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횡단열차 2등석 객차도 산뜻한 새 모습으로 바뀐다

[이진희]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열차에 몸을 싣는 '낭만의 계절'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쏟아지는 눈발을 헤치며 달리는 열차 안에서 따뜻한 커피 잔을 들고 차창 밖을 내다보는 상상. 그 상상은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출발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히 2등석 객차에서는 현지인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냄새나고 낡고 지저분한 내부 환경 때문에 낭만은 단숨에 저 멀리로 도망갈 것 같다. 그래도 주머니가 가벼운 우리의 젊은이들은 2등석 티켓을 끊어 시베리아횡단에 도전할 수밖에 없다.

눈밭을 헤치고 달리는 시베리아횡단열차

현재의 2등석 쁠라쯔까르뜨의 모습. 통로를 사이에 두고 왼쪽에 침대 2개, 오른쪽에 침대 4개가 놓인 개방공간이다/사진출처:유튜브

쁠라쯔까르뜨 2층 침대에서 본 모습. 정면에 2층 침대(위는 선반)가 하나 보이고, 통로를 건너 2층 침대가 좌우로 하나씩 있다/사진출처:트윗

쁠라쯔까르뜨 1층에서 본 모습. 왼쪽에 2층 침대 하나와 오른쪽 2층 침대 두개. 침대에 앉아 가는 모습이다/사진출처:vk.ru

다행히 2등석 객차도 내년부터 크게 바뀔 모양이다. 현대적인 디자인에 편의성도 개선됐지만, 가격은 올리지 않겠다고 한다. 2일 모스크바의 '파벨레츠 기차역' 광장에 시범 전시된 '새로운 모습의 2등석 객차'에 많은 현지 언론들이 몰렸다. 2등석은 관광객이 아닌, 현지 주민들에게는 가장 친숙한 열차 공간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시베리아횡단열차는 통상 3등급의 객차를 달고 다닌다. 특실(2인실)과 1등석 꾸뻬(4인실, 2층 침대 2개), 2등석 쁠라쯔까르뜨 плацкарт (개방공간, 통상 6인실이라고 한다)이다. 한국인 관광객은 보통 '꾸뻬'를 예약하지만, 배낭을 짊어진 우리 젊은이들은 '쁠라쯔까르뜨'에도 많다.

쁠라쯔까르트는 객차 전체가 개방되어 있다. 통로를 지나다보면 남녀를 막론하고 비밀스런 개인 공간이 전혀 없다. 주어진 담요로 침대 앞을 막아 개인 공간을 만드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러시아 철도청, 새로운 2등석 쁠라쯔까르뜨 객차 시범 공개/얀덱스 캡처

새로운 객차에는 개인 침대공간이 확보되도록 커텐을 달았다. 통로 오른쪽 2층 침대쪽 모습 / 사진출처:러시아철도청 파트너 잡지

이층 침대 2개가 놓여 있는 통로 왼쪽의 모습 

통로에서 본 모습. 왼쪽에 2층 침대 2개, 오른쪽엔 2층 침대 1개씩 놓여 있다

이번에 새로 선보인 객차는 침대앞에 아예 커텐이 달려 있다. 침대 크기도 늘어나고 개인 수납공간도 넉넉해졌다. 개인용 전기 콘센트와 수면용 전등도 설치됐다. 화장실에는 샤워시설도 등장했다. 

현대화된 2등석 객차가 시베리아횡단열차에 모두 배치되려면 세월(?)이 한참 걸릴 것이다. 내년부터(정확한 배치 시기는 미정)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탈 관광객에게는 속된 말로 '복골복'(복불복 福不福)이 될 것 같다. 

시범 전시된 2등석 객차의 내부를 잡지 러시아철도청파트너  РЖД-Партнер 를 통해 둘러본다.

쁠라쯔까르뜨 객차 출입구/사진출처:러시아철도청 파트너 잡지

새로운 쁠라쯔까르뜨 객차의 외관. 8호 객차라는 표시가 디지털로 표기된다

2층 침대 사이의 작은 탁자. 뒤에 보이는 것이 새로 설치된 수납공간

2층 침대 사이에 수납공간이 새로 설치됐다

2층 침대위 수납공간

화장실에 샤워시설이 달렸다.