도우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 행위는 그 자체로 복이다.
절제는 적당히 하라 – 너무 이것저것 간섭하지 말라, 너무 절제하게 하지 말라, 자유 자체로 귀하다.
삶의 목표를 가지라 – 젊음과 노년의 구별은 꿈의 유무에 달렸다. 꿈이 없으면 노인, 꿈이 있으면 청년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꿈을 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지! 여행도, 그리고 여러 가지 목표를 정하는 일은 행복으로 이끈다.
결론
여러분의 나이에 0.7를 곱하면 100세 시대 제대로 된 나이가 나온다. 70이면 49살이고, 60이면 36살이 된다. 평균 나이가 70살에서 100살로 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함께 생각을 바꾸어야 옳다. 자 그렇다면, 다시 삶을 계획해야 할 것이다. 꿈을 가지고, 다시 옷을 갖춰 입고 멋을 부리고, 새로운 삶을 기획해야 하겠다.
한강의 <작별>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이다. 현대인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서로 고립되고 경쟁하여 식어가는 인간, 눈사람이 되고있는 사람들이다. 사람이 아니고, 사물이 되고 있다. 눈사람이 된 현대인, 사람에서 사물로 작별한 현대인을 사람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함께 살면서도 고립되어 있다면,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눈사람이 되어 망가지고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비극에 이를 것이다. 결과 엄청난 어려움이 찾아올 것이다. 따뜻한 온기로 서로를 위하여 살려내고 함께 행복을 추구하는 에코마을, 행복한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기로마을로 몰려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