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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 블레드(SLOVENIA BLED)
올해 2018년은 아내의 환갑, 그래서 생각한 것이 동유럽여행이다.
10월 10일 시카고를 떠나 10월 21일 돌아오는 여행사의 패키지상품으로 동유럽 6개국을 돌아보았다.
패키지상품이란 으례 그렇듯이 여행사에서 마련한 일정을 여행사에서 마련한 차량으로 이동하며 여행을 소화하여, 여행준비에서의 즐거움과 번거로움을 동시에 해소하여 편안하지만 자유로움을 축소시키는 장단점을 가진 그런 상품이다.
시카고에서 독일은 항공편으로, 독일에서 버스로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헝가리, 체코 그리고 다시 독일로 돌아와 버스투어를 마감하고, 독일에서 시카고는 항공편으로 돌아오는 11박 12일의 6개국투어의 일정이다.
10일, 6:15 PM 시카고 오헤어공항(ORD)을 이륙한 UA0907편은 11일 9:45 AM 독일 프랑크푸르트국제공항(FRA)에 우리부부를 내려놓았다. 공항에서 일행과 합류, 공식 여행 일정이 시작되었다.
11일, 맨 처음 내가 만난 곳이 독일의 로텐부르크(Rothenburg), 구시가지(Old Town)에 위치한 마르크트(Markt)광장은 시청사와 중세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는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유럽 어느 도시를 가도 크던 작던 광장이 제일먼저 눈에 뜨이는데 시청사와 광장은 항상 붙어있어 뗄 수 없는 관계인 모양이다. 크진 않지만 소박한 느낌을 주는 고풍스러운 도시이다.
마르크트광장, 돌로 깔아 놓은 광장바닥이 돋 보인다.
마르크트광장의 시청사
독일의 도시는 뒤에 ‘부르크(burg)’와 ‘베르그(berg)’를 붙인 구도시의 지명이 많은데 '부르크'는 성곽으로 둘러싸인 도시이고 '베르그'는 높은 곳에 성이 있는 도시를 가리킨다. 예컨대, 함부르크,하이델베르그등. 위의 로텐부르크는 시가지를 보호하기 위하여 성곽으로 둘러싸인 도시이다. 또 유럽의 도시를 신시가지(New Town)와 구시가지(Old Town)로 나누기도 하는데 우리가 둘러볼 도시는 주로 구시가지이다. 그리고 중세라 함은 5세기부터 15세기(476년-1453년)를 나타낸다.
12일 뮌헨, 뮌헨은 대도시로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세계최대 과학기술의 독일박물관, BMW Museum, Mercedes-Benz Centre등이 위치해 있다.
시청사 앞의 마리엔 광장(Marienplatz)은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시청사의 시계탑에서 정오에 하는 인형극을 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화려한 시청사건물 중앙 위쪽에 설치된 인형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연신 사진 찍기 바쁘다. 또 광장에는 전위예술이라 하여 사람이 몸 전체를 하얗게 분칠을 하고 있는가하면 무언가 알 수 없는 장식물들로 치장하기도 한다.
마리엔광장과 시청사
1468년 건축하기 시작하여 1488년 쌍둥이탑이 완성된 프라우엔(Frauen)교회는 유럽에서 찾아보기 힘든 양파모양의 탑으로 이루어졌다. 교회 안에는 악마의 발자국이 있다. 교회 건축당시 악마와의 거래에서 창문이 보이지 않는 건물을 짓겠다고 약속하여 악마가 도왔다고 한다. 뮌헨에서 시청사와 더불어 가장 많이 알려진 건물이다.
프라우엔교회안의 악마의 발자국, 나도 발을 맞추어 보았다.
유럽의 화장실문화에 대해 잠깐 소개하고 지나가자.
