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24 높이 45 너비 18 cm인 남한강 칼라미석입니다.
아주 크고 무겁습니다.
진료실 의자 오른쪽 곁에 우백호로 떡하니 두고 매일 만지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금환일식의 하늘이 보입니다.
말 그대로 해를 품은 달입니다.
요즘에야 신기하다며 너도 나도 구경나오지만 옛날에는 하늘이 노했다며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다합니다.
조정에서는 난리가 났고 개기일식 때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태양은 곧 임금을 말하는데 그 임금이 하늘에서 가려진 것이라 여겼지요.
이는 현 왕의 부덕으로 반란이 일어나거나 나라가 망한다는 등의 징조로 많이 여겨졌다고 합니다.
마른 하늘에 번개가 치고 사방이 갈라집니다.
잿빛청색으로 하늘은 캄캄해지고 저 멀리 해일이 일어납니다.
작은 쪽배 하나가 넘실대는 너울 위에 앉아있습니다.
바닷새 몇 마리가 밝은 곳을 찾아 날고 있습니다.
물속 깊이 물고기떼도 바쁘게 이동합니다.
드라마 해품달은 두개의 해를 달이 하나 가림으로서 진정한 해와 달이 탄생하는 사랑이야기입니다.
역경과 고난 후의 해피엔딩입니다.
잘먹고 잘 살았단다 라는 전형적인 옛이야기이지만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다들 짱짱했지요.
우리 모두처럼 말이예요.
모든 역경을 물리칠 이 듬직한 돌하나가 진료실의 호위병입니다.
영마를 하는 돌이 있으리라 믿지는 않지만 곁에 버텨주는 것만으로 든든한 존재입니다.
아침이 되어 출근하면
돌의 요정 트롤들이 나 없는 진료실에서 뛰어놀다가 진열장에 올라 차렷자세로 정렬합니다.
몰려나온 돌의 표정,
손과 발이 없는 것들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 넘이 제일 덩치가 크니 대장쯤이라고 여겨집니다.
내가 쓰다듬으면 밤사이 이상 무 보고합니다.
체온을 나누니 그 열기로 돌의 심장은 뛰기 시작합니다.
돌속의 용가리가 지키는 내 방은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