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느날과 다름없는 맑은 날,
장터나갈 준비하며 오전에 고정으로 배달 할 물품들 챙겨 준비해봅니다.
9시 20분, 장동마을 윗쪽,
늘 나오시던 어르신, 항상 사던 물건을 사십니다. 지난번 마주했을 때는 현금영수증 발행을 안하셨는데 오늘은 다시 해달라고 하십니다. 항상 현금 결제를 하시며 연말정산을 꼼꼼히 챙기는 어르신. 나름 장동에서는 본인께서 가장 많은 물건을 사주고 있다고 자부하고 계십니다. 매주 5만원 이상의 물건을 사주시니 감사합니다.
항상 같이 나오시던 최귀례 어르신, 오늘은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늘 나오시면 손주 줄 불닭볶음면과 더불어 간식거리들을 사셨는데, 집 마당에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무슨일 이 있는건 아닌가 싶습니다.
떠나기 전, 삼춘은 안내려오는지, 전화 한 번 드려보니 아니니 다를까 부랴부랴 내려오십니다. 젤 끝에 있다보니 소리가 안들린다고 합니다. 항상 쌀에 찹쌀을 넣어서 밥을 지어 드십니다. 오늘도 찹쌀 1kg 주문해주십니다. 백미에 찹쌀을 조금 넣어서 먹으면 밥이 더 찰지나 봅니다.
9시 40분, 장동마을 아래쪽
지난번 어르신 공병을 수거했어야했는데, 수거하지 못했습니다. 장동마을을 깜박했지요. 그래서 말씀드리려고 하였으나 안계셨습니다. 어르신댁까지 갔다가 천천히 내려옵니다.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더니, 어느 어르신의 댁 친지 분께서 초상이났다고 합니다. 장동마을 너른 마당에 초상 버스가 와있습니다. 어르신들 모두 상복입고 버스타는 모습이 보입니다.
"옛날엔 70살 먹어도 오래살았다고 하는데, 요즘 70살은 너무 젊어, 너무 이른 나이에 갔어" 라고 하시는 어르신들.
잠시 마음을 보태봅니다 .
10시 15분, 영당마을
영당마을 뒷쪽에 사시는 어르신, 오른쪽 눈에 멍이 시퍼렇습니다. 무슨일인가 싶더니 강아지 집 안에 물건 꺼내다가 그대로 박으셨다고 합니다.
눈 주위가 시퍼렇지만 웃으시며 호탕하게 말씀하시는 어르신. 여기 어르신은 밥에 흑미 넣어드시는 것을 좋아하십니다. 만날 때마다 흑미 사십니다.
"비니리 없어? 영감이 내가 눈도 이런데 막걸리 사서 가면 뭐라 하니깐 말이여~"
흑미 사고 가시더니 막걸리 한 병 챙겨가십니다. 집에서 한 잔 하시면 멍이 좀 나아지실려나요.
10시 30분, 효동마을
항상 물건을 갈아주시는 어르신. 오늘은 어르신 남편분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 간장, 물엿, 피죤"
만나자마자 바로 말씀하십니다. 옛날 남자 어르신들은 집안에 필요한 물건 사는 일을 어려워하십니다.
"마누라한테 물어봐야지, 나는 살줄 몰러"
까먹지 않으려고 하셨던건지 만나마자 바로 말씀하시는 어르신. 심부름을 잘하셨겠지요?
10시 40분 효동마을
지난번 효동마을 갔을 때 어르신들이 화장지를 많이사셨는데, 오늘도 사셨습니다. 좀 싼 휴지와 좀 좋은 휴지가 6천원 차이가 나는데, 어르신들은 좋은 휴지를 고르십니다.
"선사할껀데, 좋은 놈 줘야지"
뭔일인가 싶었는데 효동마을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 왔다고 합니다. 대구에서 왔는데 원래 목포 출신이라고 합니다. 마을에선 비교적 젊으신 어머님이셨습니다. 회관에 가니 어머님께서 어르신들께 인사드리고 있었습니다.