버스는 고속도로를 지나다 휴게소에 멈추었다. 휴게소에 들어가 화장실을 찾으니 한층 아래로 내려간다. 화장실입구에서 동전을 투입해야 개찰구의 손잡이가 출입을 허가한다. 50센트에서 1유로까지 화장실마다 다르고 영수증도 자동으로 출력된다. 이 영수증을 해당휴게소에서 물건을 살 때 제시하면 그 금액만큼 공제해 준다. 어느 곳에선 크레디트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휴게소 화장실은 주로 지하층에 위치하고, 식당에서도 마찬가지다. 건물의 공간을 아끼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개조된 구 건물에선 화장실은 당연 지하층이다. 심지어 박물관에서도. 어느 거리의 카페에선 그 카페에서 주문한 상품의 영수증에 찍혀있는 QR코드를 화장실입구의 센서에서 인식하고 문이 열리기도 한다. 동전이 있어야 사용가능한 유럽의 화장실은 불편하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다.
50센트, 1유로 화장실사용요금 영수증
영화 'Sound of Music'의 배경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Salzburg)로 이동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오스트리아의 여러 장소에서 촬영하였으며 알프스가 배경이 된 여러 장면이 나온다. 이 알프스산맥은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독일, 프랑스 등 7개국에 거쳐 펼쳐져있다. 알프스의 최고봉은 프랑스의 몽블랑(4808m)이다. 산악인들 사이에선 이런말이 있다. "아무리 히말라야를 올라도 알프스를 못 오르면 촌놈"이라고.
미라벨정원, 영화 Sound of Music에서 도레미송부른 촬영장소
호엔 잘츠부르크성은 해발 542m에 세워진 완벽한 규모로 현존하는 최대의 성이다. 성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도 일품이다. 잘츠부르크 대성당은 774년 St. Virgil에 의해 건립되어 1167년 화재 후 콘라드 3세에 의해 로마네스크양식으로 재건축된다.
호엔잘츠부르크 성에서 내려다 본 풍광
잘츠부르크 대성당
잘스부르크 대성당 내부
이곳 잘스부르크는 모차르트가 1756년 태어나 살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생가에는 바이올린, 비올라, 피아노등 생전에 그가 사용하던 악기들을 전시해놓았다. 그는 잘츠부르크의 자랑이자 오스트리아의 대명사이다. 그 근처에 잘츠부르크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번화가인 게트라이데거리(Getreidegasse)가 있다. 좁은 골목길에 많은 상점들이 자리잡은 이 거리는 각 상점의 개성을 살린 독특한 철제세공간판들로 유명하기도 하다.
모짜르트 생가
13일, 잘스부르크에서 할슈타트(Hallstatt)로 가는 산길은 유난히도 아름답다. 아침햇살이 반사되는 단풍잎은 맑은 가을 하늘과 꽤도 잘 어울린다. 이 산길은 기상상태에 따라 폐쇄되기도 한다고 한다.
할슈타트(Hallstatt), 알프스를 배경으로한 아름다운 호숫가 마을이다. 마을과 호수주변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에서 볼프강(Wolfgang)호수를 유람선으로 건너면 전원도시 잘츠캄머굿(Salzkammergut)에 도착한다. 잘츠캄머굿의 초입은 장크트 길겐(St. Gilgen)이다. 이곳에는 모차르트 어머니의 생가가 있다. 여기서 케이블카를 타고 쯔벨프호른산((Zwolferhorn Seilbahn, 1,522m)에 오른다. 케이블카로 오르며 아래를 보니 등산로가 보이고 그 등산로를 따라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 산악자전거도 보인다. 정상에서는 볼프강호수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파아란 하늘과 하이얀 구름 그리고 쪽빛 호수가 한 폭의 그림이다.
아침햇살이 가득한 할슈타트 호숫가 마을
할슈타트마을과 볼프강호수
쯔벨프호른산 정상에서 본 볼프강호수
14일, 슬로베니아(Slovenia)의 블레드(Bled). 슬로베니아는 나의 이번여행의 Key Country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의 배경이 된 도시. 소설에서는 블레드와 수도 루블라냐(Ljubljana)를 오가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이번일정에 루블라냐는 빠져있다.
