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연습 / 임준빈
섬마을
초등학교에 근무하시는 교무주임 선생님과
네살 턱 동생 이렇게 셋이서
내 방안에서 술잔을 기울였다
두런두런 얘기 끝에
섬마을에서, 죽을 때까지 벙어리 흉내를 낸 벙어리 아저씨 이야기를 하면서
배를 잡고 웃다가 가슴 멍하게 아려오는 통증에 잠겼다
그 벙어리 아저씨는 섬에 살면서 군대를 가기 싫어
어느 날 벼랑에서 굴러 피투성이가 되어 상처 받은 뒤
그 이후로 벙어리가 되었다고 섬마을 사람들한테 알린 후
벙어리 흉내를 내었다고 한다
그로인해 군대를 면제 받고 섬에서 벙어리 흉내를 내며 살았다,
자식 낳고 결혼도 하였다고 한다
가족은 물론 섬마을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싶으면 글씨를 써서 의사교환을 했고
그러기 한 평생 지내다가 딱 한번 소리를 질렀다 한다.
죽을 당시 끝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고백하며 난 벙어리 아닌 벙어리 흉내를 낸
정상인 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요즘 그 벙어리 아저씨가 그립다
살아 계셨더라면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난 말을 일단 쏟아놓으면
말을 너무 많이 하는 사람이라 항상 텅 빈 가슴처럼 허전했다
말이 여물 겨를이 없었기 때문에 언제나 쭉정이였다
말을 가둔 후 잘 삭혔다가 곱스레 툭 삐져나오는 밤톨 같은 말을 낳고 싶다
그 벙어리 아저씨처럼 벼랑에서 떨어져 벙어리가 된 후
피투성이가 되고 싶다.
내 안에서 멀어지는 나를 찾기 위하여.
첫댓글 내안에 나를찿아오늘도 떠납니다..
들꽃님 옆에 동행합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