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평가기준(신34:10-12)
2019.9.15 김상수목사(안흥교회)

서울 동대문구 중화동에 가면, 경동제일교회(구, 봉화현교회)가 있다. 이 교회는 1904년이 미국 감리교 하운셀과 미국 북장로회 클라크(한국명 곽안련) 선교사에 의해 세워졌다.
이 교회에는 엄귀현과 이재형에 얽힌 유명한 일화가 있다. 엄귀현은 천민 마부(馬夫)로서 그 교회의 영수(領袖)였고(영수는 한국교회 초기에 있었던 직분 중 하나로서 목회자와 선교사를 돕던 봉사직분), 이재형은 왕손 출신으로 승동대감으로 불렸다. 이재형은 고종(高宗)보다 빨리 태어났더라면 왕이 될 수 있던 서열이었다.
어느 날 이재형이 충주에 있는 선산에 성묘를 갈 때 엄귀현이 마부로 따라 가게 되었다. 충주에 가는 동안 하나님은 엄귀현의 마음에는 이재형 대감에게 전도하고 싶은 마음을 주셨다. 그러나 그는 엄청난 신분의 차이 때문에 선뜻 용기를 내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에 어느 주막에서 그는 하나님이 주신 마음에 순종하기로 결심하고 마침내 이재형 대감에게 입을 열었다.
“나리, 황송하오나 오늘부터 예수를 믿으소서. 하나님은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누구든지 그를 믿으면 영생을 얻으리라 했습니다. 나으리도 예수를 믿으면 죄사함을 받고 영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이재형은 버럭 화를 내면서 “건방진 소리하지 말고, 말이나 잘 몰거라”라고 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병원과 학교 짓는 예수꾼들이 마부 같은 천한 백성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에 대해서 감동했다. 그 후 얼마가지 않아서 이재형의 아내인 정씨부인이 승동교회에 출석하였고, 이재형도 따라 나섰다. 그리고 몇 년 후 이재형은 승동교회 장로가 되었고, 나중에는 평양신학교를 졸업한 후에 남대문교회와 승동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하면서 많은 사람을 주님께 인도했다.
하나님이 마부 엄귀현에게 보셨던 기준은 세상 조건이나 화려한 스펙이 아니었다. 그 마음 중심에 있는 말씀대로 순종하고자 하는 보석 같은 믿음을 보셨다. 그래서 그를 귀하여 여겨주셨다. 왕손을 전도한 마부 엄귀현의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경동제일교회 성도들뿐만 아니라 이 사실을 전해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에 살았던 믿음의 사람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들도 이런 삶을 살아야 한다.
사람들은 서로 더불어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시선에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체면문화가 강한 동양문화권 사람들은 다른 지역보다 타인의 평가에 대해서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중국 속담에 “死要面子活受罪(사요면자활수죄)“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죽어서도 체면을 차리기 위해 살아서 고생한다’는 뜻이다.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체면은 곧 자존감이고 존엄성이기 때문에 체면을 목숨만큼 중시한다. 그래서 식당에서도 음식을 많이 주문하고, 결혼식도 최대한 성대하게 심지어는 선물 내용은 실용적으로 하고, 포장은 화려하고 최고급으로 하려고 하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체면이 상하는 것을 견딜 수 없는 수치심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한국인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시선에 매우 민감하다. 오죽하면 한국인들은 넘어졌을 때 고개부터 두리번거린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그러나 이처럼 타인의 평가나 시선은 우리의 삶을 피곤하게 한다. 그리고 타인의 평가나 말에 내 인생을 맞추려고 애쓰다 보면, 피에로처럼 춤추다가 나중에는 정작 자신의 길(My Way)을 잃어버리기 쉽다.
그런데 이처럼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시선보다도 더 중요한 평가는 자기 자신의 평가다. 그리고 이 모든 것보다 가장 중요한 평가는 하나님의 평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점을 간과하고 타인이 평가에만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 때로 사람들은 나의 본심이나 상황을 잘 모르고 나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만큼은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의 평가는 유한한 것이지만, 하나님의 평가는 영원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오늘 본문인 신명기 34장 10-12절 말씀은 하나님의 사람 모세의 한 평생에 대한 요약이자 평가다.