슬로베니아는 유고슬라비아로부터 1991년 독립하였다.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슬로베니아는 미운사람에게 절대로 알려주고 싶지 않은 여행지다.”라고. 북쪽으로 알프스를 이고 있고 서남쪽으로 아드리아해(Adriatic Sea)와 접해있다. 중세도시를 간직하고 있으며 와이너리가 많고 물가도 저렴하다. 식당에선 그 집의 하우스와인을 꼭 맛보아야 슬로베니아를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블레드 성은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성이며 블레드 호수를 내려다보는 조망이 그림 같다. 1011년에 지어져 1947년 화재로 인해 1951년부터 1961년까지 로마네스크와 고딕양식으로 재건되었다. 성안에 작은 인쇄소는 1,000년을 이어왔다고 한다. 지금도 판화를 즉석에서 인쇄하여 판매하고 있다. 그곳에서 블레드섬을 그린 판화 한점을 구입했다. 블레드 성에서 내려다보이는 블레드 호수에 블레드 섬이 떠있다.
블레드 성
블레드성에서 본 블레드 섬
이 블레드 섬에 가려면 플레트나(Pletna)라는 나룻배만을 이용해야한다. 이 나룻배는 합스부르크(Habsburg)왕가의 여제 마리아테레지아(Maria Theresia)의 명에 의해 아직도 운행된다. 남성만이 노를 지을 수 있고 대를 물려 노 짓는 일을 한다. 노 짓는 일에 자부심이 강하다고 한다. 한배에 20명 정도 승선이 가능하고 섬까지는 40분 정도 소요된다. 우리가 탄 배를 노 짓는 청년은 한국 사람임을 알아보고 ‘안녕하세요, 빨리빨리’같은 단어를 적절히 사용한다. 아마 한국인 관광객이 상당히 많은 모양이다.
블레드 섬의 성모마리아 성당
호수의 물은 맑고 투명하다. 더 이상 깨끗할 수 없을 정도로. 가을빛 물색에 여름빛 날씨이다. 동력은 손으로 젓는 노 밖에 없으니, 자연을 지키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섬에 가는 방법이 하나 더 있다. 수영을 해서 건너는 것이다. 섬에 닿으면 99개의 계단을 올라야 성모마리아 성당이 있다. 이 성당에서는 결혼식이 자주 있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슬로베니아사람보다 주변국의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 이곳에서 결혼식을 할 때 신랑이 신부를 안고 99개의 계단을 올라간다. 그때 신부는 말을 해선 안 되고, 둘이서 성당안의 종을 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우리부부도 종을 쳤는데, 소원 중에 로또 당첨은 안된다고.
포스토이나(Postojnska jama)동굴, 슬로베니아에는 약 일 만개의 동굴이 있고 그중에 20개의 동굴을 개방하고 있다. 그중 포스토이나동굴은 1818년 루카체체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가장 긴 동굴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20,570m의 카르스트동굴이다. 일반인 관람코스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5,400m이다. 동굴입구에서 약 7분 기차를 타고 이동한다. 기차가 움직이면 절대로 일어서지 말라고 한다. 생각보다 빠르다. 동굴의 석순과 종유석은 잘 보존되어 있었고, 걸어서 이동 중에는 한글로 번역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동굴투어에는 약 1시간 반 정도 소요되며 내부온도는 섭씨 10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동굴 마지막은 약 일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Concert Hall로 오케스트라연주를 한적도 있다고 한다.
포스토이나동굴 내부
15일, 크로아티아(Croatia). 아드리아해(Adriatic Sea)를 사이에 두고 이탈리아와 마주보고 있다. 크로아티아 입국 시에는 여권검사를 한다. 유럽 여행 시 EU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는 유로화 대신 자국의 고유화폐를 사용하기도 하며 유로화를 받되 거스름돈은 자국의 화폐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 솅겐(Schengen)조약에 가입하지 않아 출입국시 여권검사를 하는 나라도 있다. 크로아티아는 유럽연합가입국이기는 하나 유로존가입국이 아니라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먼저 찾은 곳은 영화 아바타의 촬영지 플리트비체(Plitvicka jezera) 국립공원. 1949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92개의 폭포와 16개의 청록색호수로 어우러진 국립공원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들의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자연보호를 위해 모든 다리를 나무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수도 자그레브(Zagreb),
반옐라치치(Ban Jelacic Square)광장과 자그레브대성당 그리고 성 마르크(Sv. Marka)성당이 있다. 자그레브대성당은 1093년 짓기 시작하여 1102년 완공되었다. 크로아티아에서 제일 높은 건축물로 자그레브를 상징한다.
