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7월 캐나다시장에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7.8%나 늘어난 1만488대를 판매, 7월 기준으로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7개월 동안의 판매로 따지면 작년에 비해
23.9%나 증가했다. 이런 상승세 중심에 현대차 최초 후륜구동 고급세단 제네시스가 있다.
2009년 ‘북미 최고의 차’와 ‘올해의 캐나다
자동차’로 꼽히기도 한 제네시스는 기존 현대의 ‘싼 차’ 이미지를 확 바꾸어버린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중후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품질에서도 기존 고급세단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던 제네시스. 현대가 그 플랫폼을 활용해 등장시킨 것이 바로
'제네시스 쿠페(Coupe)'다. 스포츠성을 강조해 제네시스 세단에서 검증받았던 품질은 물론이고 ‘성능도 좋은 현대차’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자 한 것이다.
현대차 스포츠쿠페의 역사는 '스쿠프'에서 시작, 96년
'티뷰론'과 2001년 '투스카니'를 거쳐 오늘날의 제네시스 쿠페로 이어졌다. 제네시스 쿠페는 처음으로
뒷바퀴굴림(후륜구동)방식을 채택, ‘정통 스포츠카’를 지향하고 있다. 한국산 최초의 스포츠카라 할 수 있는 제네시스 쿠페를
시승해봤다. 정재호 기자·사진 황원기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네시스 쿠페는 확실히 ‘수준급의
스포츠카’란 것이다. 단순히 현대차, 모국의 자동차라는 애국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 아니라 성능면에서 기대이상을 충족시켰다.
시승을 하는 동안 ‘한국차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 정도였다. 물론 국산차에대한 기대치가 낮아서일 수도 있지만 기존의
것과는 차별화된 수준이란 것은 분명하다.
제네시스 쿠페는 기본적으로 고성승 스포츠카를 표방하고
있다. 엔진은 크게 2종류가 있는데 배기량 2천cc의 세타 2.0터보차저 RS엔진과 3,800cc의 람다 RS엔진이 그것이다.
전자는 소나타 등에 쓰이며 좋은 성능을 보였던 세타엔진에 터보차저를 추가해 210마력을 낼 수 있도록 했다. 후자의 경우 기존
제네시스 세단에 탑재됐던 290마력 엔진을 개선해 303마력까지 출력을 높인 것으로 쿠페의 강력한 힘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구동방식은 제네시스 세단과 동일하게 후륜구동을 적용해 스포츠카다운 기동성을 보여준다. LSD (Limited Slip
Differential:미끄러운 길 또는 진흙 길 등에서 주행할 때 한쪽 바퀴가 헛돌며 빠져나오지 못할 경우 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와 VDC(Vehicle Dynamic Control: 운전자가 제동을 가하지 않아도 스스로 미끄러짐을
감지해서 브레이크 압력과 엔진 출력을 제어하여 운전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시스템)을 탑재했고 브레이크계의 ‘명품’이라 불리는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이 장착돼있다.
그럼 외관부터 살펴보자. 전면은 헤드램프과 그릴의
날카로운 선이 공격적이다. 마치 표범의 눈과 입을 형상화 한 듯 야성적인 느낌마저 풍긴다. 범퍼 스커트 디자인이 바깥쪽으로
뻗어있어 날렵함과 공격성을 강조한다. 옆모습은 쿠페 특유의 완만하면서도 부드러운 유선형의 라인을 유지하고 있다. 단조로울 수도
있는 측면에 길게 뻗은 Z라인을 더해 날렵함을 강조했다. 긴 휠베이스(자동차 바퀴 간격)와 짧은 오버행(자동자 뒤측면)으로
안정감도 더했다. 거기에 19인치 알루미늄 휠이 균형 있게 자리잡고 있다.
후면은 뒤가 들린 킥업(kick-up)스타일의 트렁크와
범퍼 아래쪽의 듀얼 배기 파이프로 스포츠카임을 강조했다. 뒤가 두꺼워 중후한 느낌도 주지만 동시에 테일램프를 날렵하게 표현해
묵직하지 않고 세련되고 모던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공격적인 전면부에 물 흐르듯 매끄러운 측·후면이 경쟁차종이라 할 수
있는 인피니티의 'G37'과 닮았다.
