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터 7년전인 2005년,
눈대중으로 대충 때웠던 수영을 스포츠센터에서 정식으로 배우면서 트라이애슬론이라는 운동을 처음으로 접했던 때이다.
경기도 이천에서 열리는 설봉대회인 올림픽게임을 시작으로 이제는 없어져버린 철원 하프대회, 강원 삼척에서 열린
수영3km,사이클90km,런21km 인 하이원 (이대회에선 사이클 고저차가 무려 1300m 인 고난이도를 감안, 철인 인증서를 주었다.)
춘천 하프대회등 그럭저럭 1년에 두세번은 대회를 뛰었던것 같다.
그리고 2008년,한국에서 아이언맨 대회가 더이상 열리지 않자, 충남 태안에서 그레이트맨 대회라는 새로운 킹코스가 생겨났다.
북부클럽에서는 신설된 릴레이코스에 참가키로 하고 런부문을 내가 맡아 3시간 9분을 뛰었고, 수영과 사이클의 호기록으로
우리는 릴레이부문 10언더( 프로들만 낼수있는 기록: 10시간이내의 기록 )로1위를 차지했다.
이후 올림픽게임과 하프게임으로 일관하던 나완 달리 나의 권유로 트라이애슬론에 입문한 친구 성현이가 불과
1년만에 킹코스를 2번이나 완주하자 슬그머니 한번쯤은 킹코스를 뛰고 와야겠다는 압박감 비스무레한것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대회가 없어진지 4년만에 WTC에서 주관하는 IM대회가 제주에서 열리는 올해.
동아 마라톤이 끝나자마자 초점을 맞춰 훈련을 시작했다.
나의 문제는 사이클.
100KM를 넘는 장거리 훈련이 전무한 상태이다 보니 180.2KM를 타고 다시 풀을 뛰어야 하려면
일단 사이클에 맞는 몸을 만들어야만 했다.
일주일에 최소 3번이상을 MTB로 출퇴근을 하고,주말엔 100KM 이상을 사이클에 쏟았다.
1시간만 넘게 타면 고질적으로 허리가 아퍼 헬스클럽에선 등과 허리, 복근 운동에도 신경을 썼고,
런은 그중 편한 종목이다 보니 몸이 잊지않을 정도로만 달렸고.
그로 부터 3개월.
거의 하루도 쉬지않고 나름대로 훈련에 매진 했지만 대회 1주일 전까지 변함없는 막걸리 사랑이
과연 내게 어떻게 다가올지 은근 겁부터 난다.
따져보니 사이클 장거리훈련으로 180km 1번,150km 3번,120km,100km를 탄게 각각 2번씩.
한달전 풀코스는 한번 뛰었고, 수영은 1주전 장거리로 4km를 돌았다.
아,,,한달, 아니 보름만 참을걸...그놈의 막걸리...
김포공항에서 출발.
어쨌거나 여행은 즐거운법, 저절로 미소가...
바리바리 사이클이며 옷가지며 3박4일간 먹고 입을 것들.
선수 8과 써포터 2명, 모두 10명이 금요일 아침, 드디어 제주로...
중문해수욕장 바로 뒤, 한국콘도에 여장을 풀고 된장찌게로 간단한 아침을 마친후 해수욕장으로 몸풀기 수영을 가잔다.
시합은 10KM 떨어진 화순금모래 해수욕장이지만 북부총무 정문아우는 파도 맛을 보기엔 중문이 제격이라나 뭐라나...
마침 일요일 써핑보드대회가 있는지라 그곳엔 보드타는 얘들이 즐비하다.
딱보아도 보드타는 애기들과 3종하는 이들은 한눈에 표가난다.
보드는 보드라움..과 쌍쌍커플, 3종하는 이들은 거의 노가다 십장급 피부와 거칠음..
대회 엑스포장의 공식 대회 본부에서 선수등록을 하고.
IM 이라는 마크하나만 붙여 놓고 모든게 시중가의 배가 넘는 가격으로 배짱장사하는 미국아저씨가 있는곳.
점원들도 모두 외국인. 한국땅인데도 영어로 흥정을 해야...
아시아 에이스 박병훈선수를 뒤로 하는 착각에 잠시 빠져 보기도.
중문 해수욕장. 거센파도에 예전에 안보이던 써퍼들이 지금은 많이 보인다.
파도가 거세 부유물이 많아 물빛이 거뭇거뭇하다.
슈트를 안입으니 20분이상 수영 하기가 힘들다.
비가 오락가락해서인지 수온이 아직 낮다.
시합은 시합이고 아직은 그저 관광온 사람 같기만...
수영을 마치고 금요일 저녁 공식 환영 만찬에 가는 길목.
천제연 폭포와 천지연 폭포가 있는 동네.
약 1200명의 선수가 참가한 이번 대회. 그중 반정도는 외국인.
특히 중국과 일본대회가 취소되어 그들이 많이 참석.
생수병에 소주를 담아오는 기발한 발상으로 저들중 몇은 이미 알딸딸한 상태...
수영 출발점인 화순해수욕장.
대회 당일엔 안개가 자욱해 부표가 안보였다. 오른편은 산방산.
한바퀴 수영 워밍엎을 마치고.
한달전 춘천대회때 워밍엎 없이 바로 시합할때 하도 고생해서 이번엔 같은 실수를 안하려고...
해변 300m 까진 물이 차가웠는데 멀리 나가니 오히려 물이 따뜻한 느낌.