“10 그 후에는 이스라엘에 모세와 같은 선지자가 일어나지 못하였나니 모세는 여호와께서 대면하여 아시던 자요 11 여호와께서 그를 애굽 땅에 보내사 바로와 그의 모든 신하와 그의 온 땅에 모든 이적과 기사와 12 모든 큰 권능과 위엄을 행하게 하시매 온 이스라엘의 목전에서 그것을 행한 자이더라”(신 34:10-12)
모세에 대한 이 말씀은 신명기 안에 기록은 되어 있지만 모세가 쓴 것은 아니고, 후대에 첨가된 것이다. 그러나 성경에 기록된 모세의 인생에 대한 평가는 단순히 사람의 평가 이전에 하나님의 평가다. 그 내용을 보면, 모세는 인류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선지자였다. 그는 생전에 하나님이 친구처럼 대면하던 사람이었다. 우리들도 모세처럼 하나님 앞에 설 때가 반드시 온다. 아니 생각해 보면, 이미 우리는 매 순간마다 항상 하나님 앞에 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평가에 합당한 사람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평가하시는(=보시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 가장 중요한 첫째는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는지에 대한 여부이고, 둘째는 말씀대로 순종하려고 했는지, 그 마음의 중심이 어떠한지 이다. 여기서 “순종했는지”라고 적지 않고, “순종하려고 했는지”라고 적은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 하나님은 우리들의 완벽한 행동을 보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신다. 사무엘하 7장에 보면, 하나님은 다윗이 성전을 건축할 마음만 품었어도 성전을 건축한 것처럼 여겨주시고 그를 축복하셨다. 하나님이 다윗에게 보신 것은 성전이 아니라, 성전을 건축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목회를 하다보면 하나님이 베풀어 주신 은혜가 너무도 큰데 나는 그에 미치지 못해서 늘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있을 때가 많다. 목회자에게도 이런 마음이 있다면 하물며 성도들은 얼마나 더 하겠는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격려를 받고 감사한 것은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의 분량이나 신앙생활의 기간보다도 내 마음의 중심을 보시고 충성되게 여겨 주시는 주님의 은혜다. 그렇기에 우리들이 늘 진실한 믿음과 말씀대로 순종하고 충성하려는 마음의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시던 분 중에 고(故) 최상희 집사님이 계신다. 우리교회 성도님들은 다 아시겠지만, 그분은 원래 수십 년간 불교에 심취해 있던 분이다. 그랬던 분이 황혼에 예수님을 영접하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그분이 생전에 이런 말씀을 하면서 전도하려 힘쓰셨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예수님을 믿으니까 이렇게 좋은데, 내가 좀 더 일찍 예수님을 믿지 못하고, 그동안 속아서 살아온 것이 너무 억울합니다”

소천하기 이틀 전에도 목사님을 보고 싶어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느낌이 이상해서 태안에서 들어오다가 급히 차를 돌려서 태안의료원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있다. 최집사님은 소천 하시던 날 새벽에는 며느리 송집사님을 불러서 ‘예수 잘 믿고, 신앙생활 잘하고, 좋은 성도가 될 것’을 유언하셨다. 이 세상을 떠나면서 의식이 살아있을 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며느리에게 마지막 당부로 신앙생활을 잘하라는 것이었다면, 그분의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분명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장례식 후에 고인의 간절한 소망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생전에 특송하시던 모습을 편집해서 전도하는 마음으로 유족들에게 전해 주었다.
비록 최집사님이 늦은 시간에 하나님의 포도원에 부름 받았지만, 하나님은 그 중심을 보시고 충성되이 여겨 주셨고, 생명의 면류관을 씌워주셨다고 확신한다. 이것이 하나님의 평가기준 이다. 감사한 것은 우리교회에는 고 최상희집사님 뿐만 아니라 겐그레아교회의 일꾼 뵈뵈 여집사나 사도 바울의 동역자였던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처럼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섬기는 훌륭한 성도들이 많다. 이것이 우리의 자랑이고, 주님이 우리교회를 더욱 귀하여 평가해 주시는 부분이라고 확신한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지역 주민 여러분들이여, 우리들이 한 평생을 살아가는 동난 타인의 평가도 중요하고, 자신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진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평가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평가는 영원을 좌우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을 영접한 사람은 예수님 때문에 깨끗다고 여겨주시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순종하며 살려고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의 중심을 보시고, 열매의 숫자에 상관없이 충성된 종으로 여겨 주신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평가기준에 맞춰서 오늘도 주 안에서 늘 믿음과 순종하려는 마음으로 작은 일에서부터 성실하고 충성되게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