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rish -01-
*
"규종아.나 오늘 늦게 들어올것 같으니까 알아서 챙겨먹어."
"네."
문이 닫히는 둔탁한 소리와 거의 동시에 규종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해요.나보다 더.
그를 만나는거 알아요.하지만....가끔씩은 날 보며..
술김에 그런거라도 좋으니까..사랑한다고 말해주면..그러면 안될까요.."
당신을 사랑하는건.
사랑해주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건.
죽도록 아프고 힘이 든 일인데.
진한 장미향이 공허한 집안에 퍼진다.
*
"영생아."
"정혁씨, 왔어요?"
늦어서 미안하다는 정혁에게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남자.
"많이 기다렸어?"
"그다지 많이 기다린 건 아니에요."
"난 또.뭐 마실래?"
"아까 체리주스 마셨어요.
저, 정혁씨.나 할 말 있는데.들어줄거죠?"
"얼마든지."
"나....
미안해요.나..
더 이상 당신을 만날 수 없어요."
"...무슨....?"
"다른 사람을 사랑해요.나."
"뭐?"
정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영생은 그런 정혁의 표정을 애써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이랑 살고 있어요."
".....어떤 사람이니? 도데체 얼마나 잘난 놈이길래..
내가 뭘 잘못했니, 내가 뭘 부족하게 했니? 말해봐, 도데체 왜..왜..왜 그러는거야.
나 너 없으면 안되는거, 잘 알면서...왜 그러는거야!! 왜!!"
"미안해요.하지만,
정말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도 정말 사랑했어요.하지만, 얼음 같았어요.
더 없이 투명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지만.......그렇지만..너무 쉽게 녹아 버렸어요."
"너,너무 잔인하다....그거 아니?"
영생이
연방 찬물만 마시는 정혁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카페 밖으로 나갔다.
*
"정혁이형..술을 왜 이렇게 많이 마신거에요?"
"에이~ 새삼스럽게 왜 형이야.그럼 나 삐진다아~"
"왜 이래요.정말?"
"왜 이래?? 너 내가 싫어진거야? 흑,나 삐진다."
"..........싫은거 아니에요.형, 들어가요.
정말 왜 이렇게 많이 마신거에요.....
..평소에 자기 감정 절제 잘 하잖아요.그런 사람이...조금 참지..왜 술을 마셔요..."
감정이 심장을 압박하는 기분이다.
......술에 취해 망가진 정혁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어쩔 수 없었다.
사랑하면 안되는 상대라고, 포기하라고.머리가 아무리 말해도 심장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심장은..
규종의 것이지만 규종의 것이 아니였다.
......오로지 문정혁에게만 반응하는....지독하게도 정확한 기계라고나 할까.
"사랑해."
그토록 바래왔던 말이
정혁의 입술에서 흘러나온다.
"..........형?"
"영생아........허영생...가지마..가지마.."
정혁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다른 사람의 이름에 규종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었다.
....난 안보여요?
당신을 걱정하는, 12년동안 당신만 봐온..
난 안 보이는거에요?
정혁이 중심을 잃고 규종이 있는쪽으로 쓰러졌다.
"윽..형, 일어나요.무거워..."
"싫어.안 가..........보낼 수 없어.."
"형, 무겁다니까...?!!"
정혁의 입술이 규종의 입술에 포개어졌다.
.................달콤해..
평소에는 정신을 어질하게 만드는 양주가.......
그의...
입술을 통해서는..
왜 이리 달콤하게 느껴지는건지..
아아, 이것이....
꿈이 아니길...
혼미해져 오는 정신을 뒤로하며
규종이 눈을 감았다.
*
"윽...머리야.."
어제...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하긴..
몸이 망가질 정도로 술을 마신건 처음이니까..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긁적이던 정혁이
자신의 옆에 누워있는 규종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맙소사..
나....
어제....규종이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으응.."
"깼어?"
".....정혁이형.."
"어.."
"좋은 아침."
"그래."
"...."
"...저기..규종아."
"네?"
"내가...어제 무슨 실수를 한거야?"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규종이 쓴 웃음을 지었고
그런 규종을 본 정혁이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요.별거 아니에요."
"......아니야.아닌것 같아."
"정말이에요."
"그래?"
"네.."
문정혁에게는 없었던 일.
나에게도 없었던 일.
어젯밤은..........
아무것도 없었던 일.
"그럼 다행이고.아아, 배고프다.밥먹자-"
뭐가 다행이라는거죠?
..................친동생같은 나와 아무일이 없었다는 안도감?
아니면..
그 '허영생' 이라는 이름을 발설하지 않아서?
....그것도 아니라면..
어제 일을...기억하지 못하는게?
..나한테는..별로 다행이라고 할 만한 일이 못되요.
......그거 알아요?
당신이 어제 밤새도록 부른...
허영생이라는 이름에....미치도록 괴로워 했다는거.....
주위를 봐요.
그 사람보다 당신을 더 사랑하는 나를 봐요.
날 동생이 아니라 인간 김규종으로 본다면
당신을 사랑하는 내가 보일텐데.
*
"...허영생."
"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무것도 아니에요.무슨 얘길 하고 있었죠.진이씨?"
"뭐 먹고 싶냐고."
"아."
"너....오늘따라 이상하다?"
그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나에게 더 없이 눈부신 미소를 지어준 사람.
사랑 따윈 없다고 믿었던 나를
'사랑'으로써 움직인 사람.
그리고,
내가 유일하게 사랑한 사람.
"....생아."
"...."
"영생아.허영생-"
"아,네?"
