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포교대상 시상식이 열린 봉은사 법왕루에서 대상(종정상)을 수상한 고산스님이 특별법문을 했다. 스님은 “원래는 이 자리에 오고 싶지 않았는데 특별히 법문을 요청해서 왔다”고 했다. 이어 스님은 “법문 잘 한다고 상 줬는데 안 올 수가 없었다”며 “이 자리가 날 시험하는 것 아니냐”는 재치 있는 말을 하며 법문을 내렸다. 약 1시간여에 걸친 감로수와 같은 법문내용을 요약해 지면에 싣는다.
포교대상 수상 고 산 스님 특별법문
염정본래공(染 本來空)이요
범성본무명(凡聖本無名)이로다.
면전적광토(面前寂光土)요
일출대지명(日出大地明)이로다.
중생들은 오염되고 깨끗함이 본래 공함을 알지 못해 범부로 살고 있습니다. 스님과 신도라는 이름자조차도 본래는 없습니다. 이러한 이치를 깨달으면 면전이 적광토요, 해가 대지를 밝게 비출 것입니다.
진리는 먼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눈앞에 바로 있습니다. ‘나’라는 ‘아상(我相)’을 가지면 ‘범부(凡夫)’요 ‘나’라는 ‘아상’을 떨쳐버리면 성현이 됩니다. 마음에 능히 뜻하는 것으로 가득차면 범부요, 마음을 비우고 뜻하는 바까지 사라지게 하면 성현이 되는 것입니다.
불교의 근본은 동체평등사상에 있습니다. 불자님들은 잘 살피셔야 합니다. 범부와 미물, 곤충에 이르기까지 모든 만물은 차별이 없는 다 평등한 불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교의 본질은 자비사상의 실현에 있습니다.
진리를 들으면 실천해야 합니다. 실천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한가지를 들으면 한 가지를 실천해야 하고, 100가지를 들으면 100가지를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중생들이 원만하게 성불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진리는 눈앞에 있어
부처님 끌어 안고 살면서
부처님 찾는 어리석음 범하지 말아야
수행자들은
내가 가지고 있으면서
남보고 버리라고 하면 안돼
우리 불자님들 잘 살피세요. 중생들은 망심(妄心)을 일으켜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등 육도를 윤회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바로 살펴 모든 불자들은 한 생각을 깨쳐서 원만성불에 이르러야 하겠습니다. 부처님이 설한 팔만대장경은 이러한 한 마음을 깨달아 원만성불하라는 가르침이 들어 있습니다.
선원의 수좌들은 이 팔만대장경의 구절마다 참선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고 하고, 염불하는 스님들은 염불 잘 하라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모두들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만 모두들 한마음 깨달아 부처되라는 내용이 팔만사천 법문입니다. 중생들은 모두 안(眼),이(耳), 비(鼻), 설(舌), 신(身), 의(意)라는 여섯 도적의 심부름꾼이 되다보니 많은 죄를 짓게 됩니다.
우리 사회를 잘 살펴보십시요. 요즘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고,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평생 남을 위해 좋을 일을 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남 비방하는데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텔레비전을 보세요. 제가 입은 법복은 부처님이 왕자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해 수행하는 사람의 상징인데 법복을 입고 대통령하고 싶어 우쭐하는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명예에 집착해서는 안되고, 자리자리에만 집착해서도 안됩니다. 자기가 설 자리와 앉을 자리를 잘 알아야 합니다. 수행하는 사람은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주고, 남 가진 것도 버리라고 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으면서 남보고 버리라고 하면 안됩니다. 이 점을 잘 반조해서 수행자들은 정진해야 하겠습니다. 또 우리 불자들은 하심(下心)해야 하겠습니다. 내가 하심할 때 상대방도 나를 도와 줄 것입니다. 내가 잘 났다고 하면 남이 도리어 멸시할 것입니다.
