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생김새만 비슷할 뿐, 오리지널과는 다른 유닛을 장착한 황당한 중고 스피커를 본 적이 있다. 소리의 핵심인 중역 유닛과 두 발의 저역 유닛 한 발씩이 모두 모양만 비슷한 유닛으로 교체되어 있었다. 아마도 누군가가 스피커를 고장낸 후 수리하는 과정에서 오리지널 유닛을 구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가격! 이런 ‘껍데기’ 제품이 정상품과 동일한 가격대로 중고장터에서 버젓이 유통된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그 제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대충 사진으로만 봤던 애호가라면 별 의심 없이 구입했을 것이 아닌가.
오래된 스피커라면 어떤 연유이건 고장이 나고 수리할 수 있다. 유닛이 갈릴 수도 있고 엣지가 교체되었을 수도(엣지는 소모품이니 특히 그렇다), 아니면 유닛의 진동판이나 보이스코일이 교체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수리는 반드시 오리지널과 동일한 부품을 써서 해야하는 것이다. 만일 부득이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최소한 그런 상황이 구입하려는 이에게 알려져야 되고 제품의 가격에도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파는 사람이 속이려 한다면, 구입하는 사람은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다. 한편 파는 사람이 양심적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역시 중고를 구입했다면 제품의 상태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중고제품을 구입하려면 인터넷이나 전문지를 통해 동일제품에 대해 충분히 공부를 해두는 것이 좋고, 구입할 때도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상인이건 애호가이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통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중고 스피커를 살 때 짚어볼 사항들을 정리해보자.
1.인클로저
사실 대부분의 중고 스피커에서 인클로저에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 스크래치가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신경이 조금 거슬릴 수는 있겠지만 음질이나 성능에 영향을 줄 정도의 문제는 있기 어렵다. 너무 외관에 민감한 분들은 심지어 스피커 바닥의 스파이크 자국까지도 꺼려하는데, 중고제품을 구하면서 그런 것까지 트집잡는 것은 넌센스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외관에 대해 조금 편안하고 관대하면 저렴하고 좋은 제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닛이 장착된 부분의 나사를 돌려보고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가끔 유닛 탈착을 많이 한 경우, 나사 구멍이 헐거워져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도 나사 구멍에 성냥개비나 이쑤시개를 적당히 잘라 넣고 조이면 단단히 고정할 수 있으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주 탈착을 하여 구멍이 헐거워 졌다면 그 이유가 어떤 것인지는 반드시 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 같은 이유로 유닛 고정용 나사도 잘 살펴본다. 유닛을 한번도 빼지 않은 경우는 나사가 깨끗하게 보존되지만 자주 풀렀던 것은 나사에 상처가 나고, 그 부위가 부식되기 쉽다.
빈티지 스피커의 경우에는 인클로저가 매우 중요하다. 예전에는 탄노이처럼 유닛과 네트워크를 구입하고, 설계도에 따라 인클로저를 제작하여 스피커를 조립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문제는 메이커에서 만든 오리지널 인클로저와 사제 인클로저의 성능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즉 빈티지 스피커에서는 오리지널 인클로저냐 아니냐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매우 크게 난다. 탄노이의 예를 들면 오리지널 인클로저도 영국에서 만들었는지 또는 일본 티악에서 만들었는지에 따라 성능 차이가 크게 나고 가격 차이도 크다. 사제 인클로저의 경우에도 제작자가 누구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날 정도인데, 사제 제품의 경우 긴 세월이 흘러 확실히 건조되었으면서 변형도 없다면 좋은 인클로저라고 할 수 있다. 간혹 원목을 이용하여 통을 제작한 경우도 있는데, 나무가 건조되면서 뒤틀리거나 심지어 갈라진 경우도 있다. 만에 하나 갈라진 틈이 있다면 이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소리를 들어보았는데도 인클로저의 원산지에 대해 확신이 없다면, 오래되어 충분히 건조되고 변형이 없는 사제 인클로저를 선택하고 충분한 안목이 생길 때까지 참자.