자그레브 대성당
성 마르크 성당은 자그레브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고딕양식으로 지어졌다. 지붕을 모자이크 타일로 장식하여 어느 성당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건축물이었다.
성 마르크 대성당, 지붕의 모자이크 무늬가 독특하다.
이번 일정엔 빠져있지만 크로아티아에 가면 꼭 가보아야 할 곳이 있다. 두브로브니크(Dubrovnik)이다. 크로아티아 남쪽 끝에 위치한 두브로브니크는 성당, 수도원, 궁전, 요새, 그리고 아드리아해의 섬들로 이루어진 중요한 관광지이다.
독일에서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를 거쳐 크로아티아까지 남하한 버스는 다시 북쪽으로 향한다. 다음 목적지는 헝가리.
16일, 헝가리는 동유럽국가 답지 않게 개방되고 자유로워 서유럽 국가 같은 느낌도 든다. 수도 부다페스트(Budapest)는 ‘동유럽의 파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영화 ‘Gloomy Sunday’로 익숙해진 도시다.
여기 헝가리 날씨도 화창하다. 벌써 여행 일주일째 계속 맑은 가을하늘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날씨는 건기와 우기로 구분된다. 이곳 동유럽은 10월에 접어들면 우기가 시작되는데 우기에는 맑은 날씨를 찾아보기 어렵다. 비가 오는 날이 많고 일찍 날이 저물고 어두워진다. 부다페스트를 ‘아름다운 회색도시’라고 부를 정도이다. 올해는 10월 중순이 지나가는데 회색은 커녕 높은 가을 하늘 일색이다. 근래에 보기 힘든 날씨라고 한다. 동유럽은 10월 이후 겨울에 방문 시 날씨와 기후를 각오하여야 한다.
부다페스트시내가 모두 내려다보이는 겔레르트(Gellert)언덕에 오른다. 이탈리아에서 온 전도사 겔레르트의 순교를 기념하기위해 그의 동상을 세우고 공원을 조성하였다.
겔레르트언덕에서 내려다 본 부타페스트전경
겔레르트언덕, 시타델라요새의 자유의 여신상
마차시(Matyas)성당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어부의 요새(Halaszbastya)는 네오고딕양식과 네오로마네스크양식이 조화되어 독특한 모양의 뾰족탑을 가지고 있다. 마차시성당은 왕들의 대관식이 이루어진 곳이다. 그리고 부다왕궁(Kiralyi Palota)은 현재는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쓰이는데 13세기 후반에 지어졌다가 17세기에 바로크양식으로 재건된다. 그 후 19세기 후반 대보수를 실시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마차시성당
어부의 요새
부다페스트는 원래 남쪽의 왕궁도시인 ‘부다’와 북쪽의 상업지구인 ‘페스트’가 다뉴브강(영어:Danube, 독어:Donau)으로 나뉘어 졌었다. 다뉴브강에 최초로 두 도시를 연결하는 세체니다리가 1849년 건설되고, 세체니백작에 의해 합병된 도시 부다페스트는 그 후 급속한 발전을 이루게 된다.
성 이슈트반 성당(Szent Istvan Bazilika), 부다페스트에서 제일 큰 성당으로 초대 국왕 이슈트반 1세를 기려 1905년 르네상스양식으로 완성된 성당이다. 96m의 첨탑은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도시미관을 고려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했다.
성 이슈트반 성당
이슈트반 성당 내부
영웅광장, 1896년 헝가리 건국 1000년을 기년하기위해 만든광장
부다페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다뉴브강 야간유람선이다. 어둠이 이슥한 다뉴브강위에 황금빛 건축물이 맨 처음 시야에 들어온다. 국회의사당이다. 낮에 보는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웅장한 자태로 강 옆의 한 지역을 꽉 채우고 있는 그 존재감이라니. 그 큰 건물이 오직 한가지색,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다. 멀리 어부의 요새 뾰족탑이 금빛을 뿜어내고 있다. 아름다운 세체니다리는 은빛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고 그 밑으로 내가 타고 있는 배가 지나가고 있다. 부다왕궁 또한 황금빛으로 다가오고, 어언 배는 에르제베트(Erzsebet)다리를 지나 뱃머리를 돌린다. 강 양쪽 건물들의 불빛을 머금은 검은 물빛의 출렁거림도 아름답다. 와인 한 모금에 취하고 황금 불빛에 또 취한다. 잊을 수 없는 야경이다.
