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등의 사마귀
분당에 자주 오는 상오, 근처 사는 문식, 격리기간을 끝낸 원석과 정자역 회동을 가졌다. 멀지 않아 손(孫)을 볼 것 같다는 문식의 반가운 소식을 시작으로 상오의 할아버지찬스 사연. 원석은 큰손자가 둘째를 무척 예뻐한다는 아들네 소식을 전한다. 나는 검사간격이 넓어졌다는 소식을 냈다.
뭐니 해도 우리 고교시절 성장기는 언제 들춰봐도 재미있다. 운동 후 허기로 배가 끓던 기억, 선배들의 몽둥이기압, 덕수궁에서 여고생과 밴드민튼 , 버스표 한 장을 군자금삼아 타교 문화제 참석하기. 금란여고생으로부터 휘둘리던 나뿐 추억. 우리의 행적은 끝없이 이어졌다.
이야기 중에 문식이 복통으로 아내가 응급실에 갔다며 탈과 통증이 화재로 올랐다. 나도 이따금씩 어지럽고 갈빗대 허벅지 어깨통증 특히 두통으로 우울하다했다. 듣고 있던 원석이가 아프리카 가봉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신통증으로 죽다가 살아났다며 사상충 검사를 권했다.
주치의는 14번의 화학혈액 핵의학혈액검사와 5번의 CT, X-ray 검사에서 병변은 밝혀지고 화학암치료에 기생충은 사멸한다 했다. 두통은 나이도 있고 말끝이 흐르고 화가 잦은 것을 들어 이상단백질이나 뇌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뇌신경과로 이전을 권했다. 이상단백질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코로나가 누그러질 때까지 약을 쓰며 지켜보면 어떻겠느냐는 내 뜻을 밝혔다. 비용도 문제지만 검사자체를 꺼린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보름치 진통제 처방과 통증계수 기록을 숙제로 받았다.
주치의는 급작스레 3기로 진행된 내 경우를 연구하는데 재활 섭생일체를 간섭한다. 대신 재발시 임상에 넣어 신약처방이나 치료비용 지원혜택이 있다. 원석이 미국에서 가져온 오메가3(FLAXSEED OIL)복용도 허락 받아야 할 정도로 매사 숨김이 없어야한다는 것을 알지만 뇌질환 가족력은 말하지 않았다.
한해는 수술과 항암치료로 그다음 한해는 친구들과 산을 오르며 회복을 기뻐했고 올해는 자전거를 벗 삼는다. 가벼운 핸들로 교체하고 높이조절 포스트도 잘랐다. 받침대 벨도 제거했다. 요즘은 성능개량보다 자전거여행 상상에 빠져있다.
내가 달리는 천변에 한 뼘 푸른 코스모스가 들판처럼 넓게 자란다. 10월 중순이면 꽃분홍색이 하얀 꽃에 둘려 돋보일 것이다. 적색은 키가 높고 하늘색과 어울린다. 얼핏 보랏빛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자적색이 이슬에 젖으면 그렇다. 그 들의 하늘거림은 사람들의 발길을 잡고 사연을 낳는다.
코스모스 들판을 지나 폭음탄소리를 피한 새들이 내리는 못가에 내가 쉰다. 반석뿐이어서 사람이 모이지 않는 곳이다. 못은 노랑머리연꽃이 한꺼번에 피고 사이사이 하얀색이나 노랑둘레에 분홍색 연꽃이 돋는다. 겨울이면 마른줄기 끝에 접힌 잎을 달고 삭막해진다.
올 태풍이 심했다. 천을 가득 채운 물이 넘칠 때마다 오리들이 올라와 내가 쉬는 반석위에 흔적을 남긴다. 새가 작을수록 사람을 피하지 않는 것, 곡물부스러기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간식을 구레뉼라로 바꿨다.
해가 기울면 다들 떠난다, 반석주변에 남은 것은 공허뿐이다. 인식이 필요가 없어 그런지 집에서부터 달고 왔던 통증을 잊는다. 공(空)의 진정작용인 듯하다.
두통은 수면제로 잠들거나 진통제를 써야 한다. 이런 약들은 원치 않는 상태라는 부정의 의미가 강하다. 혹시 반대의 상태라면 어느 날 손등의 사마귀가 감쪽같이 없어지듯 두통이 살아질 수 있지 않을까? 원래 없던 것이어서 그렇게라도 믿고 싶다.
2020년 10월 1일 추석날 안준훈
첫댓글 잠시 잠시 거쳐가는 작은통증 을 느끼게 하는구나
어서 어서 병마와의 동침에서 깨어나길 바랄께 ! 파이팅 ♡
미세혈관에 남아있는 약 독성에의해 통증이나 불편함이 오래 남는다고 하네 . 요런 통증을 제어하는데 신나는 일. 성취감이 치솟는 행위에서 엔돌핀이 생성, 자연치유가 된다는것을 믿고 그러려고 노력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