2. 트위터
다음은 트위터를 살펴보자. 돔 트위터는 진동판이 외부에 노출되어 있어 살펴보기 좋다.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트위터의 진동판이 눌리는 경우가 무척 많은데, 소프트 돔은 (운이 좋으면) 진공청소기나 테입 등으로 원래 모습과 비슷하게 복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심하게 눌렸던 곳은 자국이 난다. 시선을 돌리면서 빛이 반사되는 것을 관찰하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눌린 자국이 좀 있다고 해서 소리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스피커를 ‘막 다루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메탈 돔 유닛은 아무래도 변형된 흔적이 남는다. 원래 트위터를 반구형으로 만든 이유는 음이 자연스럽게 확산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찌그러져 있다고 하면, 얼핏 들어서는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당연히 음의 지향성에 차이가 생기게 된다. 아울러 메탈돔인 경우에는 찌그러졌다 펴지면서 그 부위의 강성이 바뀌므로 엄밀하게 말하면 원래의 소리를 내주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심하게 찌그러진 경우에는 진동판이 운동하며 주변과 접촉하여 치찰음이 강하게 들릴 수도 있으므로 요주의. 이 외에 트위터에 보호 철망이 있는 경우, 보호 철망이 찌그러져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진동판이 운동할 때 접촉하여 잡음을 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꼼꼼히 챙겨 본다. 요즘 유행하는 다이아몬드 트위터는 매우 값비싼 것인 만큼, 혹시 미세하게 금이라도 가있는지 꼭 살펴보자.
한편, 트위터는 우퍼에 비해 보이스 코일이 매우 가늘기 때문에 취약하다. 따라서 장시간 최대 입력 근처에서 음악을 들으면 발생하는 열로 인해 보이스 코일이 끊어지기 쉽다. 특히 카페나 술집같이 업소에서 사용했던 기기들은 하루 종일 큰 음량으로 울려 대므로, 대부분 트위터의 보이스 코일이 망가지거나 재생된 경우가 많다. 중고 장터에서 업소에서 사용하던 기기를 구입할 경우에는(아주 싼 값이 아니라면 권장하고 싶지 않다), 반드시 양쪽 트위터에서 제대로 된 소리가 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보이스 코일의 교체 자체는 별 문제가 아니지만, 오리지널과 같은 것으로 교체했는지가 관건이다. 스피커에 따라 가끔은 오리지널 보이스 코일을 구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한쪽이 고장났다고 대강 비슷한 것으로 교체하면 좌우의 소리가 달라질 수도 있고, 그렇다고 양쪽 모두 다른 것으로 교체하면 좌우 밸런스는 맞지만 오리지널 기기와는 다른 소리를 내게 된다. 따라서 얼핏 듣고 소리가 난다고 그냥 집에 가져 오면 크게 후회할 수도 있다.
혼형 트위터나 리본 트위터는 겉에서 보고 이상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혼형 트위터는 다이아프램을 교체했는지, 교체했다면 오리지널과 동일한 것으로 교체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판매자가 첫번째 소유자가 아니라면 사실상 확인이 곤란하므로 소리로 평가하는 수밖에 없다. 리본 트위터는 리본이 팽팽해야 하는데 간혹 늘어지거나 변형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소리를 들으면서 지나치게 크게 흔들리지 않는지 본다.
어떤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건 간에, 반드시 좌우 두 트위터의 음량이 같은지 음색이 비슷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모노 음반을 틀어보고 고역의 음상이 정 중앙에 맻히는지 확인하는데, 모노 음반이라고 하더라도 스피커 주변의 가구에 의해 음상이 치우칠 수 있으므로, 한 번 들어보고 스피커의 좌우를 바꾸어 다시 확인해보아야 할 것이다.
3. 우퍼
우퍼는 보이스코일이 굵어서 웬만해서는 고장이 나기 어렵다. 하지만 엣지의 교체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선은 원래 형태의 엣지가 부착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드문 일이지만, 오리지널 기기에서는 스펀지 엣지가 달려 나왔던 모델이 고무엣지가 장착된 상태로 중고 장터에 돌아 다니는 것도 보았다. 아마 대음량으로 오랜 시간 동안 음악을 듣는 업소에서 엣지 교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고무로 교체한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엣지의 형태가 바뀌면 스피커의 음색이 변하므로, 오리지널과는 다른 스피커라고 생각하는 수밖에없다.
엣지가 스펀지인 경우에는 자세히 살펴서 손상된 부위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얼핏 눈으로 보기에는 손상된 부분이 없어 보이더라도 저역의 진폭이 큰 음악 소스를 들으며 유닛의 옆에서 살펴보면 의외로 작게 갈라진 것들이 많이 있다. 손으로 만져 보아 조금이라도 묻어 나온다면(부서진다면), 엣지를 교환해야 할 것이다.
고무 엣지의 경우에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엣지와 진동판이 붙은 부위를 잘 살펴보자. 만일 엣지가 진동판에 정확하게 붙어 있지 않고, 일부 떨어져 있는 부분이 있다면 우퍼가 크게 진동할 때 진동판과 부딛혀 잡음을 낸다. 스피커 수리 전문점에서 접착제로 붙이면 그만이지만, 그것도 일은 일이다.