"진짜 이상하단 말이야.무슨 생각해.혹시- 숨겨둔 애인?!"
"......."
"진짜야?"
"그런거 아니에요.나 진이씨 밖에 없단거..알면서.."
"당연하지.나도 우리 영생이밖에 없어.
참- 내가 오늘 뭘 준비한지 알아? 짜잔-!!
블루 다이아몬드 목걸이, 예쁘지? 너랑 어울릴것 같아..."
"미안해요.진이씨.
나,나......봐야할 사람이 있어요!!"
안되겠어.
이 사람이 재벌가 외아들이라고 해도,
설령 그 사람보다 훨씬 잘생겼다고 해도,
...안돼.
내 눈에는......
문정혁밖에 안 보여.
내 마음은....
문정혁한테만 반응해!!
보고싶어.그 사람이 보고 싶어.
영생이
지하철역을 향해 달렸다.
오직 문정혁, 그 하나만을 보기위해.
진정한 사랑임을 늦게 알아 버린, 사랑하는 그를 잡기 위해.
*
"....."
"문정혁씨.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겁니까?"
"아, 죄..죄송합니다."
"흠! 됬습니다.
칼로리가 기존에 나와있는 과자보다 훨씬 낮은 녹차맛 아이스크림인데..
어떻습니까.감이 오십니까?"
".....글쎄요."
"유능한 네이미스트이 시지 않습니까.
어쨌든, 이틀내로 제품명 부탁 드립니다.저희가 워낙 바빠서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허영생..
영생이만..
영생이의 얼굴, 향기, 목소리...그 모든게
내 머리에서 멤돈다.
보고싶어.........정말 보고싶..
"정혁씨!!!!! 문정혁씨!!"
"...........영생이..?"
"정혁씨!!"
"....영생아?!"
"네....나에요......영생이....."
"영생아....."
"미안해요.정말 미안해요...거짓말이에요.다 거짓말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 하나밖에 없는데.....재벌가 외아들이란 말에 눈이 멀어서....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내가 잘못했어요...정말 보고싶..."
"보고싶어 죽는줄 알았잖아..."
"....울어요?"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알기나 해?"
"네...알아요.잘 아니까....그러니까 미안해요.....그리고..사랑해요."
시간이 조금 지난 후.
그렇게 영생을 안고 놓지않던 정혁이
영생을 놓아주며 말했다.
"뭐...먹고 싶은거 없어?"
"없어요.난......당신만 있으면 되요."
"그럴거면서 어젠 왜 그랬어.바보같이."
"미안해요.정말 미안..."
"아니야.난 괜찮아.울지마.
그럼.....스파게티 먹으러 가자."
"좋아요."
"그런데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며칠전에 정혁씨가 말해 줬으면서."
"그랬던가?"
정혁이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영생의 손을 잡았다.
그들은
더 없이 행복해 보이는 연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뒤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가 있었다.
김규종.
어제 정혁이 눈물을 보인게 마음에 걸려
밥이나 같이 먹으려고 정혁이 나올 시간에 맞춰 회사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규종.
하지만-
왜 일까.
정혁을 향해 달려가는 한 남자를 보고는 숨어버렸다.
그리고.....
그 때문에....정혁이 우는것을 보았고...
그 때문에....정혁이 웃는것을 보았다..
정혁이형..
아니....
정혁씨...
당신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할것 같았는데..
왜죠?
나...행복하지 않아요.
당신이..지금은..지금만큼은
불행했음 좋겠어.다시 술을 마시고 울어도 좋을것 같아.
.............나 왜 이러죠.
심장이 아프네.
.......눈물을 멈추고 싶은데..
멈춰지지가 않아.
*
카페 게시글
□ . 8
[진지]
[더블/신화] Cherish 01
매력정민
추천 0
조회 666
06.01.24 19:19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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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아- 더블/신화 는 처음입니다;ㅂ; 정혁이 에릭이지요? 아무튼 잘보고갑니다- 열심히쓰세요~♪
이런 꼬여도 너무꼬였어요T_T 영생군과 정혁씨는 서로 사랑하고 규종군은 정혁씨를 짝사랑하고 T_T ....... 아이런 마음아프다는T_T얼른 규종군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나타나야하는데, 규종군 내게와요 난언제든지 규종군을 받아들일 준비가 <- 퍽;;; 아, 다음편기대할께요 ^ ^
와아- 진지는 부담스러워서 잘 안 읽지만은- 신화에 확 클릭 했다는-ㅋㅋ 사실 저도 더블/신화를 써볼까 생각 중이었는데.. 먼저 선수를 치셨네요-ㅋㅋ 에릭님과 영생님이라.. 오오- 이런 커플을!! 그치만 5+6=11.. 홀 수가 되어 버리는 군요..ㅠㅜ 과연 누가 무적 솔로로 남으실지- 그 분은 저와 연결을..(응?);;;;
다음편도 기대기대 할게요-☆☆ 빨리 오세요-☆☆
규종군을... 좋아하는 사람이 나와야 할텐데.... 우리 규종군 불쌍해서 어떡해 ㅠ.ㅠ 가능하면... 혜성 군이나.. 앤디 군이랑 이뤄지면 좋을텐데... 다음편이 너무 기대돼요
꺄울. -,.- 더블신화 처음이군여. 저더 신화에 확클릭해버렸서염. ㅋㅋㅋㅋㅋ 꺄 기대할게요 어서써주쉐염
엄머 더블 신화 처음이에요 > < 앞으로 잘 써주세요 ^^
오옷 더블 신화, 이거 뭔가 색다릅니다.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