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17. 일요일
열차타고 떠나는 낭만산행
밀양시 무안면*
하서산(375.6m)-황산(396.8m)-진등산(469.2m) 및 사명대사 유적지 탐방
[산행코스]
무안면소재지 표충비각 -표충비(홍제사)탐방-천주교 무안공소-해원사 일주문-팔각정 체육쉼터-하서산 정상-
거친 길-황산 정상-(길이 끊겨 개척해서)-사각정 안부사거리-진등산 정상-(이쁜 내리막길)-사명대사 생가 갈림길 안부 삼거리-사명대사 유적지 (8.87Km 4시30분)
어제 지인의 가슴 아픈 소식을 듣고
눈물 흘려가며 장례식장 들렀다가 슬픈 마음에 기억도 안나도록 많이 마셨던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제정신도 아닌체
그 바쁜 와중에 안경 찾는다고 헤매야했다.
미치는줄 알았다는....
눈이 보여야 판단을 할 거 아냐! (진짜 안경찾는다고 쌩쑈를 했다.)
결국 베개 밑에 깔려있는 안경을 찾았는데...
허얼~
눈에 들어온 광경은 처참했다.
침대 밑에 널브려진체 쳐박힌 양말, 그것도 훌떡 뒤집혀져 있다.
벨트가 반쯤 뽑힌 바지(이것도 한쪽으로 뽑혀져 나와 하나가 안벗겨서 그냥 땡겨낸것 같았다),
땀 냄새에 절린 티셔츠 쟈켓 등등...
어휴~
상황을 짐작컨데 엊저녁 째려 들어와 그대로 뻗었는게 분명했다.
우짤라카노? 클났다.
오늘 대산형님과 약속을 해놨는데 무책임하게 이카면 뒷수습을 어찌 해야할지...
내 생명보다 더 가치있고 중요한 것이 바로 신뢰, 신용인데 ...
말할게 없다. 빨리 수습해야 한다.
바로 벌떡 일어나 미친듯 준비를 한다.
휴대폰 톡에는 [7:10까지 동대구역으로 오라]는 문자가 찍혀있다. -_-';;
우짜면 좋노, 시간이 별루 없다.
서둘러야 한다
그렇게 조급한 마음으로 씻고 옷 치우며 다시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슈퍼맨 출동하는 기나 뭐 다를게 없다.
그렇게 부리나케 내려가니...
이러언~ 이제는 차가 없다.
택시는 꼭 필요할땐 나타나지 않더라...덴장!
기다려도 기다려도 차는 나타나지 않고, 승용차 수십대가 지나가도 우째 택시는 보일 생각을 않는다.
조급한 마음으로 간절히 기다렸는데... 이래선 안될것 같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7777 운불련 택시를 호출한다.
전화도 왜그리 느릿느릿 연결되는 것인지...
빨리 보내달라고 급하다고 언성을 높이니 좋아할리 있겠나~
이것마져 안불렀으면 큰일날뻔 했다.
전화 오고 콜택시 올 때까지 10분이나 흘렀는데도 그때까지 택시는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우리 동네 형편없다 진짜!!
결국! 7:10 동대구역에 도착 극적으로 형님과 조우했다.
나는 열차시간이 15분이나 20분쯤 되는 줄 알았는데 35분차다.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는데 ....
이제는 속이 메슥메슥한게 뭔가 마구 올라올것 같다. 나 원 참....
-_-;;
결국 무궁화 타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다는...ㅎㅎ
그렇게 힘들게 출발한 낭만산행.
고난의 길이 뻔히 예상되지 않은가? ㅎㅎ
밀양역에 내려 역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다시 '버스터미널'까지 가야한다.
어디 가길래 이렇게 힘들게 가는가 싶은데 촌에는 다 이렇게 가야된다네? ㅎㅎㅎ
버스 타고 기념으로 사진한방 찍고, 터미널에 가서는 시간이 남아 간단히 추어탕 한그릇을 먹는다.
아침일찍 기적같은 일이다.
밀양 장날이라 이렇게 일찍 열었다네?
뜨뜻한 국물을 먹으니 훨씬 상태가 나아진다. 좋았어~! ㅎㅎ
시외버스 같은 농어촌버스를 타고 "무안면사무소"에 도착한다.
오늘 전국에 비소식이 올라와 있는데 이곳 무안면은 오후 3시부터 비가 온다고 일기예보에 올라와 있다.
가는 길이 쉽지는 않다.
날이 꺼물꺼물한게 뭔가 올듯한 분위기인데 그냥 추진한다.
이까지 와서 비온다고 물러설 수 있겠는가~
다만 하늘의 판단에 맡길뿐~!!
표충비각 있는 곳에서 본격적 산행에 돌입한다.
오르고 또 오르고...
천근만근 무거운 다리를 끄실고 산티아고 유적지 예배하는 마음으로 기다시피 오른다.
비가 3시부터 내린다는 기상조건으로 인해 마음은 급해지고...
그와 반대로 마구 달려야 할 내 몸은 더 축축 처지고....