수영을 마치고 찾아간 말고기 전문점.
국가대표 선수들이 단골로 찾는다는데, 여사장님의 접대가 아주 시원시원.
말육회와 육사시미.
생각외로 무척 부드러워 놀랐다.
먹을때는 아무생각 없이...
식당문을 나설땐 소주병이 사진보다 배로 늘어났으니..
대회날 아침.
바디 넘버링을 마치고 수영 바꿈터로 들어서는길.
어서 빨리 시합을 마쳤으면 하는 마음밖엔...
수영 1랩을 마치고.
몸싸움을 아예 피하려고 레인 가장 바깥쪽에서 출발. 첫바퀴는 큰 몸싸움없이 수월히 돌았고
두바퀴째는 시간대별로 선수가 정리되어 레인에 바짝 붙여 돌았는데 새로운 노하우를 수확한 기분.
중문쪽과는 달리 화순해수욕장은 방파제로 둘러싸여 있어 파도가 없어 마치 풀장에서 수영하는 느낌.
4~5m까지 물밑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깨끗했고 출발때 보이지 않던 부표도 중반쯤 안개가 서서히 걷혀 시야도 확보.
역시 문제는 사이클.
톱니바퀴라 할정도로 오르막과 내리막으로만 되어있는듯한 코스.
rpm과 평속을 오버하지않도록 속도계를 확인하고 페이스를 유지하는데 신경을 곤두세웠다.
100km 즈음, 허기가 느껴지면서 다리에 힘이 풀리는 느낌이 든다.
일순, 완주의 부담감이 엄습해올때 스페셜푸드 보급소가 눈에 들어온다.
미리 준비해둔 단팥죽과 미숫가루 한병을 마시니, 오~ 탄수화물의 위대함이여...!
늘어지던 하체가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허벅지에 힘이 들어오면서 속도계의 바늘이 오른쪽으로 휘청댄다.
흐렸다 개기를 셀수없이 반복하며 앞뒤로 불어대는 변덕스런 바람이 나부대는 바닷가.
그 와중에도 풍경화같은 제주부락과 어우러진 해변의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걸 보니 이제 살아 나는가 보다.
길게는 2km에 달하는 오르막을 오르다면 보상차원의 시원한 내리막이 펼쳐 지기도 한다.
잠시 에어로바에 몸을 의지한채 시속 60여km의 스피드를 온몸으로 느끼며 질주감에 젖어본다.
걱정과 달리 사이클을 마치고 런 스타트.
잠깐 평지와 내리막을 달리니 본격적인 구비구비 언덕이 쉴새없이 나타난다.
오죽하면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이제껏 코스중 최악이라고 할까..
하프를 2회전 하는 코스로 약 2km 마다 보급소가 있어 그나마 목과 머리를 적시며 뛸수있었다.
목표는 5시간이내의 완주와 걷지 않는것.
보급소에는 파워젤과 바나나뿐. 제주에서 제일 흔한 수박 한쪽 없다.
런 2회째 어느 클럽인지 수박 화채를 한박스 가져온게 보인다.
얼마나 먹고 싶은지 나도 모르게 그리로 달려갈뻔 했으니...
사이클부터 하도 단거만 먹어서인지 내 의지와 상관없는 헛구역질이 나온다..
다행히 20번의 보급과 런스페셜푸드에서의 시간을 포함하고도 런 기록은 4시간25분 20초. 만족이다.
역시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법...
스타트를 끊고 마지막 완주선의 골인 테이프를 수없이 그려가며 달려온 여정의 마무리..
나와의 끊임없는 적당한 타협을 물리치며 일관된 레이스를 펼친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골인테이프를 향해 마지막 페이스를 올려 달릴때의 기분...
뭐라 표현하기 힘든 그 희열과 환희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레이스도중 응원과 격려로 힘을 실어주신 형님,아우님들 잊지않겠습니다..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정말 대단하십니다 부럽기도 하구요 이열정 아무 부상없이 쭉~욱 가길바랍니다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최고입니다. 언제나 최선을 다 하시는 부회장님,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는 건, 가장 큰 선물인것 같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갔다오신 대회가 그 유명한 아이언맨 대회였군요.
수영 3.8키로, 사이클 무려 180키로에 또 풀코스... 엄두가 나지 않네요.
대단하시고 부럽습니다.
아이언맨 모자가 평소 탐나던데 이 대회인줄 알았으면 하나 부탁할 걸 그랬습니다. ^^
어라? 후기가 올라온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네? 후기내용은 대회후 막걸리한잔 나누며 했었던 말들이 그대로 녹아있고...여하간 그좋아하는 막걸리를 전혀 않먹을수는 없었어도 나름대로 착실하고 꾸준하게 대회전준비를 하였었기에 하루종일을 체력만으로도 않되고 정신력이 기본적인 베이스로 바탕에 깔려야한다는 그,힘든 아이언맨.킹코쓰를 그닥,크게 힘들이지않고 만족할만한 기록으로 완주한것 아니었는지...(물론 중간에 몇번의 고비를 겪는건 어쩌면 필수겠지) 남자들의 로망 "IRON MAN"의 칭호 부러우이~~그리고 수고하셨네!!
이제야 맛갈스런 후기를 보네요..
각고의 노력이 좋은 결과를 만드셨네요..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이런~~ 참가 후기를 7월 9일에 올렸는데 이제서야 보았네요 , 어떻게 이런 일이??? 늦었지만 다시한번 축하드리고요~한편으로 많이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