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꽃)

[한겨레]

☆ 능소화 ☆

/ 시인 오 승희

햇살 한 줌/ 툭 떨어져 꽃으로 피어났던가
슬픈 전설/  머금어 꽃이 되었던가
보기만 하여도/ 빨려들까 싶은데
이글거리는 여름날을/ 미소 지으며
하나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여
손 내밀면/ 닿으려나 싶은데
스스로 오를 수 없음이여/ 그대 발치에서
차마 떠나지 못하고/ 담장에 기대 선 체
말없이 흠모하는 짝사랑을 앓는다

또한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는 꽃입니다.
​
소화라는 궁녀가 왕의 총애를 받고 궁궐
한 처소에 마련되어 살고 있었는데
시간이 흘러 총애가 사라지고 왕이 찾지
않자 시름시름 앓다가 쓸쓸하게 죽어 갔는데
소화가 세상을 떠난 뒤 주변 담장에서 진한
주황색 꽃들이 피어났다고 하여
'능소화'라고 지었다는 전설이 있는 꽃
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