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의 뒷물결은 앞물결을 밀어내고, 세상에는 신세대가 구세대를 몰아낸다(長江後浪推前浪, 世上新人趕舊人)는 중국의 격언이 있다. 살아가다보면 이런 상황들을 도처에서 자주 보게 되고 각종 스포츠에서는 매일매일 이러한 변화와 소용돌이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근래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꼭 이런 비유에 맞는 경기의 진행과 결과가 있어 옮겨본다.
남자 테니스계에서 일세를 풍미한 영웅들인 스위스의 페더러와 스페인의 나달이 8강에도 들지 못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후배들의 추격에 덜미를 잡힌 것이다. 강철같던 체력과 현란한 기술도 흐르는 세월 앞에서는 쇠락할 수 밖에 없나보다. 세계랭킹 1,2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도저히 물러서지 않을 듯하던 그들도 3,4위 그룹을 맴돌던 세르비아의 조코비치와 영국의 머레이 등에게 따라잡혀 지금은 그 위치가 역전되어 있다. 두 후배가 이번 대회의 결승에 진출하여 내일 챔피언 자리를 두고 겨루게 되었다.
한 때 페더러와 나달이 그랜드슬램 경기들을 번갈아 석권하고 장기집권을 할 때에는 누군가 강력한 신인이 나타나 그들을 이겨주기를 응원했다. 그런데 세월과 함께 자연스레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고수들이 지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후배들이 이기는 경기가 늘다보니 이제 그 후배들마저 또다른 후배들이 이겨주기를 바라며 응원하게 되었다. 내일 결승을 치르는 두 강자도 언젠가는 쫓아오는 새 고수에게 추격을 당할 것이다. 비정한 승부의 세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순리이고 하늘의 뜻이 아닐까.
내가 근무하는 곳에도 상황은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장강의 앞물결에 속해 있다. 끊임없이 뒷물결이 밀려오니 자리를 비켜 줄 때가 되었다. 장차관이 나보다 연소자가 부임한 것이 이미 오래전의 일이니 실국장들은 말할 것도 없다. 고시출신 국장들은 10년 정도의 연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리 연수원만 해도 간부 중에는 내가 최연장자다. 백척간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이렇게 허무하게 세월이 흘러버렸나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도 이 정부는 연장자라고 해서 과거처럼 명예퇴직을 권유하거나 민간 기관으로 보직하는 등의 정리인사를 하지 않는다. 세월호 사건으로 퇴직자의 재취업이 어려워졌고, 연금개혁 등으로 공무원의 사기저하를 우려한 부작위라고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행으로 여긴다. 하위직에서 부터 고급 직위에 있는 모든 이가 눈치를 보지않고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비록 내가 장강의 앞 물결이 되어 밀려가고 있지만, 불평하지않고 자연스러운 인생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후배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내게 주어진 기간까지 근무하려 한다. 오랜 시간 흘러온 하나의 작은 물줄기는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이제 안착할 곳을 찾고 있는 중이다.
첫댓글 좋은 이야기일세~
파이팅!!!
人不知 而不慍이면 不亦君子乎아 (인부지 이불온 불역군자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서운해 하지 않는다면 군자가 아니겠는가." 라는 공자말씀이 생각나는 글이네~
형님! 좋은 말씀으로 격려해주셔 감사합니다.
아울러 손주보게 되신 것도 늦게나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