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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일월문화아카데미 원문보기 글쓴이: 동화샘터(박선옥)
자기 몸에 상처를 내보지 못한 사람은 남의 흠집을 보고도 비웃는 법이다. (줄리엣이 창가 에 나타난다) 쉿! 저기 창가에 새어 나오는 빛은 다 뭐지? 아, 저 쪽이 동쪽이렷다? 그러니 까 해님 줄리엣이다! 오, 밝은 해님아! 저기 허공 중천에 떠올라 우릴 질투하고 있는 달을 없애다오. 그대의 아름다움이 저 달을 병들게 해 슬픔으로 해쓱하게 만들려무나! 줄리엣! 그댄 나의 여인! 나의 사랑이다. 오, 내 이런 맘을 조금이나마 알아줬으면... 아하, 입을 연 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군. 그래도 좋다. 하지만 눈은 뭔가 말하고 있지 않은가? 하늘의 별 두 개여! 부디 저 줄리엣의 눈에다 영롱함을 더해 대신 반짝여다오. 가만! 그러다 줄리엣의 두 눈은 하늘에 있고 별들이 얼굴에 남아 있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얼굴에서 나오 는 찬연한 광채가 대낮같이 되겠지? 그리고 하늘에 있는 두 눈은 창공에 영롱하게 비출 거야. 그럼. 새들도 계속 대낮인 줄 알고 끝없이 노랠 불러댈 거고... 저것 봐. 한 손으로 한쪽 뺨을 비스듬히 괴고 있네? 아! 내가 저 손의 장갑이 되었으면... 그럼, 저 아름다운 뺨에 닿을 수 있을 텐데... 가만! 말을 한다. 아, 빛나는 천사여! 그대는 오늘 밤, 내 머리 위에서 지울 수 없는 찬란한 광채를 비추는구려. 그리고 날개 돋친 하늘의 사자가 돼 조용히 구름을 밞고, 허공을 지나 날아가고 있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놀라 경외로운 눈으로 그댈 쳐다보고 있죠. 이렇게 말입니다.
ㅡ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 로미오 대사..
시간날 때 '연극과 사람'에서 나온 책들을 보는 중에 아름다운 로미오의 대사에 매료되었습니다. "아, 내가 저 장갑이 되었으면... 그럼, 저 아름다운 뺨에 닿을 수 있을 텐데..." 연극은 인생의 축소판,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나의 이야기가 언제 어디에서 상연될지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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