국회의사당
세체니다리와 부다왕궁
낮에 올라 보았던 어부의 요새
17일 버스는 다시 오스트리아로 들어간다. 오스트리아는 독일,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슬로베니아,이탈리아,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등 8개국과 국경이 접해있는 나라다. 지난번 들르지 못한 동쪽의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Vienna). 비엔나는 별 설명 없이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예술의 도시이다.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하이든, 요한 스트라우스등 위대한 예술가들의 활동부대가 되었으며 음악 이외에도 미술, 건축, 역사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장소이다.
오스트리아는 제 1차 세계대전의 진원지다. 1914년 오스트리아의 황태자부부가 사라예보(Sarajevo)에서 세르비아(Serbia) 청년 에게 암살당하므로 제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 이 전쟁에서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패함으로서 오스트리아의 약 650년을 이어 온 합스부르크왕조는 멸망하게 된다. 암살된 황태자가 합스부르크의 마지막 황태자였다. 이 합스부르크왕조에 한걸음 더 들어가 보자.
1273년 루돌프 1세가 신성로마제국(당시 독일)의 왕으로 선출되어 제 1차 세계대전 직후 1918년 마지막 카를 1세가 퇴위하기까지 합스부르크왕조는 독일, 헝가리, 이탈리아, 폴란드, 터키, 체코,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등을 통치한다. 현재 오스트리아의 영토는 남한의 4/5정도이지만 당시는 동유럽과 발칸반도전역이었다. 이번 동유럽여행은 합스부르크왕조의 영토를 돌아보는 것과 진배없다.
합스부르크왕조에서 놓칠 수 없는 인물이 마리아 테레지아(1717-1780)이다. 그녀는 유일한 합스부르크왕조의 여성 통치자이었으며 신성로마제국황후의 직위에 올라 40년 동안 여제로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된다. 그녀는 국가의 재정 강화, 군사력증강, 탁월한 외교 수완 등으로 근대 오스트리아의 기틀을 확립한 국모로서 추앙받고 있다. 프란츠 1세와 결혼하여 16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이 자녀들로 하여금 정략결혼을 시켜 영토를 확장하기도 하였다. 그의 딸 마리 앙투아네트는 14세에 프랑스 루이13세와 정략 결혼하지만 프랑스혁명 시 37세의 나이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다. 그 마리 앙투아네트의 다이아몬드 진주펜던트가 최근(11/14/2018) 제네바 쇼더비 경매에서 3,642만 달러에 낙찰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녀는 남편 프란츠 1세가 사망하자 남편을 애도하며 죽기 전까지 쉔브룬궁전에 살았다고 한다.
합스부르크왕조의 몰락 후 오스트리아는 공화국을 수립한다. 1938년 독일은 오스트리아를 합병하고 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 독일 패망 후 오스트리아는 연합국의 통치를 받다가 1955년 영세중립국으로 독립한다.
