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돌아오는 '2월 29일' 천체·달력 날짜 맞추려 하루 더했지
조윤정 인턴기자 조선일보 : 2020.02.24 10:08
공전 주기에서 남는 시간 4년 동안 합쳐
그리스, 윤일 있는 해 결혼 피하는 미신
우리 음력엔 '윤달'… 올해는 4월이 두 번
'윤일'이 뭐예요?
오는 토요일은 2월 29일입니다. 4년에 한 번 오는 ‘윤일’이죠. 올해는 2월에 하루가 더해져 29일이 되면서 1년이 366일인 특별한 해예요. 일반적으로 쓰는 양력 달력은 지구의 실제 시간과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작은 차이지만, 4년 동안 모이면 달력과 실제 시간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윤일을 추가해 바로잡는 것이죠. 문음표와 박사님의 대화를 들으며 알쏭달쏭한 날짜의 세계를 이해해볼까요?
박사님, 제 친구는 생일이 2월 29일이래요. 4년마다 생일이 돌아온다니 정말 불쌍해요.
저런, 안됐구나. 그래도 특별한 날인 '윤일'이 생일이라니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걸?
엥, 윤일이 뭐예요?
음표가 방금 말한 2월 29일이 바로 윤일이란다. 양력 달력에서 1년인 365일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공전) 주기인 건 알고 있지? 그러나 사실 정확한 공전 주기는 365.242일이란다. 달력에서 1년이 지나도 실제로는 약 4분의 1일이 남지. 4년 동안 이 시간이 모여 하루가 되면, 윤일을 추가해 366일을 만든단다.
그렇군요.
하루를 공짜로 얻는 것 같아요!
윤일(閏日)도 한자를 풀어보면 '남는 하루'라는 뜻이야. 서양에서는 '건너뛰는 날'이란 뜻인 '립 데이(leap day)'라고 불러. 원래 1년 간격의 같은 날짜는 한 요일 차이가 난다는 것 알고 있니? 크리스마스(12월 25일)가 2018년에는 화요일이었고, 작년에는 수요일이었지. 365일을 일주일인 7일로 나누면 나머지가 1이기 때문에 해마다 한 요일씩 밀리는 거야. 그런데 올해는 윤일이 더해져 366일이니, 이걸 7로 나누면 나머지가 2가 돼. 그래서 윤일이 지나고부터 그해 말일까지는 전년과 요일이 두 개 차이 난단다. 작년에 수요일이었던 크리스마스가 올해 목요일이 아닌 금요일에 오는 것도 이 때문이야. 그리스에서는 이런 현상이 불길하다면서 립 데이가 있는 해에는 결혼을 피해야 한다는 미신이 있어.
우리나라에도 윤일에 관한 미신이 있나요?
우리 조상은 전통적으로 음력을 기준으로 날짜를 셌기 때문에 양력에서 생긴 규칙인 윤일에 대한 이야기는 없어. 그 대신 '윤달'에 대한 풍습은 있단다.
윤달은 또 뭐예요? 헷갈려요ㅜㅜ.
윤일과 비슷해. 양력 달력의 일수와 실제 시간을 맞추려고 윤일을 넣는 것처럼, 음력의 날짜와 현실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 넣는 달이야. 양력과 달리, 음력에서 한 달은 30~31일이 아니야. 29~30일이지. 그래서 열두 달이 지나면 지구 공전 주기인 약 365일보다 날짜가 모자라게 돼. 이렇게 달력과 실제 시간의 차이가 쌓이다 보면 음력 6월에서야 봄이 오는 등 계절까지 맞지 않아. 이를 바로잡기 위해 끼워넣는 한 달을 윤달이라고 해. 주기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19년에 7번 정도 찾아오지. 선조들은 '귀신도 윤달에는 쉰다'면서 윤달에는 어떤 일을 해도 탈이 나지 않는다고 믿었어. 그래서 결혼, 이사, 집 수리 같은 큰 행사를 윤달에 하곤 했단다.
그러니까 윤달과 윤일 모두 천체의 움직임과 달력 날짜를 맞추기 위해 넣는 시간이네요. 이제 좀 알 것 같아요! 혹시 올해 윤달도 있나요?
음력으로 오는 4월이 바로 윤달이야. 올해는 양력 5월 22일에 음력 4월이 끝나고, 23일에 음력 4월이 다시 한 번 시작돼. 2020년은 윤일과 윤달이 동시에 있는 특별한 해인 셈이지!
와, 올해가 더 의미 있게 느껴져요.
감사합니다, 박사님!
도움말=문화재청·박한얼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