허이구야.. 죽어났다.
근데 희안하게 몸은 또 적응을 한다.
그 어려운 상황을 또 극복해내네? 얘가얘가~ ㅎㅎ
땀을 흘리는게 아니라 아예 쏟아붓는다.
흘러내리는 땀 속에 몸속에 모든 해로운 것들이 다 빠지나 보다.
뭐 실제야 그렇겠냐만은 ....뭐 그랬으면 좋겠다. 진짜~ ㅎㅎ
그렇게 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게 인간의 다 같은 마음 아니겠는가~ 그런건지도 모르지
형님의 따뜻한 배려로....
나는 나만의 속도로 걸어도 되었다.
쪼으고 독촉하지 않는 완전 무한한 자유로운 걷기가 펼쳐진다.
그냥 걸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나의 길을 가는 것이여~ ㅎㅎ
그렇게 스스로 즐겁게 힘을 내어 비단(?)같이 이쁜 낙엽길을 걷는다.
어제도 아무도 볼 수 없었지만 오늘 또한 그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
원초적 자연 그대로의 자연 속이다.
진짜 오롯이 내게만 주어진 멋진 선물이 아닌가~
노랗고 빠알간 때때옷으로 물든 만추의 오솔길
수북이 쌓인 낙엽이 폭신폭신한 쿠션으로 걷기도 좋다.
다만...!
이놈의 길이 때론 변신을 심하게 하는데...
기가 막힌다
그렇게 보드라운 융단 길에서 갑자기 거친 잡가시들이 길을 막아섰다가 아예 길이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길이 사라지면 거칠게 개척을 해야지 우짜겠어?
그놈의 가시들 덧정 없다.
어디에 숨어 있다가 불쑥 튀어나와 피부에 뻘건 줄을 내며 자기의 흔적을 남긴다.
아얏!
허이구. 엇!
으으....
얼마나 날카로운지 외마디 비명만 어설프게 튀어나오는 서글픈 진실이 숨어있다.
그런데도 형은 말없이 그 아픔을 슬쩍 표안나게 흡수해버리네?
부끄럽지만 조용한 산 속은 내 비명만으로 가득 채워진다.
ㅋㅋ
(절대 지를려고 지른게 아님, 저절로 튀어나옴. 손목 옆에 여러줄의 뻘건 사선이 훈장처럼 새겨져있더라는)
그렇게 황산을 넘고 최종 목적지인 진등산까지 오른다.
하서산까지는 비단길이고, 그 담부터는 왔다갔다하는 그런 재미난(?) 길이다.
가는 분들은 참고하시라~ ㅎㅎ
너무도 좋았다.
자연이 치유해준다더니 자연 속에서 걷다보니 점점 제상태로 돌아와지게 되었다.
맛간 상태에서 다시 맛이 되돌아왔다고 표현해야하나 어떻게 해야하나?
ㅎㅎㅎ
고맙고 또 고맙다.
어제와 오늘 주말 내내 나랑 붙어서 철없는 동생 케어해주신 대산형님께
너무너무 고맙다는 말씀 올리며
앞으로 더 늙으시면 그때는 제가 더 좋은데 모시고 다닐거라는
기약없는 공약도 남발해 보고 싶다. ㅎㅎ(실제 그럴리는 없을 것 같다는..ㅋㅋ)
기차타고 떠나니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는데
그놈의 째린 것 때문에 온전하게 제대로 못 느껴서 그게 좀 아쉬웠다는....
(밑에 두번째 사진은 급하게 열차 화장실 찾는다고 무려 6칸이나 이동하면서 찾았는데 입석같이 생긴 이런 칸도 있어서
신기해서 찍어놨음)









































마지막 사진은 이 내용과 전혀 상관없이 그냥 붙여봤음. 이렇게 비박도 하고 싶은 마음에서...

첫댓글 여행과 산행 둘다 토끼를 잡으신듯합니다...
두분오붓한 산행 축하합니다...
네.. 너무 좋았답니다
길도 조쿠 ~ 두분이서 살방살방
잼나게 산행하셨습니다
보는 사람도 맘이 편해짐니다
후기 잘 봤구요 ~~~ 😊
잘 지내셨나요?
미주님 반갑습니다
언제 여유로운 산행 한번 해야지예?
넹 ~~~
부리나케님 산행기는 꼭 소설을 읽어내리는듯 합니다. 재밌게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과찬이셔요 좋은하루되세요
대산님과 함께한 만추의 황산, 진등산행이었네요.
불과 두 주전 모임에 뵙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네요.
낙엽철이서인지 밟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오랫동안 기억남을 길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방장님의 따뜻하고 넓으신 마음에 그저 고개숙여집니다
대산형님과 즐겁게 둘이서 아무도 없는 산길을 걸으며
삶의 행복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는 구도의 길 같았습니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만추의 황산, 진등산 산행이었습니다.
낙엽 밟는 소리가 듣고플때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겠지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