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그사람들
늘어선 수상가옥, 천진난만한 동네 아이들이 집근처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며 논다. 어린시절 마을앞 강가에서 고기잡고, 헤엄치던 시절이 연상되었다.
아이들의 놀이터는 오직 바다 뿐이다. 그들이 다닐 학교는 있는걸까? 그리고 개선해야 할점이 있다. 대소변은 어디로 보내야 할까?
어젯밤 티비에서 세계 오지를 탐방하며, 그곳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는 여행가를 보았다. 내 스타일...부러웠다.
오늘의 대상은 얉은 바닷가의 수상가옥에 살면서 고기를 잡아 생활하는 보르네오 섬사람들이다.
보르네오섬의 바자우족, 외부에 '바다 집시족'이나 '바다 유목민'으로 알려진 바자우족은 전통적으로 해상 가옥을 짓거나 배를 집 삼으며, 생애 대부분 동안 바다를 이곳저곳 떠돌며 어업과 무역으로 살아간다.
말레이지아 본토 등에도 흩어져 사는 이 부족들은 오래전 전쟁을 피해살다보니 수상가옥 생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집근처 바다가 놀이터 되어 헤엄쳐 놀고, 여자들은 음식준비, 남자들은 생업을 위해 작은 배들 타고 가까운 바다로 고기잡이를 떠난다.
어려서부터 바다에서 생활한 그들은 그물이나 낚싯대, 때론 물속에 잠수하여 조개를 줍거나 물총으로 고기를 잡아내었다. 나도 어릴적 고기총을 가지고 강물에 들었지만 쉬운게 아니었다.
함께 배에 탄 여행가가 그들에게 궁금한 것들을 묻고, 물질을 하고 배에 오른 남자에게 나이를 물었다.
"올해 몇살이세요?"
"우리 그런거 몰라요."
순간 나는 멍하니 화면을 응시했다. 아니 아마존의 밀림속에 홀로 사는 것도 아니고, 집단으로 살면서 나이를 모른다니...
"그럼 오늘이 몇일인지 알아요?"
"몰라요."
역시 같은 대답이었다. 나이도 몰라요 성도 몰라~ 아니 성이 아니라, 날짜였구나!
생각해보니 그들의 생활상이 일리가 있다. 인간의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삶, 조물주도 어느 종교에서도 삶에 덧셈을 가하고, 공부를 종용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세상에 태어나 어릴적부터 인간의 본성인 먹이 활동과 종족번식에만 충실해 왔다는 것이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언젠가 여행중에 멀리서나마 그들의 거주지를 바라보며 지나쳤던 기억이 났다.
20여년전 동창회 산악회에서 말레이지아령 보르네오섬의 키나발루산을 등반한 적이 있었다. 그때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에 내린 우리들은 달릿베이 골프클럽 부근의 숙소로 가기위해 버스를 타고가다 멀리 떨어진 바닷가의 수많은 수상가옥을 보았다.
궁금해서 잠시 들렀다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고, 그들이 바로 티비에 나오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우리는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낸후, 1박 2일의 키나발루산(4100m) 등산을 마치고, 동부해안쪽 바닷가에서 머물렀었는데, 후일 그 인근에도 그들이 많이 살고있다는 것을 알았다.
글을 쓰다보니 그때의 추억에 남는 사람이 있었다. 함양이 고향인 산속생활을 오래하여 거사라고 불리며, 그 세계에 몰입해 있던 노총각이다. 그는 두번이나 해외등반을 같이하며 나더러 형님이라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왔었다.
우리팀은 해변 리조트에서 랍스타와 물고기를 구워 먹고, 물놀이로 하산의 기쁨을 즐겼는데, 가이드가 이곳은 인도양이고, 언덕 너머는 태평양이라 하길래 둘이는 반대편 해변으로 건너갔다.
끝이 안보이게 펼쳐진 거친 태평양 바다, 원시 세상인양 가슴이 벅찼다. 우리는 그날 인도양과 태평양 두 대양의 바다에서 헤엄을 친 사람이 되었다. 훗날 그를 찾았으나 연락이 두절되었다.
하늘은 흐리고, 일기예보를 보니 일주일 내내 비소식이다. 주변엔 여름이 좋다는 사람도 있더라만, 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로 재앙이 이어지고 있다.
나는 요즘 어떠한 좋은집 보다도 주변환경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사계가 심하지 않은 기후, 그런 나라들은 많다. 동남아에도, 아프리카나 남미에도 있다.
뉴질랜드에 이어 덴마크에서는 지구온난화를 심화시키는 온실가스 감축울 위해 '가축방귀세'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소 한마리의 하품과 방귀로 발생하는 메탄가스양은 자동차 한대와 같고, 메탄가스의 지구온난화 효과는 이산화탄소의 80배란다.
뉴질랜드도 그렇고, 농업국가인 덴마크가 소를 많이 키우는 이유는 애완이 아니라, 결국은 잡아 먹자는데 있는 것이다.
더해지는 소득양극화속, 밤마다 흥청망청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 많단다. 그들 목구멍으로 넘어간건 그렇다치고, 버려진 양은 도대체 또 얼마쯤일까?
나의 꽃길? 나만의 것이 아니라, 그것은 누군가의 피와 땀의 댓가이다. 지겨운 정치 논란을 피하여 휴대폰 채널 주파수를 달리하면, 세계가 모두 어려워진 경제로 곳곳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장면이 펼쳐진다.
위정자들은 일시적 국면을 모면하려 애쓰지만, 사람들은 이제 모두가 정치 경제전문가 되어 그러한 논리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자동차와 휴대폰을 모르고, 현대문명의 혜택을 덜입고 살면서도 작은 입과 무엇이든 잘넘기는 목구멍을 가진 오지의 사람들, 그들의 행복 지속을 위해서는 바깥세상과 차단된 문화속에 살아가기를 기원해 본다.
"오늘은 이 정도면 되요. 다음에 또 잡게 남겨 둬야지요."
마을 어로작업, 남자들만 참여하는 공동작업 결과물을 남자없는 과부의 가족에게도 나누어 먹는...학교를 다니지 않은 그들이 배운 교육이고 인성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장래도 불안하다. 기차길옆 오막살이처럼 자식들은 늘어가고...그래서 지금은 교육열에 눈을 떴단다.
아무튼 그들은 새까맣지만 인류의 조상에 가까운 피부색이다. 자외선 반사율은 모래사장, 특히 바닷물에서 강하다. 반사된 자외선이 피부로 오니 더 많이 탄다. 바다는 출렁일뿐 흘러가지 않는다.
기만과 위선으로 출렁이는 세상, 그속에서 맑은 눈을 뜬 사람들은 얼마쯤이나 될까? 나는 오늘도 그 자신의 나이도 모르는 순박한 그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사라진 이상향을 꿈꾸지만 실은 불편한 진실을 들추며, 허공(온라인)에다 하품나는 글을 써댄다.
그나마 세상에 덜 오염된 나의 친구들이 있다는걸 기쁨으로 여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