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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팩트 크로스오버 세그먼트에서 지금까지는 적절한 4×4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에 대해 콤팩트 크로스오버 구매자들은 끙끙대는 저속기어와 랜드크루저만 한 지상고를 갖춘 차를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할 것이다. 하지만 지프 같은 제조사에게는 이런 시장 상황이 어서 새로운 모델을 내놓으라고 손짓하는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지프 레니게이드가 나왔다. 레니게이드는 4.2m짜리 4X4는 미국에서 디자인됐다. 바탕은 피아트 슈퍼미니 플랫폼이다. 동일한 플랫폼으로 이탈리아 한쪽에서는 피아트 500X를 만들고 있다. 엔진은 멀티에어 휘발유 또는 멀티제트 터보 엔진 중에 고를 수 있다.
레니게이드는 록업이 가능한 항시 네바퀴굴림 구동계를 갖췄고, 아주 짧은 견인 기어비도 더했다. 언덕 주행을 돕는 디센트 힐(Decent Hill) 기능도 있다. 우리가 시승한 최상급 모델인 트레일 호크 디젤 자동변속기 사양을 고르면 지상고는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같은 수준이 된다.
다만 이 슈퍼미니의 기반은 사람을 좀 헷갈리게 한다. 안팎을 보면 닛산 쥬크보다는 캐시카이와 대결하는 것이 조금 더 맞는 것 같다. 적재공간은 가족용 해치백과 비슷한 수준인데, 이는 승객 공간을 지키며 얻은 결과다. 특히 헤드룸은 더 여유롭다. 좌석은 아주 평평하고, 단단한데다 짧은데 중간 정도 되는 거리를 달릴 때는 아주 편안했다.
실내재질은 복합재료를 썼다. 상당히 화려한 몰딩을 이곳저곳 달았다. 허나 스위치기어는 구식인데다 무미건조한 피아트 그룹의 것을 썼다. 일단 레니게이드의 실내 품질은 그대로 드러날 정도지만, 분위기를 띄울 만큼 화려하다. 다만 에어컨 송풍구는 너무 크고 경사진 계기판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레니게이드는 아주 세련될 필요가 없는 차란 것은 안다. 하지만 이 차를 만든 방법은 마치 설익은 체로키와 같다. 대형 사이드 미러와 곧추선 A-필러는 속도를 올리면 풍절음이 들이치게 만든다. 그리고 2.0L 디젤 엔진과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조금 더 부드러울 수 있었다. 다만 성능은 판매 포인트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강하다는 것에서 이를 상쇄한다. 차체는 균형이 잘 잡혔고, 제어가 잘 되며, 너덜너덜하고 망가진 도로에서도 조용하고 적절하게 달려 나갔다. 승차감은 고속에서 고르지 못했다. 하지만 뛰어난 무게감과 넓은 일관성 덕분에 조작감은 좋았다.
기본으로 달리는 굿이어 M&S 타이어에서 레니게이드는 제한된 아스팔트 측면 접지력과 질척할 정도의 애매한 직진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만일 오프로드 성능이 필요하다면, 관용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레니게이드는 냇가를 건너고, 매끄럽게 험로를 달리며 완강하게 산을 오른다. 당신은 푼토와 이 차가 어떤 것도 닮지 않았다고 믿게 될 그 이상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우리의 생각대로 이런 오프로드 성능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 차만이 아닌, 콤팩트 크로스오버의 다양한 모델들에 시선을 둘 것이다. 만일 레니게이드가 아주 큰 성공을 거둔다면 당신은 놀랄 것이다. 하지만 레니게이드는 열정적인 자세와 매력이 있고, 자동차 운전을 시작하기에는 나쁜 차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