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교향곡 4번 E단조, Op.98
(J. Brahms(1833∼1897), Symphony No.4 in E minor, Op.98)
존 앳킨슨 그림쇼 / 가을의 골목(An Autumn Lane), 1883
1. Allegro non troppo
브람스는 4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다. 이 곡인 제 4번 교향곡은 제3번 교향곡을 작곡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52세 때에 쓴 것으로 노년기에 이른 브람스의 심경을 깊이 있게 잘 나타낸 곡이라 한다. 그의 다른 3개의 교향곡과는 달리 이곡의 성격도 퍽이나 고립되어 있고 애수에 잠긴 듯한 느낌을 주는 곡이라 한다. 브람스의 음악은 실제로 어느 작품에서나 찾아 볼 수 있듯이 그리 화려하지는 않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음악은 우리 인간의 영혼에 깊이 호소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제4번 교향곡에는 제1번 교향곡에서 볼 수 있는 어둡고 비극적인 성격이라든가, 제2번 교향곡에서 볼 수 있는 밝고 목가적인 기쁨이라든가, 제3번 교향곡에서 볼 수 있는 힘차고 밝으며 웅대한 맛 등이 별로 없다. 이 4번 교향곡은 어둡고 내성적이며 체념에 가까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이라 할 것이다. 당시 브람스가 즐겨 읽었던 그리스의 비극과 다우마의 어두운 이야기들에 깊은 감명을 받아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다.
제4번 교향곡의 특징은 크게 나누어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인생의 가을" 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낀 브람스의 고독감과 체념과 우수가 강하게 표면에 나타나 있다는 점인데, 흔히 "한숨의 모티브" 라고 불리어지고 있는 무엇인가를 절실히 호소하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것은 브람스가 이미 52세나 되었기에 인생의 애절함을 느낄 수 있는 연륜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여겨진다. 하여간 이 곡에는 제3번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동경도 환희도 없고 단지 허전한 적막감 같은 늦가을의 정취가 짙게 배어있는 것 같다. 또 하나는 전체가 고색창연한 방법으로 씌여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고풍스럽다는 것은 브람스의 교향곡뿐만 아니라 그의 모든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인데, 이 곡은 더욱 뚜렷하게 전체가 옛날식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곡의 제2악장에는 옛날의 교회음계가 사용되고 있으며 그 종곡은 150년 이전의 바흐를 끝으로 퇴색해 버린 샤콘느를 원용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전체의 취급 방법은 대위법적이며 고풍스럽고 고딕적인 느낌이 있고 또 관현악법도 고풍스럽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이 교향곡은 한동안 일반인에게 이해를 얻지 못했다. 작곡자의 친우인 칼베크마저도 이 곡의 발표를 좀 미루자고 권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곡의 좋은 점이 차차 알려지면서 브람스의 생전에 자주 연주되어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이 곡은 브람스적이며 고풍스럽다고 한다. 바로 이 고풍스러움이 인간에게 영원히 계속되는 과거로의 추억여행을 자극하고, 그 결과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을 준 것이라 볼 수 있다. 얼마쯤이라도 인생을 체험한 자에게는 이것이 가슴 깊이 와 닿게 된다. 또 그 허전함은 브람스의 것인 동시에 만인의 것이며 특히 다소라도 인생의 괴로움을 맛본 사람에겐 마음의 위안이 아니 될 수 없다. 베토벤적인 투쟁이나 동경 그리고 이상도 인생의 빛이 되지만, 브람스적인 체념과 달관도 그 이상으로 마음에 스며드는 언어가 되기도 한다.
브람스는 슈만과 절친하게 지내면서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흠모했다. 14살이나 많은 그에게 플라토닉한 연정을 품고 평생 혼자 살았다. 슈만이 자살을 기도한 후 2년뒤 정신병원서 46세의 나이로 사망했을 때 브람스는 23세였다. 당시 브람스는 자신이 창단한 여성합창단을 지휘하며, 남편잃은 클라라를 흠모했다. 물론 젊었을 때라 몇몇 여자들과 정분도 있었고 26세엔 피티엔 아가테폰과 약혼도 했지만 결국 파혼했다. 왜 14살이나 많은 클라라를 그토록 흠모했을까? 그것은 가족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브람스 아버지도 17살이나 많은 어머니(재봉사)와 살면서 연상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베토벤을 숭상한 브람스는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를 생각해서 인지 젊은날 작곡한 피아노 5중주곡은 진한 애수가 담겨있다. 또 교향곡4번 이후에 작곡한 클라리넷 5중주곡은 LP판 자켓에 가을호수와 쌓인 낙엽을 표현해 브람스가 얼마나 가을을 좋아했는지 그대로 알수있다.
이밖에 가을을 표현한 곡 중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 3악장 아다지오는 현악기와 클라리넷으로 이어지면서 지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그래서 인지 어떤 팝가수는 이 악장에 "더이상 사랑에 빠지지 않으리라"는 가사를 붙여 노래하기도 했다. 차이코프스키의 안단테칸타빌레는 가을의 서늘함을 표현한데 이어, 피아노곡 '사계절'중 '10월의 노래'라는 악장에서는 '고엽'을 연상케 한다. 쇼팽의 발라드 1번과 야상곡, 브루크너 교향곡 7번 2악장,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와 무반주 첼로곡, 그리그 솔베이징의 노래, 엘가의 사랑의 인사, 베토벤의 비창소나타 2악장도 가을에 듣기엔 아주 좋은 곡으로 추천하고 싶다.
요즘같이 나뭇잎이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때에 딱 어울리는 곡이다. 이런 곡들과 함께 내 인생의 가을은 어떠한지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는지..
첫댓글 비가 촉촉히 내리는 저물어 가는 가을밤에 주신 음악에 흠뻑 젖어봅니다....... 감사 드려요.
좋은시간 되셔다니..저 또한 보람을 느낍니다..감사합니다.
^^
!!!
스산한 오늘 날씨에 딱 어울리는 음악이네요. 잘 듣고 갑니다
즐감 하셔다니..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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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간 되셔다니..감사합니다.
솔사랑님 덕분에 귀한 곡을 감상합니다.밤이 넘 깊었습니다. 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수고하셨습니다,솔사랑님~~~^^
시간이 있어 천천히 음악을 고르다가 ..늦게 이곡을 보았네요 ..넘 넘 아름다운 곡 ..덕분에 반복 ..듣습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