엣지를 전문점에서 교체하면 기능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다만 엣지 교체 비용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보스 901시리즈는 콘형 유닛이 채널당 9개씩 있는데, 만일 엣지의 수명이 다했다고 하면 좌우 합쳐 18개 유닛의 엣지를 교체해야 한다. 하나 교체하는데 2만원씩 잡으면 36만원. 901시리즈의 중고 가격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니, 엣지 교체를 위한 비용이 중고 가격에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엣지를 교체한 후 판매한다고 하더라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보이스 코일의 이격이 좁은 스피커는 엣지 교환을 잘 해야 하는데, 잘못되면 축 정렬이 맞이 않아 유닛이 피스톤 운동을 할 때 걸리적거리는 잡음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엣지를 다시 교체해야 하는데, 음악을 들을 때 금방 느껴지지만, 락 계통의 음악을 크게 듣는 이들은 의외로 이런 소리를 듣지 못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더구나 잠깐 듣고 분위기에 휩쓸려 구입을 결정할 때는 이런 결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진동판도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콘지를 사용한 우퍼의 경우, 너무 큰 음량으로 듣거나 잘못 옮겼을 경우 더스트 캡 주변에 금이 가기 쉽다. 이 때 작은 음량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다가 큰 음량으로 들으면 징징거리는 소리를 내게 된다. 요즘 유행하는 세라믹 유닛의 진동판 역시 구입할 때 잘 살펴 보아야 하는데, 진동판에 미세한 실금들이 생겨 있을 수 있다. 필자 역시 실금이 생긴 부위에 접착제를 몇 방울 떨어뜨려 사용했던 경험이 있는데(결국에는 깨져 버렸다), 이렇게 실금들이 많으면 큰 음량으로 들을 때 진동판에 파손될 위험이 큰 것이다. 한편 오래된 빈티지 스피커의 유닛은 간혹 진동판이 조금 찢어져서 접착제로 수리를 해놓은 것도 있다. 동일한 진동판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인데, 아예 다른 진동판으로 교체하는 것보다는 수리를 하는 편이 음질 면에서 훨씬 더 유리하다고 한다. 한편 우퍼 중앙의 더스트 캡이 눌린 것도 가끔 볼 수 있는데, 보기에는 흉하지만 소리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4. 네트워크 / 단자
스피커 내부의 네트워크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무척이나 보기 어려운 일이다. 오래 전에 네트워크의 캐패시터가 고장난 스피커를 본 적이 있는데, 트위터의 진폭이 커지고 벌벌 떠는 등 스피커의 동작이 확실하게 부자연스러워진다. 특히 좌우 두 대의 스피커에 동시에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매우 작으므로, 이런 고장은 쉽게 알아 챌 수 있다.
네트워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고장은 어테뉴에이터나 볼륨이 장착되어 있는 경우에, 오래되어 노이즈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스위치들 때문에 접촉 불량이 생기고 심한 경우, 저역이 들리다 말다 한다던가 하는 현상도 발생할 수도 있다. 요즘 나오는 스피커들은 고역/저역 어테뉴에이터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문제 발생 소지가 없으나 오래된 스피커라면 이런 현상은 어느 정도 받아 들일 수밖에 없다.
오래된 알텍과 같은 제품에서는 네트워크에서 고역 레벨이 아직 살아있는가(조절되는가) 하는 것이 가격 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스위치가 잘 먹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는 아니나,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략 10년 전에 AR처럼 오래된 스피커의 고역 어테뉴에이터를 점핑시키고, 전해 커패시터를 필름 커패시터로 교환하는 개조가 매우 유행했던 적이 있다. 물론 오래된 스피커에서 전해 캐패시터가 열화된 것을 교체하는 것은 나쁘다고 할 수 없으나, 필름으로 교체함으로서 과연 이것이 AR의 소리인가 할 정도로 음색이 크게 변화한다. 소리의 변화는 확실히 인정할 수 있지만 모든 애호가들이 이를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장터에 가끔 이런 제품들이 돌아 다니고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이런 제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알고 구입하라는 뜻이다.
단자도 큰 문제가 있을 수 없는 부분이지만, 역시 오래된 스피커의 단자가 불편한 경우, 바나나 단자 등으로 교체한 제품이 있을 수 있다. 이 역시 오리지널리티를 훼손시키는 것이다. 특히 JBL, AR, 탄노이 등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쳤던 제품이나, 단자가 불편했던 제품들은 개인이 개조한 제품들이 많이 돌고 있다. 단자가 산화했거나 좀 지저분한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집에서 단자 클리너 들을 칫솔에 묻혀 열심히 닦아주면 된다.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 합니다
집에도 스피커가 많은데 마눌님 께서 버리라 합니다 ~~
저에게 판매를 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