쉔브룬궁전(Schloss Schonbrunn), 파리의 베르사이유궁전(Palace of Versailles)과 더불어 유럽에서 가장 화려한 궁전이다. 쉔브룬은 '아름다운 샘'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1529년 막시밀리안 2세가 처음 건축하였다. 그 후 1696년 재건축되어 1700년 완공되었다. 다시 1744년부터 1749년 까지 6년 동안 여왕의 궁으로 만들어졌다.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는 여기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1441개의 방, 여왕이 사용하던 화려한 가구 등을 볼 수 있으며 정원의 넓이만도 1.2평방킬로미터에 이른다. 쉔브룬궁전은 결국 합스부르크왕조의 화려한 시대를 알려주는 상징적인 궁전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쉔브룬궁전
쉔브룬궁전 후방의 쉔브룬정원
벨베데레(Schloss Belvedere)궁전, 오이겐왕자의 여름별장이다. 시카고에서 고속도로 90W방향으로 진행하다가, Rockport 못 미쳐 나타나는 Oasis(휴게소)명이기도 하고 보드카의 상표로도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벨베데레는 "좋은 전망의 옥상테라스"라는 뜻이다. 건축가 힐데브란트가 바로크양식으로 1714년 시작하여 1723년 완공하였다. 지금은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Kiss', 'Judith(유디트)'등 여러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올해 2018년이 클림트사망 일백주년이라 전시관 내 그의 작품들은 사진촬영을 허용하고 있었다. “클림트의 ’키스‘를 보지 않고는 비엔나를 떠나지 마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클림트의 ’키스‘는 유명하다. 기념품점에는 우산, 머그컵, 액자, 티셔츠, 수첩, 냉장고자석 등 모든 소품에 ’키스‘작품을 인쇄하여 판매하고 있었다. 관능과 에로티시즘으로 나타나는 그의 작품세계는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는 56세의 나이에 뇌출혈로 사망한다.
벨베데레궁전
클림트의 키스 (벨베데레궁전 원작)
클림트의 유디트(벨베데레궁전 원작)
저녁 식사는 ‘호리이게’라고 하는 오스트리아의 전통적인 식사였다. 바이올린과 아코디언 연주를 들으면서 족발 비슷한 돼지고기, 구운 감자, 와인 등을 함께하는 식사이다. 저녁 식사 후 비엔나음악회를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140석정도의 소규모 극장으로 피아노, 바이올린1, 바이올린2, 비올라, 첼로 그리고 콘트라베이스의 6인조 앙상블이다. ‘꽃보다 할배’에서 그 할배들이 관람한 바로 그 음악회이다. 주로 모차르트의 음악을 선보였다. 공교롭게 맨 앞에 앉게 되어 연주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엔나에는 이런 소규모공연장이 백개가까이 된다고 한다.
18일 체코(Czech Republic)의 프라하(Praha), 체코는 올해 독립 100주년을 맞는다. 체코는 300년 이상을 합스부르크왕조의 속령으로 지내다가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공화국을 수립한다. 1968년 ‘프라하의 봄’이라 불린 자유화운동이 전개되고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되어 독립한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으로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도시이다. 130만 인구의 프라하는 년 관광객이 2,500만에서 3,000만명 정도라 한다.
프라하성, 9세기경 처음 건립되었다. 카를4세가 집권하고 있었던 14세기 대대적 보수공사 후 16세기 화재, 그 후 개축하여 현재에 이른다. 합스부르크왕조의 성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프라하 어디서든 보인다. 성위에선 프라하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현재 대통령의 집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프라하성
프라하성에서 본 프라하시내 전경
'천문시계탑'은 프라하의 상징이다.1338년 완공되었고 높이 69.5m에 달한다. 상하 두 개의 원으로 구성된 시계는 화려함의 극치를 나타내고 그 아래쪽으로 일종의 달력을 나타내는 원이 있다. 매시 정각이면 죽음의 신이 줄을 당기며 12사도들이 창문을 열고 모습을 나타낸다. 그 광경을 보기위해 시계탑 주변은 언제나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 있다.
구시가지청사의 천문 시계탑
카를교, 1357년 카를4세에 의해 세워졌다. 프라하를 가로 지르는 블타바강에서 가장 오랜 다리이다. 길이 516m, 폭9.4m의 다리양쪽으로 30개의 성상이 세워져있다. 그 중 가장 오래되고 유일하게 청동으로 제작된 '성 요한 네포무크'의 동상이 있다. 왕비 소피아의 고해성사내용을 왕 바츠라포에게 끝까지 밝히지 않아 죽임을 당한 신부 네포무크의 동상이다. 카를교는 차량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거리의 악사들과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 그리고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댄다.
아래서 본 카를교 일부
카를교위의 성 요한 네포무크 신부
성 비트성당, 600년에 걸쳐 완공, 네포무크의 무덤이 있다.