종교에도 수준이 있습니다. 상급종교가 있는가 하면 하급종교가 있습니다. 특수상급종교는 자아를 없애고 남을 이해 노력하고,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원력을 세우는 종교를 말합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생명까지 버리고 일체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우리 불교가 여기에 속할 것입니다. 그러지 않고 자기 자신만 위하고 남을 배척하는 종교는 하급종교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총무원에 있을 때 화동책을 쓴 것은 종교인들이 무지몽매하게 남을 헐 뜯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남을 칭찬하는 종교를 만들기 위해 예수교, 천주교, 유교, 도교지도자들과 잘 화합하고자 했습니다. 종교인들이 화합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모두들 내 잘 났다고 하면 원수가 됩니다. 우리는 불교를 잘 살고, 행복하고, 성불하기 위해 믿습니다. 성불의 길은 보살도를 실천하는데 있습니다. 하심하고, 남 위해 살면 그 길이 열리는데 자기만 위하면 어떻게 성불하겠습니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매일 돈타령을 하고 있어요. 그 다음은 시간이 없어 절도 못온다고 합니다. 또 신랑, 부인 핑계대어 자유가 구속된다고 합니다. 옛날 어떤 사람이 절대신에게 이 돈과 시간, 자유를 달라고 했답니다. 그랫더니 절대신은 “나는 그런 능력 없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부처님을 찾아 뵙고 돈과 시간과 자유를 달라고 했더니 부처님은 “그 모든 것은 네 마음에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은 자기 자신이 만든다는 것이지요. 이 말을 들은 그 사람은 집에 가서 곰곰히 생각해 보고 부처님 제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신도님들은 모든 것을 “주세요”라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수행자들은 달하는 소리하지 않고 “하세요(가지세요)”라고 합니다. 스님을 신도님들이 존경하는 것은 이처럼 탐착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생즉비생(生卽非生)이오
사즉비사(死卽非死)라
비생사중(非生死中)에
유유진불(唯有眞佛)이로다
모든 사람들이 물 가운데 앉아 “아이구 목 말라”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 되겠습니까. 지혜를 가진 사람들은 이러한 과오를 범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생이 부처를 끌어 안고 살면서 앉으나 서나 부처를 찾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본래 마음이 부처이나 자기 마음 깨달아 부처님이 되십시요. 오늘 일러드리는 진리를 깨닫는 사람은 부처가 될 것이니 잘 유념해 들어보십시요.
“길가 버드나무 아래 말이 술을 마셨는데 마당의 흰 소가 술이 취해 춤을 춘다. 이 무슨 연고인가.”
1934년 경남 울주에서 태어나 1946년 동산스님을 은사로 범어사에서 출가했다. 18년 동안 제방선원에서 안거한 스님은 1961년 직지사 강원 대교과를 수료하였으며 경(經) 율(律) 논(論)을 두루 섭렵으로 당대의 대강백인 고봉스님으로부터 전강을 받고, 청암사, 범어사등의 강원에서 학인을 지도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과 조계사, 은해사, 쌍계사 주지와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했다. 부천 석왕사, 부산 혜원정사, 통영 연화도 연화사 등을 창건하여 지역포교에 남다른 열의를 보이시고 실천불교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현재 쌍계사 조실로 여러 수행자들을 제접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말 불자 수지독송〉 〈반야심경 강의〉 〈대승기신론 강의〉 〈사람이 사람에게 가는 길〉 〈지옥에서 극락세계로 가는 길〉 〈머무는 곳 없이 나무가지가 바람을 따드듯이〉 등 다수가 있다.
조계종 포교원은 이번 제14회 포교대상자로 선정함에 있어 고산스님의 공적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대강백인 고봉 화상의 법맥을 잇고 강원에서 도제양성을 위해 진력하였으며, 각 지역의 도심 포교당을 설립하여 수행정진하였다. 또한 현재에도 전국의 일선 포교현장에서 두루 참여해 법문하면서, 선사와 율사 그리고 강사로서 실천불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제14회 포교대상 시상식
강남 봉은사서 500여명 참여 포교원력 결실 축하 한마당
조계종 포교원은 지난 14일 ‘제14회 포교대상 시상식’을 서울 봉은사 법왕루에서 봉행했다.
시상식에는 지난 2일 포교대상 심사위원회를 거쳐 확정된 12명이 참석해 한해 동한 포교원력의 뜻을 함께 했다. 포교대상에는 13교구 쌍계사 조실 고산스님(계층포교), 공로상에 옥수동 정수암 암주 상덕스님(직능포교), 포교사단 군포교 특별위원장 한연수 포교사(직능포교)가 수상했다.
첫댓글 지혜가 자라 깨달음을 얻어지이다...()...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즈음은 처처에 좋은 말들이 넘쳐납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문제는 실천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