"내일 식사하러 오세요~"
토요일날 온동네 분들 모셔서 식사대접 하시려나봅니다. 어른들은 역시 다른가봅니다. 마을에서 사려면 인사부터 제대로하고, 그리고 대접해드려야하는 사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어머님으로 인해 효동마을에 또 다른 활력이 돌아보길 기대해봅니다.
13시 30분, 흑석마을
흑석마을은 늘 회관으로 들어갑니다.
"여~! 왔네 왔어~!" 라며 늘 반겨주시는 어르신들.
지난번 공병수거 한 이후로 물건들을 바꾸십니다. 지난주 요청하신 옥수수유 식용유도 갖다드립니다. 일반 식용유에 비해 5500원 비싼 옥수수 식용유
"비싼것이 좋은겨~" 어르신이 말씀하십니다.
내심 다른 어르신들도 관심을 가지십니다. 그러다 엽금옥 어르신과 함께 구매하다보니 다들 본인도 달라하십니다. 하지만 오늘은 2개. 그러다 어르신들은 일반 식용유로 사십니다. 명절은 아직 멀었는데, 명절 대목 준비 한다고 하십니다. 명절 선물로 무엇이 좋은지 여쭤보니
"샴푸, 린스 이런건 집에 넘쳐나. 차라리 올리브유, 식용유, 이런게 좋지~ 캔 이런것도 안먹거. 다 자녀들 줘버려" 라고 합니다.
다가올 명절 선물 셋트 준비에 기름류 선물셋트로 신경 써야겠습니다.
14:00분 석전마을
매주 우유 2.3L 사시는 어르신, 오늘도 집 대문이 잠겨있습니다. 아마도 석전 윗집에 놀러가신듯 싶습니다. 담을 뛰어넘어 어르신 댁 안, 냉장고에 우유를 넣고 옵니다. 냉장고를 살피고 어르신이 식사는 잘하시는지, 우유는 잘 드시고 계시는지 체크합니다. 냉장고를 보면 남아있는 우유가 늘 비슷합니다.
"어~ 우리 집에 잘 두고 왔어?, 지난주꺼랑 같이 돈 줘야제~ " 하십니다,
누군가 가도 서로 믿고 거래하는 그런 관계. 돈을 받아도, 못받아도 믿어주는 그런관계, 어르신과 점빵은 그러했습니다.
14:40분 가리마을
"아휴 너무 비싸서 못사겠네!" 어르신이 그러하십니다.
점빵에서 파는게 축협하고 비교하면 너무 비싸다고 합니다. 당연합니다. 그럴수 밖에 없습니다. 면단위 농촌에 사는 어르신들이 겪는 경제적 불평등입니다. 유통구조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소규모 슈퍼의 유통과 대형 마트의 유통은 엄연히 다릅니다. 무엇보다 어르신 댁까지 배달비 안받고 이동장터를 운영하는 구조까지 고려하면 가격이 비슷하거나 더 저렴할 것입니다.
어르신께는 한 번 더 설명을 해드리지만, 다르게 한 번 더 말씀드렸습니다.
"늘 사주시려고 노력해주시는데, 자꾸 우리 점빵 미워하시는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설 지나고 총회 할텐데, 그 때 어르신께서 느끼고 있던 비싼 물건들 의견을 주세요~ 내부에 이야기해서 조정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웃으면서 더 말씀드리니 걱정말고 장사 잘하고 오라고 하십니다. 그래도 어르신들 마음에는 점빵이 있으니 말이지요.
15:10분 장등마을
지난번 공병수거하고 나서 설탕으로 바꾸고자 하는 어르신.
"토방에 둬~ 암도 안갖고 가~"
어르신께서는 만날 때마다 남선생 이야기를 꺼냅니다.
"남선생이 나 살렸어~ 나쓰러졌을 때 남선생이 나 우리집에 델따줬잔아~"
그덕인지 늘 만날 때마다 살갑게 대해주십니다. 특유의 차가운 눈빛과 거친 손이 있지만, 늘 마음은 따뜻한 어르신.
그 마음이 있기 때문에 늘 고맙습니다.
오늘도 점빵 생각해주시는 어르신들 덕분에 잘 마치고 왔습니다.
다음주에도 즐거운 마음 갖고 어르신들 뵙고 다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