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장훈련병과 아버지의 심정
최광희 목사
열흘 전에 군입대한 셋째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난 주말에 전화 왔을 때는 소대장으로부터 훈련소 조교에 지원하라고 권고 받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오늘은 중대장으로부터 중대장훈련병으로 임명받았다고 한다. 중대장훈련병이란 이름은 옛날 내가 군복무하던 때에는 없던 말이라서 얼른 검색을 해 보았다. 요즘 군대에는 훈련병 자치회가 있어서 훈련병 중에 중대장, 소대장, 분대장을 세워 간부들의 지시사항을 전달하기도 하고 동료 훈련병을 인솔하는 일을 맡기기도 한다고 한다. 학교의 분단장, 반장, 회장과 비교하면 회장이 된 것과 비슷한 모양이다.
중대장 훈련병이 되었으면 내 아들에게 좋은 일일까? 대단히 잘 된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일도 아닌 것 같다. 자기 훈련받기도 귀찮은 신교대에서 중간 역할까지 하고 동료훈련병을 통솔하려면 바쁘고 부담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을 통해 리더십 훈련도 되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한편 훈련소 조교를 지원을 해 놓은 상황에서 중대장훈련병이 되면 조교로 뽑히는 일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갈 같아서 다행이지 싶다..
아들이 신교대에 들어가는 날 아내가 남 앞에 나서지도 말고 뒤쳐지지도 말고 딱 중간만 하라고 당부를 하던데 아들 녀석이 엄마 말을 안 듣고 열심히 하다가 그만 소대장과 중대장 눈에 뜨인 모양이다. 하여간 아들이 신병교육대에 잘 적응하고 있는 증거라 싶어서 기분이 좋다.
아들이 대단히 출세한 것도 아니고 고작 5주간 훈련받는 동안에 중대장훈련병에 뽑힌 것을 갖고 뭘 그리 좋아하는가 싶어서 자책을 하려다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뭐라도 아들이 잘 되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느 아버지인들 좋아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자식이 잘 되면 아버지가 기분이 좋고 감사한 것은 비단 육신적인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만 생기는 일이 아니다. 바울이 성도들을 향해 아버지의 심정을 가진다고 했듯이(살전 2:11) 모든 목사들은 성도 한 명, 한 명을 아버지가 자녀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바라본다. 그러므로 성도들이 뭐라도 잘 되면 매우 기분이 좋다. 초신자에게 세례를 줄 때, 또 세례교인을 처음으로 서리집사로 임명할 때 목사는 참 기분이 좋다. 교회에 권사를 세우고 집사를 안수할 때는 더 기분이 좋다. 개척교회에 장로를 세워 조직교회를 만들고 담임목사가 위임받을 때는 한 교회만이 아니라 온 노회의 경사이다.
이런 신앙적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성도의 가정에 경사가 생겼을 때와 사업처나 직장에서 성공과 진급을 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 성도를 위해 늘 기도하던 목사는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런 것을 보면 목사는 성도를 아버지의 심정으로 보는 것이 맞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성도를 아버지 심정으로 바라보는 목사는 엄밀히 말해서 영적인 아버지는 아니다. 바울이 말한 대로 땅에는 아버지가 없고 아버지는 한 분 뿐이시다(엡 4:6). 우리의 영적인 아버지, 진짜 아버지는 오로지 우리 하나님이시다. 하늘의 아버지 역시 당신의 자녀들이 잘 하고, 잘 되면 땅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기뻐하시고 좋아하실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식 잘 될 때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는데 하나님은 누구에게 자랑하실까? 먼저 삼위 하나님께서 서로 서로 자랑하고 기뻐하고 축하를 하시지 않을까? 창세기 1장에서 삼위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사람을 만들자 하고 서로 의논하신 것을 보면 그러실 법도 하다. 또 부부가 앉아서 자식을 서로 자랑하고 기뻐하는 것을 생각하면 삼위 사이에서도 그런 일이 가능할 것 같다.
또 하나님은 천사들에게도 자랑하실 것 같다. 욥기 1장에서 하나님은 천사들 앞에서 욥의 믿음을 자랑하셨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사탄도 끼어들어서 하나님이 욥에게 그렇게 잘 해 주시니 욥이 하나님을 잘 섬기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우리 성도가 잘 할 때 하나님은 사탄에게도 자랑을 하시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탄아, 네가 그렇게 못되게 굴고 방해를 해도 내 자식은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좀 보아라.’ 하시면서 말이다.
내 아들이 외롭고 힘든 신병교육대에서도 소대장, 중대장에게 인정받고 잘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기분이 좋고 배시시 웃음이 나오는 경험을 하면서 나도 하나님께서 나로 인해 배시시 웃으시면서 삼위끼리 서로 자랑하고 축하하실 뿐 아니라 천사들과 사탄에게까지 자랑을 하시는 일이 발생하도록 그런 하나님의 아들이 좀 되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