인테리어와 내부는 외관에 비해 미흡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센터페시아와 계기판 등의 디자인은 좋은 편. 하지만 차량단가를 낮추려 마감재를 무광택 플라스틱을 사용해 고급스러운 느낌은
덜하다. 센테페시아 맨 위에는 통합 표시창이 있고 아래로 오디오와 여타 시스템 버튼이 정리돼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심플하고
세련됐다.
스포츠카를 표방하는 만큼 핸들은 직경이 짧고 림 폭이 큰
스티어링 휠을 사용했다. 그 안으로 보이는 게기판도 디지털이 아닌 실린더 타입으로 심플함을 살렸다. 시트는 4인승이다. 쿠페의
특성상 앞좌석은 넉넉하고 넓지만 뒤는 아주 좁다. 성인 2인이 탈 수는 있지만 장시간 운행에는 무리가 있다.
앞좌석은 앞뒤 슬라이딩은 전동 시트백은 수동 조절식이다. 착좌감은 안락한 편. 하지만 스포츠카임에도 주행 시 좌우 이동을 잘 잡아주진 못한다.
편의장비도 무난한 편이다. 오디오는 10스피커,
360와트 인피니티 시스템을 탑재했다. AUX뿐만 아니라 아이팟 단자도 지원한다. 접이식 트렁크도 골프채 2개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프레임이 없는 문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문을 열 때 살짝 창문이 내려갔다가 닫으면 올라가는 섬세함도 있다.
내장형 네비게이션을 장착할 수 없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시승차였던 제네시스 쿠페 3.8GT는 킬리스(Keyless) 스타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묵직한 스마트키를 차 내부에만 두고 있으면 버튼으로 시동을 걸 수 있다.
브레이크를 밟고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부르릉’ 소리와
함께 시동이 걸렸다. 낮게 깔리는 배기음은 기존 한국차에서 들을 수 없었던 중후한 소리였다. 엑셀을 밟자마자 차가
‘튀어나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반응성이 좋다. 고속도로로 나가 가속력을 시험해봤다. 초기 가속력에서 기대이상의 감각을
보인다. 0~100km/h까지 시간이 6.5초라고 표기돼 있지만 엑셀을 밟자 휠스핀을 일으키며 돌진하는 감각은 매우 뛰어났다.
토크가 높고 후륜구동인 탓에 뒤쪽에서 약간의 흔들림(슬립)이 발생하기도.
스피도미터의 바늘은 페달을 밟는대로 올라가며 운전자를
자극한다. 후면에서 들리는 낮게 깔리는 배기음은 마치 스포츠카가 아닌 60년대의 머슬카의 힘찬 소리를 연상케 한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을 하면 45~50km/h에서 2단, 90~100km/h에서 3단 145km/h에서 4단을 가볍게 돌파한다. 또
고출력 303마력 엔진이라 고속에서도 무리 없이 재가속이 가능했다. 테스트해보진 못했지만 180~200km/h를 넘어서는 시점이
되면 앞쪽이 가벼워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한다.
서스펜션은 매우 딱딱한 편이다. 자동차의 상태를 잘 느낄
수 있어 더욱 재미있는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승차감면에선 차가 통통 튀는 면이 강했다. 편안한 세단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첫 주행 후 약간의 멀미증상을 느낄 수도.
일단 달리는 성능은 아주 만족스럽다. 기존 국내시장에
진출한 스포츠 쿠페와의 비교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현대차의 자신감에 공감할 만한 수준이었다. 제네시스 쿠페는 한마디로 ‘한국차
답지 않은 스포티함’으로 무장한 ‘기대이상의 차’였다. 물론 부분적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당초 예상했던 것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현대차가 인피니티의 G37·마즈다 RX-8·BMW 335i와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차량을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제네시스 쿠페는 그 의미가 크다. 2010년형 제네시스 쿠페 2.0T 기본형은 24,495달러(프리미엄:27,495달러
GT:30,445달러). 3.8리터 기본형은 32,995달러, GT는 34,995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제네시스 쿠페의 자세한 모습과 동영상 시승기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koreatiems.net)에서 감상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