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국산 천일염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독특하고 좋은 품질의 소금이라고 말한다.
그 비밀은 바로 갯벌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천일염이 많지만 갯벌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한국이 전 세계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천일염으로 통하는 프랑스 게랑드 소금도 대서양 갯벌에서 나온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 5대 갯벌의 한 곳인 서해 갯벌에서 나오는 천일염은 염도가 낮고
미네랄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국산 천일염의 염도(나트륨 함유량) 기준은 70%인데 반해 정제염은 95%,
수입산 천일염이나 암염은 94%에 달한다. 국산 천일염이 나트륨 특유의 강한 짠맛이 덜한 이유다.
또한 마그네슘과 칼륨, 칼슘 등 미네랄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유제정 소금이오는소리 대표는 "천일염의 뒷맛이 달달한 이유가 바로 미네랄 때문"이라며
"세계 유명 셰프들이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도
국산 천일염의 미네랄 함량이 2배 이상 더 높다"고 말했다.
◆ 김치·장류·젓갈 등 전통 발효음식의 비결
천일염이 좋은 것은 단순히 소금 맛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표 음식인 김치와 된장, 고추장, 젓갈류 등을 담갔을 때 천일염을 사용하는 것과 다른 소금을 사용하는 것은 결과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김치를 만들기 위해 배추를 절일 때 천일염을 사용하지 않으면 김치가 물러지게 된다.
김치명인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은 "나트륨 함유량이 낮고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으로 배추를 절이면 적당한 삼투압 작용으로 배추가 물러지지 않고 아삭아삭하게 절여지기 때문에 식감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그는 "정제염이나 중국산 천일염으로 김치를 담그면 염도가 높아 배추가 무르거나 심지어 녹아 버리기도 한다"며 "김치 맛도 너무 짜지거나 심하면 쓴맛이 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천일염에 함유된 미네랄은 김치가 익을수록 더 좋은 맛이 나게 하는 요인이다.
김학렬 목포대 교수는 "천일염의 풍부한 미네랄은 그 자체만으로도 음식의 풍미를 높이지만 발효식품에서는 유산균이 잘 번식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게랑드에서 천일염이 발달한 것도 중세 시대 어업 발달로 초과 포획한 청어를 절일 때 가장 좋은 맛을 내는 소금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다.
콩과 같은 곡물을 이용해 장류를 담그거나 해산물을 활용해 젓갈류를 담글 때도 어떤 소금을 쓰느냐에 따라 맛과 품질이 달라진다. 천일염을 써야 너무 짜지 않으면서 발효가 잘 되다 보니 국내 유명 젓갈 생산지는 대부분 좋은 천일염 생산지에 인접해 발달해왔다.
예로부터 종가에서 장을 담글 때는 갓 만들어낸 소금이 아니라 최소 3년 이상 쌓아두고
간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한 것도 발효를 잘 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간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천일염에서 빠져나오는 액체로 마그네슘과 염화칼륨, 염화나트륨 등의
성분이 함유돼 있다. 간수를 오래 뺀 소금일수록 품질 좋은 소금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