성 비트성당 내부
수도원부지 광장 한 벽면의 낙서, 중앙 상단에 존 레넌의 모습이 보인다.
19일 까를로비 바리(Karlovy Vary)로 이동, 프라하 서쪽의 온천도시로 귀족들의 휴양지이다. 뜨거운 온천수를 마시는 온천이다. 현재에도 많은 환자들이 찾는다. 30여종의 광물이 온천수에 포함되어 있고 성인병예방과 특히 위장병에 좋다고 한다. 카를 4세가 사슴사냥중 발견했다. 온천수가 나오는 자리를 콜로나다(kolonada)라 부르며, 정자 모양으로 지붕을 만들어 온천수를 받아 마실 수 있게 수도꼭지를 설치해 놓았다. 온천수 마다 옆에는 물의 온도를 적어 놓았는데 최고온도는 섭씨75도였다.
온천수를 받아먹기 위해 빨대가 달린 사기로 만든 물병을 구입하였다. 물맛은 철분이 많고 미네랄이 풍부하다. 그러나 찝찔한 맛은 내입엔 맞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맛의 약수를 본 적이 있으나 뜨거운 약수는 경험하지 못했다.
버스는 다시 독일로 들어왔다.
밤베르크(Bamberg), 캐톨릭 주교들의 거주지였고 지금은 도시전체가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밤베르크대성당
밤베르크 대성당 광장의 신궁전
20일 뷔르츠부르크(Wurzburg), 마인(Main)강변에 위치한 뷔르츠부르크는 '독일의 프라하'로 불린다. 마리엔베르크(Marienberg)요새는 13세기 뷔르크부르크주교이며 제후의 관저로 사용하기위해 성곽이 건축되었다. 18세기 초까지 영주의 성으로 사용하다가 현재 박물관으로 쓰인다. 성까지 오르는 산책로가 아름답다.
마리엔베르크요새
마리엔베르크요새에서 본 뷔르츠부르크 전경
대주교의 거주지로 1720-1744년 지어진 레지던츠(Resident)궁전은 그 섬세한 외관과 화려한 내부구조로 모든이의 발길을 잡는다. 1981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궁전 뒤로 펼쳐지는 레지던츠정원의 나무 하나하나에 사람의 손길이 닿아있다. 세모꼴로 다듬어진 나무들이 눈길을 끈다.
레지던츠궁전
시카고에서 여정 첫날 도착했던 프랑크푸르트(Frankfurt), 이 도시에서 이번 여행은 종료된다. 독일 최대의 상공업도시, 교통의 요충지, 많은 박물관이 있고 세계 제 2차 대전 당시 폭격으로 폐허가 되었다가 복구되었다. 정식명칭은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Frankfurt am Mine)이다. 구 시가지를 돌아보았다.
뢰머(Romer)광장과 시청사, 구시가지의 중심지이고 시청사와 마주해 있다. 뢰머는 ‘로마인’이라는 의미이다. 광장중앙에 서있는 유스티티아(Justitia: 로마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동상은 오른손엔 검, 왼손엔 저울을 들고 있다. 우리나라 검찰청 안에 서 있는 바로 그 동상이다.
시청사 2층의 황제의 홀에는 신성로마제국 52명 황제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시청사 2층 바깥 뢰머광장쪽으로 넓은 테라스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오직 차범근 선수만이 시청의 행사에 초대되어 이 곳에 선적이 있었다고 한다. 차범근 선수의 독일 분데스리가 선수시절의 ‘차붐’은 독일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다고 한다.
뢰머광장
오늘로 모든 여행일정을 마친다. 아내의 소화불량으로 인해 이번여행은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
10월 중순의 이곳의 날씨치곤 최상의 날씨였다는 것이 우리에겐 행운이었다. 맑은 가을하늘과 적당한 기온 그리고 이동하는 곳마다 아름다운 단풍은 우리부부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었다.
21일(일요일) UA0906편으로 12:45PM 프랑크푸르트공항(FRA)을 이륙하여 3:15PM 오헤어공항(ORD)에 도착하였다.
첫댓글 봉근형님, 대작 입니다 !!! 정말 멋진 여행을 하셨네요, 책으로 발간 어떻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