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 절기를 보내고 있지요. 작은 더위라고는 하지만 무덥고 습해서 자칫하면 무기력하고 짜증도 나기가 쉬운 계절이에요. 여름이니 덥고 땀나는 것이 당연하지요. 그런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이 계절에 온전히 내맡겨 보네요. 이번주에도 아이들은 월요일 아침 대천태권도장에서 땀흘려 운동하고, 오후에는 대천천으로 나가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물고기를 열심히 잡았어요. 예년같으면 한창 대천천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놀 시절인데, 올해는 산책시간마다 날이 흐려서 물놀이는 별로 못했어요. 조금 아쉽긴 하지만, 물놀이 말고도 대천천에는 놀거리가 무궁무진해서 시간이 절로 가요.
참초맛집 행사를 사흘 앞둔, 화요일에는 참초맛집에서 대접할 마지막 음식 연습을 했어요. 바질페스토 파스타예요. 옥상 텃밭에 바질이 천지예요. 여름방학을 보내면 그 싱싱한 바질잎이 다 시들어버릴것 같아 바질을 따서 페스토를 만들었어요. 상급반 퍼머컬쳐 선생님께 바질페스토를 맛있게 만들수 있는 팁을 여쭈었더니, 재료를 손수 칼로 다지면 훨씬 맛있다고 하네요. 모든 재료를 믹서기에 넣고 갈면 아주 손쉽게 만들수 있지만, 우리는 좀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서 바질, 통마늘, 잣을 모두 하나하나 칼로 잘게 다져서 가루치즈와 올리브오일을 넣어 완성했어요. 서툴지만 네 아이가 함께 하니 그것도 그렇게 힘들지 않고 재미있어요. 페스토를 만드는 동안 파스타국수를 삶아 냉파스타와 온파스타 두 가지로 만들어 맛을 보았어요. 아이들은 두 가지 모두 아주 아주 맛있다고 해요. 날씨가 더우니 당일에는 냉파스타를 내기로 했어요. 옥상에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바질잎은 방학전에 따서 말렸다가 바질가루를 만들어보려고 해요.
수요일 오전에는 절기공책활동을 하고 '참초신문' 6,7월호 기사도 하나씩 썼어요. '안타까운 죽음', '매운~~ 국수~~", "모두가 49점, 왜일까?", "바질페스토 파스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번에 아이들이 쓴 기사 제목이에요. 갈수록 아이들의 기사가 유머가 넘쳐요. 자신의 생각을 좀더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 같아요. 목요일에는 그동안 '참초맛집'을 위해서 만들어본 음식들의 레시피를 공책에 정리했어요.
이웃해 있는 맨발동무도서관이 열아홉번째 생일을 맞았지요. 토요일에 생일잔치를 여는데 비빔밥 그릇이 필요하다고 해요. 우리학교에 비빔밥 그릇이 많이 있지요. 금요일에 빌리러 오시겠다고 했는데, 목요일 오후에 초등 아이들이 도서관에 가져다 드렸어요. 잔치준비로 바쁠텐데 우리가 가져다 드리면 훨씬 도움이 되겠지 싶어서요. 커다란 비빔밥 그릇 60개, 엄청 무거웠지만 네 아이가 두 명씩 조를 나누어 번갈아가며 들고 갔어요. 힘센 우영이와 석환이도 열심히 옮겼는데, 어쩌다보니 세욱이와 하윤이 조만 사진에 찍혔네요.^^ 맨발동무도서관 열아홉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금요일 오후에는 지환, 강민, 민찬이의 생일잔치를 하고 1학기 마지막 자치회의도 했어요. 이번 자치회의에서 길게 논의된 안건은 '수저사용'에 관한 것이었어요. 개인수저를 가져오지 않고 학교수저를 상습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열띤 토론이 이어졌어요. 학교수저 사용이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서도 나누고, 만약 3회 이상 학교수저를 사용할 경우 어떤 패널티를 줄지에 대해서도 나누었어요^^
금요일, 초등은 오전부터 저녁 7시에 시작될 '참초맛집' 준비로 바빴어요. 가장 먼저, 옥상텃밭에서 필요한 식재료를 따러 갔는데, 연일 비가 오고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방울토마토는 주렁주렁 열렸지만 빨갛게 익은 것은 적어요. 옥수수도 완전히 다 자라지 않은 것이 많아요. 고추도 크기가 작아요. 그래도 그 중 가장 잘 여문것들을 골라 딱 먹을 만큼씩만 따왔어요.
오전에 김치감자전을 굽고, 깻잎전은 소를 만들어 빚어 놓기만 했어요. 오후 자치회의가 끝나고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어요. 깻잎전을 굽고, 포테이토 바질 피자도 만들어 굽고, 감자와 옥수수도 삶고, 파스타면을 삶아 화요일에 만들어 둔 바질페스토와 섞어 바질페스토파스타를 완성했어요. 깻잎비빔국수를 위한 소면은 부모님들이 오시기 직전에 진선생님이 삶아주셨어요.
손님이 도착할때마다 아이들이 시원한 매실에이드를 만들어 테이블로 써빙을 했는데, 아이들은 대부분 "써빙'에 대한 로망이 있나봐요. 서로 매실에이드를 만들어 나르겠다고 총알같이 달려와요^^... 그렇게해서... 한달 가까이, 지난 3월 텃밭에 파종해서 키운것까지 하면 한학기 내내 준비한 '참초맛집'이 성황리에 잘 끝났어요. 불평없이 내내 웃는 얼굴로 최선을 다한 초등 네 아이가 참 대단하고 대견하지요. 기대를 안고^^ '참초맛집'을 찾아주신 부모님들, 도와주신 선생님들, 그리고 너무 맛있다며 초등 아이들이 만든 음식을 양껏 흡입해준^^ 상급반 아이들.. 감사합니다~
참! 초등아이들의 리코더 연주도 있었지요. 매일 아침 리듬활동시간에 연주하던 곡 중에서 세곡을 골라 연주했는데, 부모님 앞이라 너무 쑥스러운 나머지 평소실력을 다 발휘하지는 못한것 같아요. 평소 아이들의 리코더연주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저는 아침마다 그 연주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즐겁게 보낼 마음의 에너지를 충전해요^^. 마무리잔치를 또 기대해봅니다.
'참초맛집'은 봄에 심어서 열심히 키운 작물들을 재료로 사랑하는 가족과 평소 감사했던 분들을 위해 식탁을 차려 대접하는 행사예요. 올해로 세번째가 되다보니, 봄에 씨를 뿌리면서도 이번 '참초맛집'에서는 이 재료로 어떤 음식을 만들지 상상해요. 철에 맞춰 씨뿌리고 물주고 풀을 매면서 키우는 텃밭활동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그렇게 정성껏 키운 작물로 우리가 직접 먹을 음식을 만드는 일, 그리고 그렇게 만든 음식을 가족과 감사한 분들에게 대접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여러가지 많은 배움을 일으키는 것 같아요. 힘들여 일하면서도 기쁨으로 마음이 충만해지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더 잘하고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 경험.. 저는 무엇보다 그런 행복한 배움의 과정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