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8일 섬진강 권역에 기습적인 폭우가 내렸습니다. 남원시 금지면 제방이 터져 농가와 농경지의 비닐하우스를 덥쳤고, 구례읍을 지나가는 사시천이 범람하여 구례읍 다우타운을 초토화 시켰습니다. 제가 섬진강의 지형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느 곳이 어떻게 폭우에 물 난리를 겪고 있을 것이라고 머리에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금지면은 섬진강이 산간지방의 협곡을 힘들게 용틀임해 나와 만나는 평야지대를 가로지르는 곳입니다. 남원 평야를 만나는 겁니다. 여기에서 섬진강의 지류중에 가장 큰 지류인 요천강과 만납니다. 요천강은 지리산 서쪽 계곡의 물과 장수에서 내려오는 물을 모아서 남원의 도심을 지나서 금지에서 섬진강 본류와 합류하게 됩니다. 강 건너가 곡성이고 강 이편이 금지면입니다. 여기 곡성을 지나면서 섬진강은 강다운 면모를 갖추게 됩니다.
이번 수해를 접하고 나서 꼭 가서 작은 손길이라도 도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지만, 한창 물난리를 겪고 있던 지난 주중에는 서울서 손님이 와서 이틀을 보냈고, 주말에는 거문도 기행 이 오래전에 약속되어 있어 거문도에 다녀왔습니다만은, 속내로는 기행이 취소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번 주 월요일에 시간이 주어져 수해현장과 연락이 되었습니다. 남원 시청에 전화를 했더니만, 죄송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타도에서 오는 것은 접수를 지양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전남광양이고, 남원은 전북입니다. 구례가 더 가깝습니다. 차로 구례는 사십분거리이고, 남원은 한 시간 거리입니다. 제가 남원을 원했던 것은 남원이 구례보다는 친근감이 있습니다. 제 본적지이고, 제 소설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남원과 구례는 같은 생활권으로서 견두산과 천마산을 잇는 산맥을 경계로 하고 있습니다. 구례에서 산 하나 넘으면 남원입니다. 제 소설에 적지 않게 구례 이야기도 나오는 것은 그 옛날부터 남원과 구례는 한 생활권이었습니다. 지금은 도가 다르지만, 춘향전 이야기 때만해도 구례는 남원부 관할 현이었습니다.
월요일 구례군에 자원봉사를 신청하고 화요일 일 할 자리를 배정 받았는데, 점심 식사를 스스로 해결하라 했습니다. 식사를 주문해보려 했지만 면 지역이라 식사배달도 안 된다고 했고, 아침에 준비해간 식사는 변질이 될 것은 뻔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나 자원봉사담장자들로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관료화 되어 있었어요. 저는 이런 천재지변의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원봉사담당자들은 일을 돕기보다는 자원봉사 시간을 주는 관청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봉사점수를 얻게 되어있지요. 이런 봉사점수가 입시와 취업 등 전형에 유리하게 가점을 주게 되고, 하지만 저는 이런 봉사점수와 하등의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순수하게 일을 하겠다고 나섰으니까요. 하루를 미뤄서 읍사무소에 가서 읍 지역에 있는 일자리를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점심 한끼를 해결하지 못해서 일을 못한다는 것은 시스템이 전혀 되어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댓글 어떻게 봉사활동을 할 생각을 했을까?
참말로 부럽구만 고생했다,
딸래미 한테도 칭찬해 주고싶다 전해줘...
우리 둘째가 백수지만 봉사활동은 나보다 많이 했지. 지금도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고,
고맙네 아빠 친구의 뜻 꼭전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